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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

원문 : Writes And Write-Nots – Paul Graham


나는 기술에 대한 예측을 하는 것을 보통 꺼리지만, 이번만큼은 꽤 확신이 듭니다. 앞으로 몇 십 년 안에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거의 남지 않을 것입니다.

작가로서 가장 이상한 사실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입니다. 의사들은 걱정거리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알고, 컴퓨터 전문가들은 컴퓨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작가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글쓰기가 본질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잘 쓰기 위해서는 명확하게 생각해야 하고, 명확하게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는 많은 직업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으며, 사회적으로 명성이 높은 직업일수록 글쓰기가 더 많이 요구됩니다.

글쓰기에 대한 높은 기대와 이를 수행하는 데 따르는 본질적인 어려움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힘은 큰 압박을 만들어냅니다. 이로 인해 저명한 교수들조차 종종 표절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런데 이런 사례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표절의 내용이 지극히 사소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베끼는 것은 대개 평범한 형식적인 문구들로, 글쓰기에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다면 별다른 노력 없이 작성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는 곧 그들이 글쓰기에 전혀 소질이 없음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이런 상반된 힘이 만들어내는 압박을 쉽게 해소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JFK처럼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대신 써달라고 하거나, MLK처럼 표절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어를 사거나 베낄 수 없다면, 결국 스스로 글을 써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글쓰기가 요구되던 거의 모든 사람은 이를 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AI가 이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학교와 직장에서 AI를 통해 글쓰기를 대신할 수 있게 되면서, 글쓰기에 대한 압박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 결과, 세상은 글을 쓰는 사람(writes)과 글을 쓰지 않는 사람(write-nots)으로 나뉘게 될 것입니다. 여전히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은 존재할 것입니다. 일부는 이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글쓰기 능력이 좋은 사람과 전혀 없는 사람 사이의 중간 지대는 사라질 것입니다. 즉, 잘 쓰는 사람, 적당히 쓰는 사람, 전혀 못 쓰는 사람으로 나뉘던 세상이 이제는 잘 쓰는 사람과 전혀 못 쓰는 사람으로만 나뉠 것입니다.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일까요? 기술이 어떤 능력을 쓸모없게 만들면 그 능력이 사라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닐까요? 대장장이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이는 나쁜 일입니다. 그 이유는 내가 앞서 언급했던 것에 있습니다: 글쓰기는 곧 사고(Thinking)입니다. 사실, 글쓰기를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사고 방식이 존재합니다. Leslie Lamport가 이를 가장 잘 표현했습니다:

“글쓰기 없이 생각한다면, 당신은 단지 생각한다고 착각하는 것뿐이다.”

결국 글을 쓰는 사람(writes)과 글을 쓰지 않는 사람(write-nots)으로 나뉘는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생각하는 사람(thinks)과 생각하지 않는 사람(think-nots)으로 나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저는 제가 어느 쪽에 속하고 싶은지 잘 알고 있고,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거라 믿습니다.

이런 상황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닙니다. 산업화 이전에는 대부분의 직업이 사람들을 신체적으로 단련시켰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건강을 유지하려면 따로 운동을 해야 합니다. 여전히 강한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은 스스로 선택한 결과입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여전히 똑똑한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들 역시 글쓰기를 선택한 소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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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기야
달기야
1 day ago

영감을 주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