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는 그저 시작점일 뿐이다. 진짜 용기가 필요한 일은 ‘주장’을 만드는 것, 즉 “그래서 뭐가 중요한가?”에 답하는 가설과 관점을 세우는 것이다.
제 커리어 초반, 저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Gap 본사에서 정말 똑똑한 동료들과 함께 일할 기회를 가졌어요. 그곳에서 일하게 된 게 너무 신나고 기대돼서, 근무가 끝난 뒤에도 시장에서 어떤 스타일이 유행하는지 ‘트렌드 보드’를 따로 만들어가며 열심히 준비했죠.
“요즘 하이엔드 디자이너들이 체크무늬(plaids)를 많이 쓰는 것 같아요.”
“레깅스 판매는 꾸준히 오르고 있는데, 바지 판매는 비슷한 수준이에요.”
“올해는 많은 브랜드들이 액티브웨어(active wear) 라인을 새로 내놓고 있어요.”
이렇게 인사이트를 찾아내고 공유할 때마다 스스로 뿌듯했고, 다른 사람들도 저를 인정해줄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인사이트는 시작에 불과하다
제 매니저의 상사였던 Susie Park라는 분이 계셨는데, 정말 뛰어난 실력을 가진 분이었어요. 제가 무드 보드를 들고 사무실 문을 두드릴 때마다 Susie는 항상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뭘 해야 하지? 네가 제안하는 건 뭐야?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저는 Susie의 질문에 제대로 답한 적이 거의 없었어요. 제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찾아낸 정보를 가지고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냐는 질문을 매번 받으니 답답하더라고요.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몇 년이 지나서야 깨달았습니다. Susie는 저에게 인사이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알려주려 했던 거예요.
인사이트는 그저 시작일 뿐입니다. 인사이트를 내놓는다는 건, 내가 호기심이 있고, 관찰력이 있으며,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민감하게 포착하고 있다는 신호죠.
하지만 그 다음 단계에서야 비로소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정말 쉽지 않고, 용기가 필요한 일은 바로 ‘주장(Assertion)’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인사이트, 제안, 주장은 어떻게 다를까?
인사이트를 말한다는 건, 내가 뭔가를 관찰하고 그 점을 짚어냈다는 의미예요. “이런 게 있더라” 하고 주목을 끄는 거죠. 동료들은 “음, 흥미롭네. 알아두면 좋겠다” 정도로 반응할 수 있어요. 그리고 각자 자기 일로 돌아가죠. 결국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제안을 한다는 건, 내가 몇 가지 선택지를 추천하는 거예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하면서 여러 옵션을 내놓는 거죠. 하지만 결국 최종 결정은 상사가 내리기 때문에, 진짜 책임은 내게 있지 않아요. 결정권자가 그 선택에 대한 부담과 책임을 지게 됩니다.
주장을 내세우는 순간,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이제는 내가 직접 책임을 져야 하죠. 내 의견에 내 무게가 실리고,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도 내 생각에 동의하도록 설득해야 하고, 그만큼 내 입장이 분명해집니다.
주장은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주장은 일종의 내 논제, 내 입장 선언이에요. 보통 다음 세 가지가 들어갑니다.
- 실행 중심의 태도: 단순히 사실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여러 정보를 연결하고 상황을 해석해서, 이걸 바탕으로 우리 팀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까지 제시하는 거죠. 주장은 반드시 “그래서 뭐가 중요한가?”에 답해야 합니다.
- 확신이 담긴 관점: 이 주장에 대해 내가 충분히 믿음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이렇게 해야 한다”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해요. 주장은 자연스럽게 내 입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성격을 띱니다.
- 책임감: 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시도해보는 데 내가 책임질 각오가 되어 있다는 뜻이에요. 내가 이 일의 담당자가 되겠다는 거죠. “내가 결정권자라면 이렇게 하겠다, 이 방향을 밀겠다, 이 선택에 내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입니다.
주장은 나만의 관점이 담겨야 한다
그냥 사실(fact)만 나열하면, 그건 그저 정보일 뿐이에요.
하지만 그 사실을 내가 해석하면, 거기에 의미와 맥락이 생깁니다.
중요한 건 여기저기 흩어진 단편적인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들을 ‘내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거예요. 여기에는 내 배경, 쌓아온 경험, 가치관, 데이터를 해석하는 방식, 직감, 그리고 내 판단력이 모두 녹아들죠. 이런 것들이 모여서, 단순한 인사이트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린 ‘주장’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만약 그냥 시키는 대로만 정확히 따라 하면 된다면, 매니저는 Upwork에서 프리랜서를 구하면 됩니다. 그 사람들이 여러분보다 훨씬 저렴하죠. 그리고 그보다 더 저렴한 건 Claude나 ChatGPT 같은 AI입니다.
반복적이고, 명확하게 정의된 일이라면 AI가 사람보다 훨씬 잘해낼 수 있어요. 우리가 여러분에게 기대하는 건,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여러 정보를 연결해서 패턴을 읽어내고, 그게 어떤 의미인지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까지 제시하는 것 말이죠.
하나의 사건을 열 명이 겪으면, 열 가지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같은 사건을 겪고도 머릿속에서 열 가지 주장을 떠올릴 수 있죠. 진짜 어려운 건 그중에서 내가 책임지고 밀고 갈 하나를 고르는 겁니다. 우리가 듣고 싶은 건, 당신이 어떤 선택을 했고 왜 그걸 골랐는지예요.
누군가 인사이트나 제안을 흘려들어도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장은 다릅니다. 주장은 행동을 요구하죠. 할 건지 말 건지, 예스냐 노냐, 선택이 필요합니다. 이게 바로 앞으로 나아가는 힘입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주장을 내세운다는 것
“내가 정말 100% 확신이 있을 때만 주장을 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모든 답을 다 알고 있다는 뜻이 아니니까요. 새로운 걸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는 원래 일이 복잡하고, 누구도 정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무도 정답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장이 더 큰 가치를 갖는 겁니다.
왜일까요?
첫째, 무엇을 해야 할지 참고할 만한 과거 사례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분기보다 성과가 더 좋았는지 비교할 기준도 없고,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명확한 이정표도 없습니다.
둘째, 새로운 일을 할 때는 남들이 한 걸 그대로 따라 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가진 자원, 활용할 수 있는 수단, 제약 조건이 따라 하고 싶은 조직과는 다르기 때문이죠. 설령 그들이 했던 걸 똑같이 따라 해도,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는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내가 100% 확신이 없더라도, 주장을 내세우는 것이 프로젝트를 진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죠.
다만, 내 말이 내 의도와 의미, 그리고 내가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드러내야 한다는 점은 꼭 유념해야 합니다. 확신이 없으면서도 마치 확실한 것처럼 말하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에요.
주장을 만들 때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한 구조는 이렇습니다.
“X라는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Y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X와 Y를 고려했을 때 우리는 Z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게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A와 B 때문입니다. 만약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면 C라는 위험이 있을 수 있지만, 그 경우엔 D로 대응할 계획입니다.”
즉, “저는 이 아이디어가 실제로 실현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고 밀어붙일 각오가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작동할지 충분히 고민했고, 만약 잘못되더라도 책임지겠습니다”라는 태도를 보여주는 거죠.
질문만 던지지 말고, 답도 제시하라
많은 사람들이 똑똑한 질문을 던지고 거기서 멈춥니다.
좋은 질문을 하는 건 시작일 뿐, 그걸로는 부족해요. 그게 1단계라면, 2단계는 그 질문에 대한 내 답을 주장하는 겁니다.
질문만 던지고 끝내면, 상대방이 100% 책임지고 답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눈에 잘 안 보이는 해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를 다룬다고 가정해봅시다. 변수도 많고,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뭔가 하나만 바꿔도 의도치 않은 결과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죠.
이럴 때는 부담감도 큽니다.
이런 어려운 문제라면, 상대방도 이미 수없이 스스로에게 똑똑한 질문을 던져봤을 가능성이 높아요. 단순히 질문만으로 해결될 일이었다면, 이미 답을 찾았겠죠.
질문만 던지지 마세요. 진짜 프로, 뛰어난 인재들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도 함께 내놓습니다. 모든 걸 다 안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이 제시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대한 분명한 관점은 가지고 있죠.
답을 주장하면 대화가 앞으로 나아갑니다. 빈칸을 채워주기 때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 내 주장, 직감, 추천, 해석을 솔직하게 공유하세요. 그래야 팀이 더 빠르고 더 나은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이겁니다. 질문을 던지는 것도 좋지만, 그 질문에 내 주장을 더하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질문을 할 때는, 내 생각과 답도 함께 나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주장을 내세우는 데는 용기가 필요한 이유
내 주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 틀릴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동료나 상사가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죠.
사람은 누구나 반대 의견을 듣는 게 불편하고, 틀리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사이트나 제안까지만 말하고, 그 다음 단계인 주장은 회피하면서 이런저런 “그럴듯한” 이유를 붙입니다.
“내가 말했어도 어차피 별 영향 없었을 거야.”
“느낌은 있는데, 확실히 말하려면 데이터가 더 필요해.”
“내가 뭘 주장할 자격이 있겠어? 여기 리더들이 나보다 훨씬 잘 아는데.”
주장을 내세우는 건 팀을 위한 배려이기도 합니다. 내 주장에 누군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팀이 문제나 해결책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니까요. 결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거죠.
인사이트는 흔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제안은 그보다 낫지만, 여전히 책임을 회피할 여지가 있죠. 반면, 주장은 불확실함 속에서도 치열하게 고민하는 진짜 프로의 영역입니다.
주장을 내세워야 아이디어가 현실이 됩니다. 공이 굴러가기 시작해야, 그걸 바탕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빠르게 개선해나갈 수 있습니다.
팀에서 그 첫 단추를 끼우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 될 수 있습니다.
원문: Why high performers make assertions: The difference between insights, suggestions, and assertions
blog by ash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