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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피치: 내 아이디어에 딴지를 거는 사람들

모든 제품 카테고리에는 회의적인 밈이 있다

안티 피치: 내 아이디어에 딴지를 거는 사람들

낙관론자는 피치(Pitch)를, 회의론자는 안티 피치(Anti-Pitch)를 말한다

피치(Pitch)는 — 업계에서는 ‘엘리베이터 피치’라고도 부르죠 — 테크 업계에서 거의 신성하게 여겨집니다. 우리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그 작동 원리, 왜 성공할지 명확하게 짧게 설명합니다. 30초면 충분하죠. 테크 업계는 이 엘리베이터 피치를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그것이 바로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는 공식이기 때문이죠.

회의론자(부우~)가 들고 나오는 건 ‘안티 피치’입니다.

안티 피치는 본질적으로 상대를 좌절시키려는 빠른 한 줄짜리 멘트입니다. 피치의 한 지점을 꽉 붙잡아서, 단번에 당신을 깎아내리죠. 정신 차리지 않으면 진짜로 한 방에 무너집니다.

실제 대화에서는 이런 식으로 등장합니다:

  • 새로운 생산성 아이디어? “이런 건 만들려면 4년이나 걸려요, 자금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가고. 대기업 대상 영업할 실력이나 갖추셨나요?”
  • 새로운 AI 아이디어? “여기 너무 경쟁 치열하지 않나요? 방금 전에도 똑같은 아이디어 본 것 같은데. 그냥 GPT 감싸는 서비스 아닌가요? OpenAI가 금방 기능 추가하면 어쩌죠?”
  • AI가 아닌 아이디어? “AI는 넣어볼 생각 안 하셨어요?”
  • 새로운 소셜앱? “Instagram이나 YouTube 같은 네트워크 효과가 너무 강해서 살아남기 힘들걸요. 초대 기반 채널도 다 죽었고. 운 좋게 성공해도 대형 앱이 탭 하나 만들고 금방 베낄 텐데. 요즘 광고로 돈 버는 것도 정말 어려워졌고요…”
    새로운 데이팅 앱? “데이팅 앱은 진짜 힘들죠. 유저들은 짝 생기면 다 떠나버리잖아요. 잘 돼봐야 Match Group이 소액 인수하는 게 전부죠…”
  • 새로운 소비자 하드웨어 아이디어? “연말 시즌은 악몽이에요. 재고 너무 만들면 회사 망하고, 적게 만들면 기회 날리죠. 심지어 성공해도, 중국에서 바로 베껴서 쏟아낼 거고요…”
  • Cursor for X 같은 신규 경쟁사? “최근 몇 달 사이에 이런 거만 10개는 봤는데요? 이미 너무 포화 상태라 돌파구 찾기 쉽지 않을 겁니다. XYZ 카테고리에서도 이미 실패한 사례 못 보셨나요?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 새로운 VR 아이디어? “Apple Vision도 안 팔리던데요. 사람들이 과연 얼굴에 고글 쓰고 싶어 할까요? 수백만 개 팔렸다는 뉴스는 봤지만, 정작 다들 안 쓰잖아요?”
  • 새로운 온라인 에듀테크 아이디어? “이미 무료 콘텐츠가 너무 많아요. 실질적으로 YouTube가 가장 큰 경쟁자인 거 아닌가요? AI가 교육 완전히 뒤집는다면서요?”
  • 새로운 구독 서비스 아이디어? “또 구독이요? 그냥 다들 해지하지 않나요? 결국 Prime 같은 데 통합되는 거 아닌가요?”
  • 아니면 이런 것도 있죠:
    • 정말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 “시장 리스크 엄청 큰 거 아니에요? 고객 검증은 해보셨어요?
    • 기존 아이디어에 새로운 게 더해진 버전? “진짜, 또 XYZ 앱인가요?”

이런 예시는 끝도 없이 나올 수 있습니다. 분명 여러분도 늘 들어보셨을 겁니다. 회의론자들에게 이건 정말 애정이 가는 무기죠. 그리고 가끔은 우리 자신도(물론 말로 하지는 않더라도) 이렇게 생각해볼 때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안티 피치는 게으른 생각 방식이다

사실, 안티 피치는 본질적으로 게으른 생각 방식입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일은 본래 어렵고, 대부분 실패로 끝나기 마련이죠. 테크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이라면 매년 수만 개의 스타트업이 자금을 받고도 겨우 1~2%만 성공한다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99%의 경우에서 회의론자가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식으로만 생각한다면, 세상에 새로운 것은 나올 수 없습니다. 다행히도, 세상에는 수많은 스타트업 창업자가 어려움 앞에서도 끈질기게 도전하니 그나마 새로운 것이 탄생합니다. 사실, 과거에는 인터넷이나 Uber 같은 혁신도 안티 피치로 폄하되었지만, 시간이 지나 보면 그런 비판이 결국 허무하게 느껴지죠.

그렇다면, 낙관적인 창업자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택지

안티 피치에 마주한 낙관론자에게는 몇 가지 대응책이 있습니다:

  •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기(“저 사람 생각에는 관심 없어요.”)
  • 비판을 받아들이고, 이후 그 내용을 논리적으로 해소하기
  • 그냥 끝까지 부정하기

이런 대응은 상황에 따라 모두 괜찮지만, 각각 쓰임새가 다릅니다.

무시하기

안티 피치가 만약 당신의 이상적인 고객, 영입하려는 인재, 혹은 투자자 같은 중요한 사람에게서 나온다면 상황이 좀 다릅니다. 하지만 대개는, 무의미한 사람들에게서 회의적인 말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만난 구시대적 업종 종사자가 열린 마음이 없는 경우, 굳이 그 사람을 설득할 필요도 없고, 그들의 생각에 신경 쓸 이유도 거의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그냥 신경 끄는 게 상책입니다. 더 심한 경우로는, 아예 비판만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많은 주류 언론 기자들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최근 10년간 신제품을 깎아내려 광고 트래픽으로 수익을 내는 업계가 생길 정도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정말 무시하는 게 답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안티 피치가 진짜 의미 있는 주체, 예를 들어 당신이 꿈꾸는 이상적 고객에게서 나올 때도 있습니다. 그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건 정말 중요한 질문입니다. 경우에 따라, 그들은 단순히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Henry Ford(헨리 포드)의 ‘더 빠른 말’ 일화처럼, 고객의 수요가 막상 자신도 모른다는 점을 보여 주죠. 특히, 창의적이거나 감각적인 요소가 중요한 아이디어라면 더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디자인이 정말 좋은 이메일 앱’을 만들었다고 주장만으로 이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그 제품이 사용자에게 어떤 감정과 느낌을 주는지는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알기 어렵습니다. 영화 줄거리를 설명받는 것과 비슷하죠. 써보지 않으면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비판이 진짜 아픈 순간은, 바로 당신의 이상적 고객이 ‘무엇을 하려는지는 이해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반대할 때입니다. 이럴 땐 그 고객이 예상보다 ‘후기 채택자’일 수도 있고, 또는 당신이 해결하려는 본질적 문제엔 관심이 많지만 당신의 해결 방식이 맘에 들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비판에는 종종 쓴소리, 즉 진짜 도움이 되는 부분도 담겨 있으니 반드시 귀 기울여야 합니다.

받아들이고, 비판에 답하기

안티 피치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그 메시지가 때로 밈(meme)처럼 단순하다는 데 있습니다. 한두 마디로 당신 아이디어의 특정 포인트를 잡고 모든 걸 부정적으로 몰아가죠. 이런 경우, 일단 그 비판을 인정하는 전략을 쓸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맞아요, 저희가 투자 받은 10번째 강아지 AI 앱인 것 같지만…” 같은 식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말한 뒤에는 정말로 흥미롭거나 창의적인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이 전략은 정말 새로운 가치를 제시할 때 특히 효과적입니다. 즉, 타이밍과 혁신성이 핵심이란 뜻이죠. 그래서 AI 전성기인 지금, “우리는 이 카테고리에서 열 번째 제품일 수 있지만, 진짜 AI 네이티브 제품은 저희가 처음입니다. 아무도 못하는 세 가지 기능이 있죠.” 이렇게 반박하면 상대 설득도 쉬운 편입니다. 단, 반드시 실제 혁신이나 인사이트가 뒷받침돼야만 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의 하드웨어를 깎아내렸는데, 뜬금없이 변죽만 울리며 혁신성을 강조하고 정작 재고·판매 중심 문제 등 근본적 비판을 피해가면, 오히려 ‘아무것도 모른다’는 인상만 줄 수 있습니다.

가장 위험한 건, 안티 피치가 던지는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버리는 겁니다. 상대가 놓은 함정에 빠져 그 프레임 안에서 방어하려고 들면, 이미 흐름이 넘어가버린 상태라 쉽지 않게 됩니다.

부정하기

가끔 예를 들어서, 레스토랑 추천 AI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으면 “그래도 Yelp(옐프) 같은 사업이 어려운 이유가 있거든요” 식으로 안티 피치가 튀어나옵니다. 이럴 때, “우린 Yelp랑 아무 상관 없어요”라며 선을 긋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저희는 Yelp랑 다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오히려 그 비슷한 범주 안에 끌려 들어간다는 사실입니다. 이건 정치인들이 곤란한 질문 받았을 때 자주 겪는 딜레마와도 비슷하죠. 예를 들어, 정치인에게 “XYZ 행동이 범죄라고 생각하나요?”라고 물었을 때, “난 결코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툭 내뱉으면 오히려 모두가 그를 범죄자로 인식하게 됩니다.

Pepsi(펩시)도 이 전략을 영리하게 활용했습니다. “우리는 코카콜라(Coca-Cola)와는 다르다”라고 광고하면서, 동시에 은근히 ‘어차피 똑같은 카테고리의 음료’라는 프레임을 받아들였던 셈이죠. 사실, ‘Yelp와 비교하지 말고, Booking.com(부킹닷컴)이나 ChatGPT(챗GPT) 같은 훨씬 더 성공적인 서비스와 비교해달라’는 식으로 프레임을 전환하는 편이 훨씬 더 영리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대비를 강조하면 유사성을 강화하는 효과가 생깁니다.

그래서 ‘무조건 부정하기’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지만, 더 현명한 방향은 아예 논점을 새로운 프레임으로 유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안티-안티 피치는 ‘좋은 피치’다

창업자라면 곧 깨닫게 되는 게, 기존 피치가 똑같은 비판만 계속 유발한다면 전략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게임이론처럼, 결과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피치의 포인트와 메시지 자체를 바꿔보는 거죠. 예를 들어, 처음에는 그냥 ‘도박 앱입니다’라고 했다가 규제 리스크 관련 욕만 먹었다면, 이후에는 ‘예측 시장(예측 기반 플랫폼) 서비스’로 피치의 방향을 전환합니다. 비판의 결을 바꿀 수 있고, 때로는 더 나은 해법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창업자는 수많은 피치 미로(피치 메이즈)를 헤치고 나가는 셈입니다. 한 방향에서 막히면, 다른 길을 찾고, 계속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거죠. 저는 이걸 ‘피치 미로(Pitch Maze)’라고 부르고 싶네요.

게다가, 거의 모든 신제품 아이디어는 최소 다섯~열 가지 방식으로 피치가 가능합니다. 어떤 피치는 팀과 사람에 강조를 두고, 다른 피치는 고객 니즈에 초점을 맞춥니다. 기능이 여러 개라면, 각각의 특징을 살려서 각각 다른 피치로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다양한 피치적 변주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창업자에게 더 많은 전략의 자유를 준다는 사실입니다. 각각의 피치 방향마다, 비판과 의심, 반응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바로 자신이 대응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길을 택할 수 있다는 점이죠.

피치로 배우는 과정

안티 피치에도 분명 현실적인 진실이 담겨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VR(가상현실) 아이디어가 힘든 이유는 VR 플랫폼 생태계 자체가 잘 안 돌아가기 때문이죠. 이런 현실적 합의나 업계의 어려운 흐름을 완전히 무시한 채 달려가면 토론에서는 이길 수 있어도 실제 데이터와 통찰은 놓치게 됩니다. 특히, 이런 비판이 업계 전문가나 실제 고객처럼 내공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온 경우에는 더더욱 귀담아 들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순히 ‘피치만 피치만’ 하는 식보다, 안티 피치의 목소리 또한 듣는 걸 적극 권장합니다. 어릴 적 영업 현장에서는 ‘쇼 업 앤 쓰로 업(show up and throw up)’이라는 표현이 있었죠. 초보 영업사원이 고객 미팅에 나가면, 고객이 뭘 원하는지는 듣지도 않고 자기 말만 잔뜩 늘어놓다가 그대로 떠나버리는 모습을 비유한 말입니다. 진짜로, 안티 피치에는 깊은 진실이 숨어 있을 때가 많고, 창업자는 이런 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봐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저는 늘 낙관적인 창업자를 응원합니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하니까요. 그러니 회의론자 분들도, 이제는 귀 기울일 차례입니다 :).


원문: The Anti-Pitch: When haters hate your startup id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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