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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일을 더 잘하기 vs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기

기존 일을 더 잘하기 vs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기
크리스 딕슨

기존 일을 더 잘하기 vs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기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우리는 보통 두 가지 방식으로 그 기술을 활용하게 됩니다. 첫째, 기존에도 할 수 있었던 일을 더 빠르고, 저렴하고, 쉽게, 혹은 더 높은 품질로 “더 잘” 하게 만드는 경우입니다. 둘째, 이전에는 아예 불가능했던 “완전히 새로운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경우입니다. 신기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대체로 첫 번째 방식, 즉 기존 일을 개선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이 쏠리지만, 결국 세상에 더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두 번째, 즉 완전히 새로운 일을 가능하게 하는 쪽입니다.

기존에 하던 일을 더 잘하는 데 초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상상하기가 훨씬 쉽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연극을 카메라로 찍는 수준이었죠. 사실상 더 많은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연극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영화만의 고유한 영상 언어가 생겨났습니다. 전기 그리드(전력망)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가스등이나 촛불보다 더 밝고 편리한 조명을 제공하는 데 그쳤지만, 진짜 혁신은 수십 년이 지나 다양한 전기 기기들이 전력망에 연결되면서 전기 생태계가 풍부해지면서 나타났습니다. 웹 역시 초기에는 편지쓰기나 통신판매처럼 인터넷 이전에 존재하던 것들을 디지털로 옮기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서야 소셜 네트워킹, 크라우드펀딩, 암호화폐, 집단 지식 창고 등 인터넷에서만 가능한 ‘인터넷 네이티브(internet native)’ 아이디어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신기술을 평가할 때 사람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기존의 일을 더 잘하는 것’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평가할 때 더 빠르고 저렴한 글로벌 결제 같은 부분에만 주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런 기능도 중요하고 꼭 필요하지만, 사실 이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정말 흥미로운 부분은, 예전에는 아예 만들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아닌 사용자들이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인터넷 서비스 같은 것이죠. 또 다른 예로는 웹 서비스 형태로 설계된 비즈니스 생산성 앱이 있습니다. 초기의 Salesforce 같은 제품은 기존 온프레미스 소프트웨어보다 접근이 쉽고 유지비가 저렴했습니다. 반면 Google Docs, Figma, Slack 같은 최신 생산성 앱들은 실시간 협업이나 다른 앱과의 유기적인 연동 등,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업자들은 보통 오랜 시간 동안 해당 기술에 깊이 몰입한 끝에 중요한 통찰을 얻게 됩니다. 이들이 처음 내놓는 제품은 장난감처럼 보이거나, 낯설고 진지하지 않아 보이거나, 비싸고 심지어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제품들은 점점 개선되고, 세상도 서서히 이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런 변화가 실제로 자리 잡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지금도 암호화폐, 머신러닝, 가상현실 같은 신기술들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바일 기기, 클라우드, 소셜 네트워크, 심지어 인터넷 자체처럼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기술들조차도 아직 발전의 초입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런 기술 위에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네이티브 제품들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입니다.


원문: Doing old things better vs doing brand new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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