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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기업은 독재자가 이끈다

모두가 민주주의를 원하지만, 결과물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창업자는 우리 제품 리뷰 회의실에 들어와서, 우리가 몇 주 동안 공들여 완성한 PRD를 바라본 뒤 그것을 반으로 찢어 버렸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렸다. 세 개의 박스와 몇 개의 화살표를 그리고는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회의실은 침묵에 휩싸였다. 선임 엔지니어들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찢긴 종이들은 불편하게 회의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PM인 나는 그 박스들을 현실화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때 나는 최고의 회사들이 어떤 조직인지 깨달았다. 그 조직들은 독재 조직이다. 우리는 그저 그렇지 않은 척할 뿐이다.

하지만 분명히 하자면, 자비로운 독재자이지 폭군은 아니다. 그 차이가 중요하다. 폭군은 사람들의 의욕을 꺾고 권력을 독점한다. 최고의 창업자들은 제품에 대해서는 비합리적으로 고집을 부리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합리적이다. 그들은 몇 시간이고 픽셀 하나까지 논쟁할 수 있지만, 누군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반드시 알아챈다. 탁월함을 요구하는 동시에 심리적 안정감도 함께 만든다.

창업자를 향한 과도한 숭배는 이미 충분하다. 지금 필요한 건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몇 년 전, 나는 ‘협업’을 내세우는 한 회사의 제품 회의에 앉아 있었다. 여덟 명의 임원이 각자의 안건을 한 시간 동안 떠들었고, 우선순위에 관한 끝없는 논쟁이 이어졌다. 결국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고, 오히려 후속 미팅 일정만 잔뜩 잡혔다.

나는 소리치고 싶었다. 중요한 게 뭔지 그냥 말해 달라고. 제발 결정을 내려 달라고.

찢긴 PRD가 그제야 이해가 됐다. 나는 내 뜻을 정확히 아는 창업자 한 명이 낫다, 아무 것도 합의하지 못하는 여덟 명의 임원보다. 결국, 방향성은 민주적인 합의보다 늘 앞선다.

왜 제품 리더들은 오래 가지 못할까

한 CPO가 ‘전시 상황에서 질서를 세우겠다’며 유니콘 회사에 합류했다. 이력은 훌륭했고, 이전에 상장사에서 제품 확장 경험도 있었다. 그는 혼란을 전문적으로 정리할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반년 만에 사라졌다.

그의 실수는 창업자가 파트너를 원한다고 착각한 점이다. 창업자가 원한 건 실행자였다. 비창업자들은 중요한 결정의 무대에 설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들은 결정적 순간에 주도권을 가져본 적이 없기에 상황에 맞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런 일은 창업자 중심의 회사에서 18개월마다 반복된다. 제국을 세우는 창업자들은 비전을 절대 위임하지 않는다.

불편한 진실

이 비합리적인 창업자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민주주의 조직에서 50번째 직원으로 있는 것보다 더 큰 임팩트를 만든다.

나는 창업자가 H1 태그와 H2 태그를 두고 세 시간씩 토론하는 랜딩 페이지 작업을 해본 적이 있다. 단 한 단어의 글꼴 두께, 제목의 정확한 글자 수까지 집착했다. 창업자는 스스로 100가지 버전을 그렸고, 어떤 것도 A/B 테스트를 하지 않으려 했다. “내가 어떤 게 통할지 알고 있다”며.

팀은 그를 미친 사람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 페이지는 업계 표준의 3배에 달하는 전환율을 기록했다.

이게 바로 비합리적인 사람들이 가진 특징이다. 그들은 종종 옳다. 픽셀 하나하나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신의 비전 전체가 세부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그 집착을 타협으로 희석시킨다.

이 창업자들은 전혀 다른 ‘속도(clock speed)’로 움직인다. 팀이 토론하는 사이에, 그들은 이미 머릿속으로 다섯 가지 버전을 만들어 놓았다. 보통의 속도는 그들에게 죽음과 같다.

내가 인정하기 싫은 것

나는 왕이 되고 싶다. 비전을 세우고, 다른 사람들이 내 아이디어를 실행하게 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기껏해야 기사일 뿐이다. 대부분은 졸개 신세다. 내 꿈은 내 머릿속에만 있을 뿐, 남의 꿈을 대신 짓고 있다.

그게 마음 아프다. 하지만 ‘전략적 발언권’을 가진 어떤 역할보다도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최고 수준에서 남의 비전을 실행하는 일도 그만큼의 창의력을 요구한다. 단지 그 공로를 인정받지 못할 뿐이다.

사람들은 내가 ‘힘든’ 창업자에게 끌린다고 말한다. 남들은 감당하기 어렵다 생각하는 창업자가 나는 쉽게 느껴진다. 이 창업자들은 어렵지 않다. 그들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우리의 일은 그들을 그곳으로 데려다 줄 배를 만드는 것이다.

젠슨(Jensen)은 60명의 직속 보고자를 둔다. 회의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쉽게 손을 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잡스(Jobs)는 최고제품책임자(CPO)라서 CPO를 뽑은 게 아니다. 엔초 페라리(Enzo Ferrari)는 다른 사람들 눈에 이미 완벽해 보이는 펜더(fender)의 곡선을 조정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을 몇 시간씩 기다리게 했다.

그들은 모두 정상적인 경영 기준에서는 실패한다. 위임을 못하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세부 사항에 집착하며, 모범 사례를 무시하고, MBA 출신들이 깜짝 놀랄 결정을 내린다.

그렇지만 그들이 세우는 회사는 세상을 움직인다.

모든 픽셀 하나하나에 모두가 관심을 갖게 하려면 합의로는 불가능하다. 누군가는 남들이 놓치는 것을 볼 만큼 ‘비합리적’이어야 한다. 그 누군가는 주로 창업자다.

왕국을 선택하라

모든 직원이 원하는 것은 동일하면서도 불가능한 것이다. 그들은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의 제품 감각을 원하면서도 자신의 제품 의견도 반영되길 바란다. 젠슨(Jensen)의 기술적 탁월함을 바라지만, 동시에 지속 가능한 워라밸도 원한다.

창업자들은 변하지 않는다. 이건 그들의 운영 체제에 있는 결함이 아니다. 바로 그 ‘운영 체제’ 자체다.

하지만 모든 위임하지 못하는 창업자가 추종받을 만한 리더는 아니다. 어떤 이는 단지 ‘비전’이라는 이름으로 숨은 나쁜 관리자일 뿐이다. 진짜 따라야 할 창업자들은 비합리적일 정도로 높은 기준을 지니면서도 구성원에 대한 특별한 배려를 함께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아주 드물다.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애써 가장하지 말고, 사실은 특별한 무언가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당신의 야망과 집착이 맞닿는 창업자를 찾든지, 아니면 스스로 왕국을 세우든지 하라.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 밑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으면, 그 외의 모든 것은 단지 방황하는 느낌일 뿐이다.


원문: The Best Companies Are Dictatorsh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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