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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 CTO Andrew Bosworth가 말하는 AI와 소비자 기술의 진화


콘텐츠 소비의 미래

David George: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앞으로 5년, 그리고 10년 뒤에는 우리가 어떻게 콘텐츠를 소비하게 될까요?

Andrew Bosworth: 10년 후쯤이면, 단순히 휴대폰을 꺼내는 것 말고도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우리 시야에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증강현실(AR) 안경도 충분히 현실적인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어서도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길 기대하고 있어요. 지금은 Sphere 같은 곳에 직접 가야만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데, 그건 멋지긴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에 하나뿐이고, 일부러 여행을 해야 하죠.

더 나은 몰입형이나 소셜 경험을 누릴 방법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아버지랑 같이 농구 경기를 보면서 코트사이드에 앉아 있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고 해볼게요. 물론, 비싼 티켓을 사서 직접 갈 수도 있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저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10년 후에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콘텐츠 전달 방식들이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5년 후를 예측하는 건 좀 더 까다로운데요. 그때쯤이면 스마트글라스, AI 글라스, 디스플레이 글라스 같은 제품들이 꽤 괜찮아질 거예요. 어떤 제품은 정말 고급스럽고 성능이 뛰어나겠지만, 어떤 제품은 해상도가 낮더라도 항상 얼굴에 쓰고 다닐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기기로 본격적인 작업을 하지는 않겠지만, 잠깐잠깐 간단한 콘텐츠를 볼 때는 충분히 쓸만할 거예요.

지금은 한쪽 끝에는 아주 고급스럽지만 비싼 경험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아직 기존 기기를 완전히 대체하진 못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이 생기고 있어요. 앞으로는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던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게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이게 바로 혼합현실(Mixed Reality)이나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가진 매력이죠.

기술 트렌드를 활용한 혁신적인 제품 만들기

David George: 당신은 기술의 큰 변화들을 새로운 제품 경험으로 잘 엮어내는 데 탁월했죠. Facebook에서는 News Feed(뉴스피드)를 만드는 데 기여했는데, 그건 소셜 경험, 모바일, 그리고 초기 AI까지 결합한 결과였어요.

Andrew Bosworth: 이 부분에 대해 두 가지를 말하고 싶어요. 첫째, Meta에서 저와 동료들이 잘했던 건 문제에 깊이 몰입했다는 점이에요. 사람들이 실제로 뭘 하려고 하는지, 뭘 원하는지에 집중했죠.

거기서 출발하면, 그때그때 쓸 수 있는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돼요. 그러면 어떤 도구가 진짜 효과적인지 솔직하게 판단할 수 있고, 동시에 트렌드도 잘 보이죠. 반대로 기술 자체에만 너무 집착하면, 이미 끝난 흐름을 놓치지 못하거나 다음에 올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됩니다.

David George: 그러다 보면 기술 자체를 위한 기술만 만들게 되고, 실제로 해결해야 할 제품 문제는 놓치게 되죠.

Andrew Bosworth: 맞아요. 진짜 문제에 집중하면, 그게 엄청난 문제는 아니더라도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AI 혁명은 확실히 다르게 느껴져요. 실제 문제를 해결해주니까요-물론 새로운 문제도 생기긴 하지만요. 이번에는 정말 의미 있고, 폭넓게 적용 가능한 새로운 능력이 생긴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의 AI에도 한계는 있어요. 정확성, 연산 자원, 비용 같은 문제들이 있지만, 이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부분입니다. 오히려 특별한 점은 AI가 적용될 수 있는 분야가 정말 많다는 거예요. 대부분의 기술 혁신은 특정 분야에만 한정돼 있죠. 예를 들어, 어떤 건 더 빨라지고, 어떤 건 더 저렴해지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AI는 거의 모든 게 더 좋아지는 느낌입니다.

제가 쓰는 모든 인터페이스, 해결하려는 모든 문제에 AI가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있어요. 이런 경우는 정말 드물죠. Mark와 저는 이런 혁명이 올 거라고 믿었지만, 10년은 더 걸릴 줄 알았어요.

우리가 처음 기대했던 건 인터페이스 혁명이 먼저 올 거라는 거였어요. 2015년쯤만 해도 모바일폰이라는 기기는 이미 충분히 성숙한 느낌이었죠. 스마트폰은 지금까지 우리가 써본 최고의 컴퓨팅 기기이긴 하지만, 그 다음 단계는 훨씬 자연스러워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즉, 정보를 눈과 귀로 받아들이고, 키보드나 터치스크린 없이도 내 의도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기기가 얼굴에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래야 눈과 귀에 바로 접근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사용자가 자신의 의도를 기계에 전달할 수 있도록, 신경 인터페이스 같은 새로운 방식도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이게 지난 10년간 우리가 그려온 비전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와 함께 성장한 엔지니어 세대가 이미 ‘앱 모델’이나 ‘인터랙션 디자인’ 같은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다는 거예요. 물론 마우스에서 터치스크린으로 진화하긴 했지만, 결국 1960년대부터 이어진 ‘직접 조작’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죠.

즉, 근본적인 방식(modality)은 바뀌지 않았어요. 그리고 우리가 지금의 도구를 너무 잘 쓰게 되면서, 그만큼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는 진입장벽이 생긴 셈이죠.

그래서 우리가 직면했던 과제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하드웨어를 만들어내는 거였어요. 멋지고, 가볍고, 가격도 합리적인데, 동시에 엄청난 기능을 가진 기기여야 했죠.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에요. 진짜 중요한 건, 이걸 어떻게 써야 하느냐예요.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쓸 수 있을까? 지금은 스마트폰을 너무 잘 다루니까, 거의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럼 이걸 더 쉽게 만드는 방법은 뭘까?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2년 전 생각보다 훨씬 빨리 AI가 등장해준 게 정말 행운이었어요. AI 덕분에 이런 문제를 훨씬 더 쉽게 풀 수 있는 기회가 생겼죠. 지금의 AI는 사용자의 의도를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가 대충 말만 해도, AI가 방대한 정보를 뒤져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지금의 AI로는 기기를 완전히 제어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되진 못했어요. 내가 원하는 대로 기계를 100% 조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죠. 하지만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뭔지는 명확해졌어요. 그래서 지금이 더 흥미로운 시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하드웨어와 인터랙션 디자인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했는데, 이제는 AI라는 강력한 ‘추진력’이 생긴 거죠. 인터랙션 디자인 측면에서 보면, 사용자가 보고 듣는 것, 주변 상황까지 파악해서 똑똑하게 판단해주는 에이전트가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어요.

이런 변화는 결국 AI가 사용자의 행동과 환경을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훨씬 더 직관적이고 개인화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Reality Labs의 진화와 모바일 이후 세상에 대한 상상

David George: Reality Labs와 그 제품군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Quest 헤드셋, 스마트글라스, 그리고 한쪽 끝에는 Orion이나 제가 시연했던 제품들도 있죠. 이런 시도들이 어떻게 발전해왔고, 어떤 시장을 겨냥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이 흐름이 하나로 합쳐질지 아니면 더 다양해질지 이야기해 주세요.

Andrew Bosworth: Ray-Ban Meta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그냥 스마트글라스를 만들려고 했어요. 모든 하드웨어가 완성되고, 출시까지 6개월 남았을 때 Llama 3가 나왔죠. 그때 팀에서 “이거 꼭 넣어야 한다”고 해서 AI를 추가하게 됐어요.

이제는 이게 AI 글라스가 됐습니다. 이미 폼팩터는 완성돼 있었고, 연산 성능과 오디오도 갖췄죠. 이제는 안경에 대고 질문을 할 수 있게 됐어요.

12월에 저희는 얼리 액세스 프로그램을 통해 “라이브 AI(Live AI)”라는 기능을 선보였어요. Ray-Ban Meta 안경으로 라이브 세션을 시작하면, 배터리가 다 될 때까지 약 30분 동안 안경이 사용자가 보는 장면을 그대로 실시간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겉으로 보면 Ray-Ban Meta는 이전 모델인 Ray-Ban Stories보다 조금 더 발전한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두 제품의 하드웨어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에요. 진짜 변화는 우리가 구현한 상호작용 방식이 훨씬 더 풍부해졌다는 데 있습니다.

Orion처럼 완전한 AR 글라스를 사용해 보면, 스마트폰 이후의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있어요. 만약 이 기기가 예쁘고, 가볍고, 배터리도 오래 간다면 하루 종일 쓰고 다닐 수 있을 거예요. 내가 필요한 모든 게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거죠.

여기에 AI의 능력이 더해지면-예를 들어 아침 식사 재료를 보여주고 AI가 그걸 인식해서 뭘 만들 수 있을지 제안해주는 데모처럼-정말 새로운 경험이 가능해집니다.

David George: 맞아요, 저도 해봤어요. 재료를 보여주고 “Meta, 이걸로 만들 수 있는 요리 뭐 있어?”라고 물었죠. 정말 신기했어요.

Andrew Bosworth: 그게 바로 Orion이 지향하는 모습이에요. 원래는 AI 없이, 기존 스마트폰처럼 전통적인 앱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만들었죠. 당연히 전화, 이메일, 문자, 게임, 인스타그램 릴스 같은 걸 할 수 있게 설계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기기 입력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를 둘러싼 실제 환경까지 파악하는 어시스턴트를 더하는 데에 기대가 큽니다. 지금 이 순간에 사용자가 필요한 것과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연결해 주는 거죠.

이런 개념들은 기존의 앱 모델을 완전히 뒤집는 변화예요.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을 열어야지”가 아니라, “지금 잠깐 시간이 남는데 내가 좋아하는 팀 하이라이트를 볼까?”처럼, 내 상황에 맞춰 기기가 알아서 제안해주는 게 가능해지는 거죠.

그렇다고 해도, 하드웨어 문제는 정말 어렵고 현실적인 장애물이에요. 비용 문제도 마찬가지로 만만치 않죠.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기존 강자를 이길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은 우리 삶의 중심에 있는 기기예요.

집도, 차도, 일도 전부 스마트폰으로 조작할 수 있죠. 이제는 세상 자체가 스마트폰에 맞춰져 있어요. 심지어 냉장고에도 스마트폰 앱이 있을 정도니까요. 좀 과하긴 해도, 그게 현실입니다.

10년 뒤를 내다보면 이런 새로운 기기들이 널리 퍼지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쓰게 될 거라는 건 분명해요. 하지만 5년 안에 스마트폰을 완전히 대체하는 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 5년 안에 스마트폰을 대체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포스트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는 길 만들기

David George: 맞아요. 우리가 익숙한 OS 없이 사는 걸 상상하기가 쉽지 않죠. 그렇다면 그 중간 단계는 어떻게 될까요? 하드웨어가 충분히 좋아지고 시장에 나올 수 있게 되면,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써야 할까요? 아니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생각이 있나요? 이 부분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Andrew Bosworth: 스마트폰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은 이미 우리 삶의 중심에 있다는 거예요. 개발자 생태계도 엄청나게 크고요. 그래서 스마트폰은 훌륭한 중심 기기(앵커 디바이스)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발견한 건, 터치스크린 없이 조작하는 환경에서는 앱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에요. 사실 이건 새로운 통찰은 아니죠. 모바일 초창기에도 많은 사람들이-우리도 포함해서-웹에서 쓰던 걸 그냥 스마트폰에 옮겨놓기만 하다가 실패했거든요.

그때는 “웹을 그냥 모바일에 올리자”라고 생각했는데, 이 방식은 스마트폰의 인터랙션 모델이나 디자인, 레이아웃, 사용감에 전혀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실패했던 거죠. 웹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서비스조차도요.

David George: 이건 마치 스큐어모픽 디자인이냐 네이티브 디자인이냐 논쟁 같네요.

Andrew Bosworth: 맞아요. 개발자 생태계가 크다는 건 분명히 큰 자산이고, 다양한 기능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하지만 이걸 3D 공간에 옮기고, 터치스크린 대신 손가락으로 조작하려고 하면 정밀도가 떨어집니다. 음성 인터페이스도 기본적으로 없고, 그에 맞는 툴이나 디자인도 부족하죠.

그래서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폰 플랫폼이 든든한 기반이 되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오히려 발목을 잡기도 해요.

우리는 파트너십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하드웨어가 더 발전하면, 파트너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죠. 그리고 1,200달러짜리 스마트폰을 사서 다른 기기와 연결해 쓰고 싶은 사용자들을 계속 지원해주길 바라고요.

AI가 앱 모델을 뒤집을 수 있을까?

Andrew Bosworth: 제가 가장 궁금한 건, AI가 기존의 앱 모델 자체를 완전히 바꿔버릴 수 있느냐는 점이에요. 우리는 이 새로운 기기들도 기본적으로 스마트폰과 비슷한 앱 모델을 쓸 거라고 생각했죠. 단지 입력 방식만 다를 뿐이라고 봤어요.

하지만 AI가 이 판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음악을 듣고 싶으면 먼저 “어느 서비스를 쓸까? Spotify일까, Tidal일까?”부터 고민하잖아요. 사실 내가 원하는 건 단순히 음악을 듣는 거예요. “이 노래 틀어줘”라고 말하면 AI가 알아서 최적의 방법을 찾아주는 게 진짜죠.

AI는 내가 어떤 서비스를 이미 쓰고 있는지, 어디가 더 빠르고 음질이 좋은지, 혹은 “이 곡은 여기엔 없지만 다른 서비스엔 있어. 가입해볼래?”처럼 상황에 맞게 안내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는 내가 어떤 앱을 열지 직접 결정하고 조작하는 시대가 아니라, AI가 내 의도를 파악해서 필요한 작업을 알아서 처리해주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거죠. 지금까지는 컴퓨팅이 그런 식으로 진화해왔기 때문에 우리가 앱을 먼저 고르는 게 당연했지만, AI는 이 패러다임 자체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David George: 정말 파격적인 관점이네요.

Andrew Bosworth: 이건 웨어러블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스마트폰 자체에도 해당되는 얘기예요. 만약 지금 스마트폰을 새로 만든다면, 과거처럼 앱스토어를 똑같이 설계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봐요. 지금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어떤 서비스를 쓸지부터 정해야 하니까, 이게 오히려 제약이 됩니다.

AI의 에이전트 능력이 더 강력해질수록, 사용자는 직접 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AI가 알아서 일을 처리해줄 수 있게 될 거예요. 처음에는 지식 기반 작업부터 시작하겠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많이 쓰기 시작하면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이 올 겁니다. 사람들이 “이것도 할 수 있어?”라고 물으면, AI가 “아직 못 해요”라고 답하는 상황이 생기겠죠.

그게 바로 기회의 땅이에요. 이 데이터를 개발자들에게 보여주면서, “매일 10만 명이 이걸 원하고 있어요. 이 사람들은 당신 앱 이름도 모르지만, 이런 쿼리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요. 이걸 연결해주면 진짜 수요가 열릴 겁니다”라고 제안할 수 있죠.

AI가 “이건 유료 서비스예요”라고 안내해서 사용자를 연결해줄 수도 있어요. 그게 설령 실제 사람인 배관공을 연결해주는 일이더라도 말이죠. 결국 여기서 완전히 새로운 마켓플레이스가 만들어질 겁니다. 누군가가 폐쇄된 공간에서 앱 플랫폼을 설계하는 게 아니라, 실제 수요와 실패 경험에서 출발해 개발자들이 그 빈틈을 채우는 방식으로요.

David George: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말 매력적인 미래네요. 브랜드 프리미엄 같은 거 안 내도 된다면 최고죠.

Andrew Bosworth: 현실은 꽤 복잡해질 거예요. 이제는 성능이 가장 중요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테고, 브랜드 이름이 점점 덜 중요해질 겁니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에 의존하는 기업들한테는 쉽지 않은 변화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음악이 어디 서비스에서 나오든 상관없이 잘만 재생되면 그만이에요. 브랜드는 사람들이 자기네 서비스를 신경 써주길 바라지만, 실제로는 점점 그런 부분이 줄어들 겁니다.

David George: 물론 어떤 경우엔 브랜드가 중요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별로 신경 안 쓰게 될 것 같아요.

Andrew Bosworth: 맞아요. 지금처럼 앱들이 사용자의 시선을 잡으려고 경쟁하는 세상에선 브랜드가 중요하죠. 하지만 그냥 좋은 노래를 잘 들려주는 게 중요한 세상에선, 다른 기준이 더 중요해집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 대비 성능이 더 중요해지니까 좋은 변화죠. 하지만 기업들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거예요.

이렇게 되면 AI, 혹은 AI를 공급하는 회사에 대한 신뢰가 훨씬 더 중요해집니다. 만약 여러 회사의 AI 서비스를 오가게 된다면, 그들이 뒤에서 돈 받고 특정 경험만 추천하는 건 아닌지, 정말 내게 최선의 결과를 주는 건지 믿을 수 있어야 하니까요.

David George: 사실 지금도 그런 고민이 있죠. 완전히 다른 세상이네요.

Andrew Bosworth: 맞아요. 하지만 이미 이런 변화의 시작이 보이고 있어요. 일부 기업들은 새로운 AI 제공업체와 협력해 에이전트 기반 작업 자동화에 나서고 있죠. 그런데 막상 해보면 “잠깐, 그냥 봇이 다 처리하는 건 싫고, 실제 사람이 우리 서비스로 찾아오길 원해”라는 반응도 나옵니다. 결국 수요와 직접 연결되는 관계가 자기들한텐 생존의 문제처럼 느껴지거든요.

이런 변화가 시장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브랜드 프리미엄 없이 더 나은 경험을 누릴 수 있으니 훨씬 밝은 미래라고 생각해요.

AI 시대의 성능과 가격 경쟁

David George: 시장이 꽤 혼란스러워지겠지만, 아마 피할 수 없는 변화일 거예요. 사람들이 점점 더 AI가 중간에서 조율하는 환경에 익숙해지면, 기업들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겠죠. 고객들이 이미 그쪽에 있을 테니까요. 아마 이 변화에 먼저 뛰어드는 집단도 생길 거고, “브랜드보다 성능과 가격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으로 기존 강자들과 경쟁하려 할 겁니다. 이런 변화가 가장 먼저 일어날 분야는 어디라고 보세요?

Andrew Bosworth: 좋은 질문이에요. 아마 쿼리(검색·요청)량이 많은 분야에서 먼저 시작될 것 같아요. 이미 비슷한 모델을 웹 시대에 봤죠. 구글이 시장을 장악하기 전에는 웹이 전부 인덱스 기반이었어요-야후나 링크 구조처럼요. 트래픽을 받으려면 다른 소스에서 내 사이트로 링크를 걸어주는 게 중요했죠. 그런데 구글이 몇 년 만에 시장을 장악하면서, 이제는 SEO, 즉 검색 쿼리에서 내 위치가 전부가 됐어요.

그게 결국 어떤 비즈니스가 성공하는지를 결정하게 됐죠.

David George: 맞아요. 예를 들어 여행 사이트가 그렇죠.

Andrew Bosworth: 여행 산업은 정말 빠르게 변화했어요. 불과 몇 년 만에 여행사가 당연하던 시대에서 거의 사라지는 상황이 됐죠.

David George: 그리고 그 경쟁은 결국 누가 더 좋은 가격을 내놓고, 누가 더 빠르게 거래를 성사시키느냐로 이어졌어요.

Andrew Bosworth: 이제는 SEO가 오히려 상황을 더 안 좋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SEO에 너무 능숙해졌고, 특히 이제는 AI까지 결합되면서 더 심해졌죠.

David George: 완전히 동감해요. 이제는 시스템을 ‘게임’하는 수준이죠.

Andrew Bosworth: 맞아요. 한때는 경쟁이 평평해졌던 시기도 있었는데, 요즘은 다시 유료 광고가 검색 결과를 장악하면서 편향이 심해지고 있어요. 이게 아마 AI 시대에도 경계해야 할 부분일 겁니다.

저는 그래도 황금기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쿼리 스트림을 보면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나고, 개발자들은 그 수요를 따라가게 될 겁니다. 각 분야별로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소비자들은 더 나은 솔루션을 빠르게 만나게 될 거예요.

하지만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또다시 꼼수와 편법이 등장하기 시작하겠죠.

David George: 그게 바로 시장이 침체되는 시기네요. 결국 AI 레이어가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고 얼마나 건강하게 진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네요.

오픈소스, Llama, 그리고 AI 생태계 확장 전략

주제를 바꿔보죠. 오픈소스 분야에서 앞장서고 계신데, 그 노력에 대해, 그리고 AI 모델의 이상적인 시장 구조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ndrew Bosworth: Llama는 FAIR, 즉 저희 Fundamental AI Research 그룹에서 나왔어요. 이 그룹은 항상 오픈소스를 지향해왔죠. 그래서 다양한 연구소와 협업하면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훌륭한 연구자들을 끌어올 수 있었습니다.

이건 저희만의 일이 아니에요. 트랜스포머 논문은 구글에서 나왔고, 셀프 슈퍼바이즈드 러닝은 저희가 크게 기여했죠. 모두가 함께 기여하고 있습니다.

Llama를 공개할 당시만 해도 주요 모델들은 전부 오픈소스였어요. 그 이후로는 대부분 닫힌 모델이 됐죠. 하지만 그 전까지는, 모델에 가치가 있다면 오픈소스로 공개해서 사람들이 쓸 수 있고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일반적이었어요.

Llama 2는 중요한 결정의 순간이었어요. 그때부터 제가 강하게 주장했고 Mark도 믿었던 신념이 작동하기 시작했죠. Mark도 이 부분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런 모델들은 오픈되어야 합니다. 첫째, 그래야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가장 큰 혁신은 대형 연구소가 아니라 작은 연구팀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중국의 DeepSeek를 보세요. 엄청난 압박 속에서도 메모리 아키텍처 등에서 혁신을 이뤄냈죠. 정말 놀라운 결과입니다.

둘째, 이건 전형적인 보완재의 범용화 전략이에요. 저희 제품은 AI가 더해질 때 더 좋아지기 때문에 오랫동안 투자해왔습니다. 추천 시스템, DM 상단에 누구를 보여줄지, WhatsApp의 의미 기반 검색 등, 이런 것들이 모두 AI로 더 좋아집니다.

그리고 모두가 같은 모델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해도, 저희 제품을 똑같이 만들 수는 없어요. 이런 비대칭성이 오히려 저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죠.

그래서 저희 입장에서는, 기초 모델을 범용화하는 게 비즈니스적으로도 좋은 선택입니다. 경쟁력 있는 가격, 혹은 거의 무료인 모델이 많아질수록 전체 생태계가 성장하고, 스타트업, 학계, 그리고 저희 같은 플랫폼 사업자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David George: 그럼 비즈니스 모델과 사회적 진보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거군요?

Andrew Bosworth: 맞아요. 오픈 리서치에 대한 신념과 저희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일치합니다. 충돌되는 부분이 없어요.

포스트 모바일 시대의 주요 리스크

David George: 이번에는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장애물, 즉 이 비전이 직면한 위험 요소들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어요. 하드웨어, AI 성능, 비전 시스템, 디스플레이, 해상도 같은 문제들이 있죠. 개발자 생태계나 네이티브 제품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이 중에서 어떤 건 단순히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고, 어떤 건 진짜 위험 요소라고 보시나요?

Andrew Bosworth: 저희가 정말로 직면한 건, 아예 새로운 걸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불확실성이예요. 우리가 만들고 싶은 걸 지금은 아무도, 우리조차도 만들 수 없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도 가능성은 보인다고 생각해요. Orion을 보면 알 수 있죠. 실제로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비용을 낮추고 소재를 더 개선하는 거예요. 그래서 기술적으로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것도 큰 도전이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이 실제로 이걸 받아들이고 일상에서 쓰게 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이걸 사회적으로 받아들일까요? 새로운 방식의 사용법을 배우려고 할까요? 우리 모두는 예전에 타이핑을 배웠고, 이제는 휴대폰이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지죠. 과연 사람들이 또다시 새로운 걸 배우려고 할까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까요?

그리고 생태계 불확실성도 있습니다. 우리가 기기를 만든다고 해도, 이메일이나 Reels 정도만 할 수 있다면 그건 충분하지 않아요. 일상에서 쓰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이 다 지원돼야 합니다.

하드웨어 쪽은 우리가 가는 방향에 대해 꽤 자신감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대중적 수용성 측면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건 항상 확실했던 건 아니지만, Ray-Ban Meta 안경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어요. 사람들이 이런 형태의 기술은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미묘한 규제와 사회적 이슈가 있어요. 이제는 항상 켜져 있으면서 인간 이상의 감각을 가진 기기가 생기는 거니까요. 시력도 더 좋아지고, 청력도 더 좋아지고, 기억력도 더 좋아지는 셈이죠.

예를 들어, 2년 뒤에 당신을 오프라인에서 다시 만났는데, “아, 우리 예전에 팟캐스트 같이 했었지. 이름이 뭐였더라?” 이런 질문을 기기에 할 수 있을까요?

내 기억을 보완하는 도구를 써도 될까요? 그게 바로 당신 얼굴이니까요. 만약 내가 원래 기억력이 좋았다면 그냥 알았을 텐데,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걸까요?

이런 기술에는 깊은 프라이버시와 사회적 수용성 문제가 내포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슈들이 모든 걸 망칠 수도 있어요.

David George: 맞아요. 선을 넘으면 바로 제재를 받을 수도 있죠.

Andrew Bosworth: 맞아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선을 넘으면, 그 기술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어요. 원자력도 그랬죠. 지금 와서 보면 그렇게까지 심각한 이유는 아니었는데, 당시에는 대중을 무시한 결과 수십 년 동안 발전이 막혔어요.

그래서 발명 자체는 자신 있지만, 대중적 수용성은 좋아지고 있긴 해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예전엔 생태계가 가장 큰 리스크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AI가 그 문제를 해결해줄 열쇠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AI가 주된 인터페이스가 되면, 그 자체로 기기와 함께 움직이게 되니까요. 그리고 Ray-Ban Meta만 봐도-Orion까지 가지 않아도-이걸 기반으로 뭔가 만들고 싶어하는 기업들의 관심이 예상보다 훨씬 높았어요.

아직 제대로 된 플랫폼도 아니고, 연산 성능이나 저장 공간도 거의 없는데도 말이죠. 그래도 Be My Eyes 같은 파트너와 협력해서 시각장애인이나 저시력자들이 세상을 더 잘 탐색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정말 멋진 일이죠.

이게 바로 앞으로 가능한 일들을 보여주는 사례예요. 반응도 기대 이상으로 긍정적이었고요.

그래서 지금은 모든 게 순풍을 타고 있다고 느껴요. 8~9년 동안 역풍만 맞다가, 이제 1년이라도 순풍이 부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David George: 아직 축배를 들긴 이르지만, 좋은 흐름이네요.

Andrew Bosworth: 모든 게 쉽지 않아요. 그리고 언제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David George: 혁신 자체가 가능한지에 대한 불확실성부터 이야기하는 게 좋네요. 아무리 기술적으로 성공해도, 실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는 길이 많으니까요.

비전에 대한 확신

Andrew Bosworth: 맞아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첫째, 여기에는 Mark의 공이 정말 큽니다. 저희는 진심으로 믿고 있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어요. Mark는 이게 다음 세대의 혁신이라고 확신하고 있고, 이런 변화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직접 이걸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 저희 수석 과학자인 Michael Abrash는 ‘기술은 언젠가 저절로 발전한다’는 환상에 대해 자주 얘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는 되겠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멈추고, 시간과 돈, 노력을 쏟아부어야만 새로운 걸 만들어낼 수 있어요. 저희가 바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게 저희와 다른 회사들의 차이점이에요. 저희는 이 비전을 뼛속까지 믿고 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마치 Xerox PARC에서 했던 일처럼,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는 작업이에요. Licklider가 말했던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uman-in-the-loop)도 지금 AI와 함께 현실이 되고 있죠.

이런 기회는 정말 드문 순간이에요. 한 세대에 한 번, 아니면 두세 세대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일입니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예요. 저희는 반드시 해낼 겁니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신념이나 노력이 부족해서 실패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David George: 좋네요. 고마워요, Boz.

Andrew Bosworth: 고마워요.


원문: What Comes After Mobile? Meta’s Andrew Bosworth on AI and Consumer 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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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 CTO Andrew Bosworth가 말하는 AI와 소비자 기술의 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