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걸린 중요한 순간,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도전 앞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
대부분의 훌륭한 팀들은, 크고 야심찬 목표를 실행하는 데 있어서 명확하게 정의되고 잘 전달된 목표만큼 강력한 동력은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때로는, 평소보다 훨씬 더 중대한 상황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이런 순간에는 목표에 대한 집중력, 실행력, 그리고 명확성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요구됩니다. 저는 이런 조건들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만들어냈고, 제 커리어 내내 이 프레임워크에 크게 의존해 왔습니다. 저는 이것을 ‘SuperGoal(슈퍼골)’이라고 부릅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사용해 온 SuperGoal 프레임워크와 실제 적용 사례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설명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배경 설명부터 시작하겠습니다.
SuperGoal이 팟캐스트 업계를 혁신하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2015년, 제가 Adobe에서 일하던 시절, 친구 Nir Zicherman과 저는 음악, 글쓰기(그의 글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팟캐스트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가까워졌습니다. 10년 넘게 대중의 관심 밖에 머물던 팟캐스트가 마침내 주류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우리를 포함해 수백만 명이 이 새로운 미디어에 빠져들었습니다. 저와 Nir은 이 매체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 확신했고, 그 열정에 힘입어 직접 팟캐스트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도전해보니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았습니다. 복잡한 소프트웨어, 비싼 장비, 번거로운 파일 호스팅과 배포 시스템 등 장애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죠.
이런 개인적인 어려움에서 영감을 받아, 저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오디오의 민주화를 이루겠다는 미션으로 Anchor라는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이후 몇 년간 저희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정의하는 제품을 만들고, 세계 최고 수준의 팀을 구축했으며, 결국 Anchor를 Spotify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인수 이후에도 저는 Spotify에서 팟캐스트, 비디오, 라이브 오디오 비즈니스를 이끌며, Anchor가 세계 최대의 팟캐스트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Anchor의 여정에는 수많은 성공과 기쁜 결말이 있었지만, 동시에 수차례의 위기와 아찔한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려운 순간마다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 중 하나가 바로 SuperGoal이었습니다.
SuperGoal이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SuperGoal은 팀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위험도가 매우 높은 집중 목표입니다. 이 목표는 명확하고 시급한 기한이 정해져 있고, 달성 방법에는 제한이 없으며,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성공 지표가 있습니다. 저도 OKR, BHAG, 여러 우선순위 쌓기 등 다양한 목표 관리 방식을 써봤지만, 정말로 중요한 순간에는 언제나 SuperGoal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SuperGoal만큼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프레임워크는 거의 없습니다. 오직 하나만 설정할 수 있고, 단순히 바라는 수준이 아니라 반드시 이루어야만 합니다.
SuperGoal을 실행하는 동안에는 다른 모든 목표가 잠시 뒤로 밀려납니다. SuperGoal은 조직 전체에 강력한 긴박감을 불어넣어, 명확성을 높이고 창의성을 이끌어냅니다.
SuperGoal을 설정할 때는 반드시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 첫째, 명확하고 시급한 기한이 있어야 합니다. 많은 단일 목표 시스템들은 ‘대담함’(예: BHAG)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실상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합니다. 하지만 제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SuperGoal은 반드시 달성해야 하며, 언제까지 이뤄야 하는지 구체적인 날짜가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이런 방식 덕분에 SuperGoal은 팀 내에 강한 긴박감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만약 Y일까지 X% 성장하지 못하면 자금이 바닥나서 우리 스타트업이 문을 닫는다”와 같이,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 SuperGoal을 사용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 둘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는 완전히 열려 있어야 합니다. SuperGoal은 목표와 마감일 자체는 최대한 구체적이어야 하지만,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는 정해두지 않아야 합니다. 조직 전체가 ‘모두가 힘을 합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가 어디서든 나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SuperGoal은 팀 내 창의성을 자극하고, 예상치 못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어디서든 등장할 수 있습니다.
- 셋째,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성공 지표만 있어야 합니다. SuperGoal 프레임워크를 따를 때는 동시에 여러 목표를 둘 수 없습니다. 오직 하나의 목표만 존재해야 하고, 팀 내 모든 구성원이 그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SuperGoal은 팀 전체에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Anchor와 Spotify에서의 경험을 돌아보면, SuperGoal과 관련된 세 가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이 세 가지 에피소드는 각각 제 커리어 여정의 특정 단계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 우리 팀에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SuperGoal의 가치에 대해 분명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즉, SuperGoal은 팀에 긴박감을 불어넣고, 창의성을 폭발시키며, 명확한 방향성을 제공합니다.
교훈 1: SuperGoal은 긴박감을 만들어낸다
2017년 봄, Anchor가 큰 기대 속에 출시된 지 약 1년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찾지 못한 상태였죠. 그때 우리에게는 심각한 위기가 닥쳤습니다. 다가오는 가을에 시리즈 A(Series A) 투자 유치에 성공하지 못하면, 자금이 바닥나 회사를 접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당시 투자 유치에는 뚜렷한 계절성이 있었습니다. 여름철은 사실상 투자 시장이 멈추고, 12월과 1월 대부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9월, 10월, 11월, 단 세 달뿐이었습니다. 이 기간 안에 반드시 투자를 성사시켜야 했죠.
명확하고 도전적인 목표는 팀의 동기를 극대화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아직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찾지 못한 상황이라, 성장 지표가 완전히 정체되어 있었고, 그다지 인상적이지도 않았습니다. 우리에겐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정확히 3개월뿐이었고, 이 기간 안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상황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성장하든, 망하든’이었습니다.
Nir과 저는 며칠 동안 회의실에 틀어박혀 필사적으로 계획을 짰습니다. 우리의 핵심 아이디어는, 현재의 약 4배에 달하는 월간 활성 사용자(MAU) 목표치를 설정하고, 8월까지 반드시 달성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겉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 첫 번째 문제는, 3개월 동안의 MAU 목표를 세우면 결국 한 달에 한 번씩, 총 세 번의 데이터만으로 성장세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만약 한 달이라도 성과가 저조하면, 투자자들에게 성장세가 약해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 두 번째 문제는, 절대적인 숫자를 목표로 삼으면 매일 혹은 주간 단위로 우리의 진행 상황을 세밀하게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이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지표를 월간 활성 사용자(MAU)에서 주간 활성 사용자(WAU)로 바꿨습니다. 이렇게 하면 3개월 동안 성장세를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 포인트가 3개에서 약 9개로 늘어나, 훨씬 더 세밀하게 우리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게 됐죠. 또한, 목표 성장률을 정하는 데 있어서는 제가 좋아하는 Paul Graham의 에세이 ‘Startup = Growth’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 글에서 Graham은 최고의 YC(와이콤비네이터) 스타트업들은 매주 10%씩 매출이 성장한다고 언급합니다. 이 정도 성장률은 우리처럼 아직 제품-시장 적합성을 찾지 못한 팀에게는 다소 과격하게 느껴졌지만, 실제로 모델에 적용해보니 3개월 동안 약 4배 성장이라는 우리의 목표와 거의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결국 우리는 회사 전체의 SuperGoal로, “앞으로 3개월 동안 WAU(주간 활성 사용자)를 매주 10%씩 성장시켜 자금 고갈을 막는다”라는 목표를 공식적으로 설정했습니다.
SuperGoal 1: 앞으로 3개월 동안 WAU를 매주 10%씩 성장시켜 자금 고갈을 막는다.
위기 상황은 팀의 야망을 자극한다
회사의 운명이 걸린 절체절명의 순간, 우리는 매일 모여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새로운 전략을 머리 맞대고 고민했습니다. 어떤 아이디어든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었고, 직급이나 역할에 상관없이 모두가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까지 함께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였습니다. 또한 우리만의 원칙을 세웠습니다. 만약 한 주라도 목표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그다음 주에 반드시 그만큼을 만회해야 했고, 기준선을 다시 낮추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 규칙 덕분에 목표의 긴장감이 훨씬 더 커졌습니다. 한 주라도 놓치면 그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했으니까요. 이 시기, 우리 팀이 처음으로 성과를 낸 성장 동력은 순수한 마케팅 전략에서 비롯됐습니다. 예를 들어, 플랫폼 내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트위터에서 입소문을 탈 수 있는 ‘Twitter Moments’를 만들어내는 데 능숙해졌습니다. 이런 활동들은 브랜드 인지도와 사용자 유입에 큰 도움이 됐죠. 하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WAU(주간 활성 사용자) 성장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는 것은, 새로운 기능을 출시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마케팅하는 일이었습니다.
SuperGoal은 달성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목표를 이루기 위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든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는 사용자들의 요청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고, 심지어 예전에는 우리 제품 철학과 맞지 않아 거절했던 요구들까지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고수해온 핵심 원칙 중 하나는 Anchor의 오디오 포맷이 Anchor만의 독특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었고, 그래서 Apple Podcasts나 Spotify 같은 외부 플랫폼에는 우리 콘텐츠가 올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더 많은 사용자들이 Anchor에서 만든 콘텐츠를 외부 플랫폼에도 배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해왔습니다. 이 요구가 쏟아지자, 우리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과연 이 요청을 받아들여 Anchor의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할까?
초기 Anchor는 아직 팟캐스트 플랫폼이 아니었고, 누구나 손쉽게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소셜 오디오 앱에 가까웠습니다. 이런 전략 덕분에, 콘텐츠의 제작과 소비는 오직 Anchor 앱 안에서만 가능했습니다. 만약 사용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기존 전략을 스스로 뒤집는 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상황이 절박했기에, 우리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그 아이디어를 아이디어 스택에서 꺼내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몇 주 만에, 우리 팀은 모든 주요 팟캐스트 플랫폼에 오디오를 한 번의 클릭만으로 배포할 수 있는 RSS 전송 엔진을 개발하고, 출시하고, 마케팅까지 해냈습니다. 이 기능이 도입되자마자 Anchor의 성장 궤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처럼 번개처럼 빠른 실행과, 기존의 신념까지 흔들리게 만든 절박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기능의 출시를 통해 우리는 마침내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찾았고, 3개월 연속 주간 활성 사용자(WAU) 10% 성장이라는 SuperGoal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바로 그해 9월, 3개월간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1,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Series A)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습니다. 이 경험을 여러 해가 지난 지금까지도 곱씹어보면, SuperGoal이 얼마나 강력하게 팀에 긴박감을 불어넣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교훈 2: SuperGoal은 창의성을 폭발시키고,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 순간부터 Anchor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가장 큰 팟캐스트 호스팅 플랫폼 중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Anchor에 합류해 팟캐스트를 만들면서, 우리의 미션대로 생태계 전체의 규모가 커지는 데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나자,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조사 결과, 전 세계 팟캐스터 중 오직 1%만이 팟캐스트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는 나머지 99%의 창작자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뜻이었고, 그들의 팟캐스트는 언제나 부업에 머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규모의 창작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목표를 가진 우리로서는, 이 현실을 반드시 바꿔야 할 책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팟캐스트를 단순히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Anchor가 다음 단계의 성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 오래된 패턴을 깨고, 창작자들이 팟캐스트로 실제로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습니다.
Anchor가 가진 대규모 플랫폼의 힘을 바탕으로, 우리는 팟캐스트 업계에서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자 했습니다. 바로, 세계 최초의 대규모 팟캐스트 광고 마켓플레이스(podcast ad marketplace)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렸던 그림은 이랬습니다. 브랜드들이 Google AdSense를 통해 웹사이트나 검색 결과에 손쉽게 광고를 집행하듯, 단 한 번의 클릭만으로 수천 개의 팟캐스트에 광고를 집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죠. 이 목표를 위해 우리는 몇 달 동안 정말 숨가쁘게 달렸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2018년 연말까지 우리가 ‘Anchor Sponsorships’라고 부를 이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는 엄격한 마감 기한을 정했습니다. 그래야 2019년 초부터 Series B 투자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었으니까요.
제약이 있을 때 상상력이 폭발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실제 제품 개발에 매진하는 동안, 플랫폼이 정식 출시되기도 전에 돈을 쓸 의향이 있는 브랜드를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입니다. 팟캐스트로 돈을 벌어본 창작자가 워낙 적었던 시장 상황에서, 우리는 창작자들에게 정말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바로, Anchor에 가입하자마자 즉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었죠. Anchor가 ‘창작자 중심(creator-first)’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팟캐스트의 민주화를 추구하는 회사로서, 만약 창작자들이 가입하자마자 광고 예산을 배분받지 못한다면, 우리 서비스의 핵심 가치 자체가 무너지는 셈이었습니다. 결국, 광고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려면 공급(창작자)과 수요(브랜드) 모두가 동시에 존재해야 했습니다. 이건 전형적인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였고, 제품 출시라는 확정된 마감 기한이 우리를 압박하고 있었습니다. 이럴 때야말로 SuperGoal이 필요했습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목표를 높게 잡았습니다. 오랜 논의 끝에, 단 한 명의 창작자라도 가입 즉시 브랜드 캠페인과 매칭되지 않는다면, 창작자들도 우리도 결코 만족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이 기준을 그대로 SuperGoal로 삼기로 했습니다. 제품 출시일까지, 플랫폼에 충분한 광고 수요를 확보해서, 가입하는 모든 팟캐스터가 반드시 스폰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했습니다.
SuperGoal 2: Anchor Sponsorships 출시일에, 모든 팟캐스터가 자신의 팟캐스트에 스폰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최고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든 나올 수 있다
우리는 매일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작업의 우선순위를 정했습니다. 처음 떠올린 방법은 영업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영업 담당자를 뽑기 시작했고, 이미 채용된 소수의 영업팀원들과 저를 포함한 공동창업자까지 모두 직접 브랜드에 전화를 걸어 Anchor Sponsorships의 개념을 설명하며 영업에 나섰습니다. 몇몇 브랜드와의 계약에는 성공했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느리고 손이 많이 가는 방식으로는 우리가 세운 SuperGoal에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우리는 다음으로 광고 에이전시(agencies)에 눈을 돌렸습니다. 새로운 브랜드와 직접 관계를 맺기보다는, 이미 광고 예산을 쓸 준비가 된 브랜드들을 다수 보유한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쪽이 더 효율적일 것 같았죠. 이론상으로는 그럴듯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구매 결정 과정이 매우 느리고 계절적 특성까지 강하다는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게다가 에이전시와 일하는 브랜드들은 이미 검증된 광고 포맷에만 돈을 쓰려 했습니다. 제품 출시가 불과 몇 주 앞으로 다가오고, SuperGoal의 마감 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우리는 정말 미친 듯한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던 중, Anchor의 한 엔지니어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만약 Anchor라는 브랜드 자체가 창작자들의 첫 번째 스폰서가 된다면 어떨까요?” 처음에는 이 아이디어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우리 회사는 여전히 작은 스타트업이었고, 은행에 남아 있는 1,000만 달러(Series A 투자금)도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실제로 비용 구조를 시뮬레이션해보니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팟캐스트 광고는 전통적으로 CPM(1,000회 노출당 비용) 기준으로 비용이 책정되고, 전 세계 팟캐스트의 대부분은 소규모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대다수 창작자에게 지급해야 할 비용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만약 어떤 프로그램이 크게 성공해서 엄청난 청취자를 모으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이미 우리가 협력하고 있는 에이전시나 브랜드에 해당 광고 인벤토리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nchor 광고에 들어간 비용은 시장 표준의 수수료를 받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이 전략은 제대로 통했습니다. 2018년 11월, Anchor Sponsorships가 공식 출시되었고, 서비스에 가입한 모든 창작자들에게 Anchor가 첫 번째 스폰서가 되어주었습니다. 이후, 창작자들의 프로그램이 성장함에 따라 Squarespace, SeatGeek, Cash App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추가 스폰서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몇 주 만에, 팟캐스트로 실제 수익을 올려본 창작자 수가 두 배로 늘어났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Anchor가 모든 창작자의 쇼를 직접 스폰서하는 방식 덕분에 입소문 효과가 극대화되어, 사용자 기반도 매우 효율적으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창작자에게 스폰서를 보장한다는 목표는 팀 전체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예상치 못한 새로운 마케팅 채널까지 만들어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SuperGoal이 팀의 창의성을 폭발시키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교훈 3: SuperGoal은 명확성을 제공한다
이 기능 출시 직후, 우리의 제품과 창작자 기반이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본 Spotify는 2019년 겨울, Anchor 인수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Spotify에서 우리의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된 것은 우리 팀 모두에게 꿈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고, 동시에 새로운 챕터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팟캐스트 업계를 지켜봤던 분들이라면 기억하실 겁니다. 바로 그날, Spotify는 Anchor뿐만 아니라 또 다른 팟캐스트 회사인 Gimlet Media도 함께 인수했습니다. 이 두 건의 인수는 그전까지 비교적 작은 시장이었던 팟캐스트 업계와, 당시 세계 최고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였던 Spotify 모두에게 매우 의미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Spotify는 이 두 회사를 동시에 인수함으로써, 이제 자신들이 단순히 음악만을 위한 플랫폼이 아니라 오디오 전체를 아우르는 서비스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전 세계에 공식적으로 선언한 셈이었습니다.
Gimlet과 Anchor는 모두 팟캐스트 회사였지만, 공통점은 거기까지였습니다.
- Gimlet, 그리고 이후 Spotify가 인수한 Parcast, The Ringer 같은 회사들은 팟캐스트 산업이 ‘히트작 중심(hit-driven)’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제에 베팅했습니다. 즉,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소수의 프로그램이 시장 가치의 대부분을 만들어낸다는 관점이죠. 이런 전략이 설득력 있었던 이유는, 이미 Netflix 같은 회사들이 비디오 분야에서 비슷한 논리로 수천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비즈니스를 일궈냈기 때문입니다. Spotify가 Gimlet을 인수한 것은, 오디오 시장 역시 Netflix와 같은 구독형 비디오 플랫폼의 성장 경로를 따라갈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된 베팅이었습니다.
- 반면, Anchor는 완전히 다른 전략적 접근을 택했습니다. 우리는 팟캐스트가 궁극적으로는 YouTube나 Instagram처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규모 창작자 중심 생태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오디오의 민주화를 통해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목소리를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매우 가치 있는 오디오 비즈니스도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이죠. Spotify가 Anchor를 인수한 것은, 팟캐스트가 YouTube와 같은 오픈 콘텐츠 플랫폼처럼 성장할 것이라는 또 다른, 그리고 Gimlet과 상호 보완적인 베팅이었습니다. 이처럼 각 인수 대상이 팟캐스트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달랐지만, Spotify 입장에서는 모든 팟캐스트(그리고 각 인수 회사)의 성과를 동일한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Spotify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요?
대부분의 성숙한 인터넷 기업들은 사용자의 가치를 ‘Lifetime Value(LTV, 고객 생애 가치)’라는 지표로 측정합니다. 이 지표를 활용하면, 어떤 사용자가 더 가치 있는지 파악할 수 있고, 그 결과로 가장 효율적인 마케팅 채널이나, 사용자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핵심 기능 등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Spotify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기존의 LTV 개념뿐 아니라 ‘마진 이탈 기여도(marginal churn contribution)’ 같은 개념까지 결합해, LTV라는 지표를 단순히 사용자뿐만 아니라 플랫폼에 있는 모든 팟캐스트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킨 겁니다. 즉, 팟캐스트의 크기와 상관없이 모든 팟캐스트의 가치를 동일한 기준(사과와 사과를 비교하듯)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렇게 강력한 LTV 지표를 도입하자, 수백만 명의 청취자를 보유한 대형 히트 팟캐스트(예: Gimlet이 제작한 프로그램들)가 Spotify에 얼마나 큰 가치를 가져다주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소규모 팟캐스트 역시 의미 있는 LTV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는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영역이었습니다.
깊이 있는 인사이트가 혁신적인 발견을 이끈다
Spotify에 합류한 뒤, 우리는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민했고, 어떻게 하면 LTV(고객 생애 가치)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습니다. 그 사이에도 Anchor는 꾸준히 성장했고, 팟캐스트를 만드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바로, 회사 전체와 더 넓은 팟캐스트 생태계에 ‘소규모 창작자(small creators)’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문제는 우리 팀의 생존과도 직결된, 절박한 과제처럼 느껴졌습니다. 다른 인수된 회사의 창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저 역시 Anchor 이전에 Aviary(이후 Adobe에 인수됨)에서 인수 경험을 겪어본 입장에서, 대기업 안에서 인수된 팀이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자신들의 전략적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만약 그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면, 언제든 예산이 삭감되거나 팀이 해체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팀의 인사이트 리드(Insights Lead)는 Spotify의 LTV(고객 생애 가치) 지표에 깊이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몇 달 동안 Anchor의 데이터를 파고든 끝에, 나에게 중요한 사실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바로, 소규모 팟캐스트에서도 실제로 상당한 LTV가 창출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소규모 팟캐스트는 특성상 각기 다른 니치(niche) 청취자층을 보유하고 있어, 다른 쇼와 청취자들이 겹칠 가능성이 매우 낮았습니다. 덕분에, 대형 쇼에 비해 한 명의 청취자당 창출되는 가치가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난 것입니다. 반면, 대형 팟캐스트는 훨씬 더 많은 청취자를 끌어모으긴 했지만, 그 청취자들끼리 서로 겹치는 경우가 많아, 일부 대형 쇼의 한계 LTV(추가로 얻을 수 있는 LTV)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소규모 쇼의 경우에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죠. 이 발견은 우리에게 혁신적인 통찰로 다가왔습니다. 소규모 팟캐스트들이 기대 이상으로 큰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개별적으로 보면, 하나의 소규모 팟캐스트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회사 전체에서 큰 주목을 받을 만큼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사이트와, 해당 카테고리의 성장 속도를 고려했을 때, 우리는 이 소규모 쇼들이 모이면 엄청난 집단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심지어 카탈로그의 대표적인 대형 쇼들과 맞먹거나, 그 이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 것이죠. 이 새로운 발견과 이미 우리 팀이 받고 있던 압박감을 감안할 때, 이제 다시 한 번 SuperGoal을 세울 때가 왔습니다.
단순함의 힘
이런 인사이트를 얻고 나서, 우리는 어떤 SuperGoal이 적합할지 두고 많은 논의를 벌였습니다. LTV(고객 생애 가치)를 높이는 것은 비즈니스의 특정 영역에서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고, 앞서 언급했듯이 SuperGoal은 조직 전체가 ‘올핸즈(all hands on deck)’로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LTV 자체를 SuperGoal로 삼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다음으로 떠올린 것은 전체 카탈로그(전체 팟캐스트 수) 규모를 목표로 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이 접근 역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카탈로그의 숫자만 늘리려다 보면, 신규 사용자를 유치하는 데만 집중하게 되고, 정작 창작자들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데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진짜로 필요했던 것은, 창작자들에게 ‘진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목표였습니다. 즉, 단순히 한 번 에피소드를 녹음하고 떠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들이 계속해서 돌아오게 만들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이 목표를 팀 모두가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더 단순하게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월간 활성 창작자(MAC, Monthly Active Creators)’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지표는 신규 창작자뿐만 아니라 기존 창작자까지 모두 포함해, 모든 창작자에게 장기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었습니다. 정확한 SuperGoal의 수치와 달성 기한은(아직 팀의 전략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여기서 밝히지 않지만, 목표 자체는 매우 도전적이고, 명확한 마감 시한이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SuperGoal 3: 특정 시점까지 MAC(월간 활성 창작자) X명을 달성함으로써, Spotify LTV와 수백만 개 팟캐스트의 가치를 입증한다.
이후로 펼쳐진 시간은 Anchor와 Spotify에서 경험한 여정 중 가장 협업적이고, 생산적이며, 팀 전체가 하나로 뭉쳤던 시기였습니다. 우리는 부서 간 경계를 뛰어넘어 Music+Talk, Podcast Subscriptions, Video Podcasts와 같은 혁신적인 기능들을 빠르게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이 SuperGoal은 단순히 우리 팀의 목표에 그치지 않고, ‘100만 명의 창작자가 자신의 예술로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한다’는 Spotify의 미션과도 완벽하게 맞닿아 있었습니다. 덕분에 우리 팀은 Anchor라는 작은 울타리를 벗어나, Spotify 내 다른 팀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기, 우리는 수백만 명의 창작자들이 Anchor에서 팟캐스트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실제로 Spotify의 LTV(고객 생애 가치)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명확하게 입증해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바로, SuperGoal은 팀에 명확성을 준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오디오의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이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Spotify 역시 이 과정을 통해 자사의 전체 전략 안에서 모든 팟캐스트의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팟캐스트는 단순히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규모와 상관없이 수많은 창작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것입니다.
팀의 성공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싶다면, 여러분만의 SuperGoal을 만들어보세요.
SuperGoal은 조직이 가장 중대한 위기와 도전에 직면했을 때, 팀에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열쇠가 됩니다. SuperGoal은 모든 구성원을 강한 긴박감으로 하나로 묶어주고, 동시에 창의성과 명확성을 극대화해 목표 달성에 필요한 에너지를 집중시킵니다. SuperGoal이 설정된 순간, 그 어떤 목표보다도 우선순위가 높아지며, 팀 전체가 한 방향으로 강하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과 팀이 직접 SuperGoal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아래의 세 가지 템플릿을 참고해 시작해보세요.
- SuperGoal 선정하기: 팀원 모두가 모여 달성하고 싶은 SuperGoal 후보들을 자유롭게 브레인스토밍해보세요. 그 중 단 하나의 목표만을 선택하고, 모든 구성원이 이 목표에 진심으로 동의하고 헌신할 수 있는지 확인하세요.
- SuperGoal을 위한 아이디어 모으기: 조직 전체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그 아이디어들이 잘 자라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발전시켜보세요.
- SuperGoal 달성하기: 매일 팀이 모여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논의하며 실행에 옮기세요.
이 과정을 시작할 때, 스스로에게 꼭 질문해보세요: “지금 우리 팀이 반드시 해낼 수 있는 단 한 가지,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blog by ash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