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관리자로 막 승진한 PM(Product Manager)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게 됐어요. 채용, 인력 배치, 팀 코칭 같은 결정을 할 때 저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궁금해하더라고요. 덕분에 그동안 쌓아왔던 제품 리더십 원칙(그리고 제가 가진 고유의 편향)들을 되짚어 보고, 오랜 기간 다듬어온 생각들을 이번 기회에 정리해 공유하려 합니다.
제가 믿는 원칙들은 조직의 동료들에게 때로는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했고, 때로는 답답함을 주기도 했던 것 같아요…
1. 실행(iteration) vs. 아이디에이션(ideation)
저는 회의나 말을 늘어놓기보다는 일단 움직이고 실행하는 쪽에 편향이 있습니다. 아마존에서 처음으로 프로덕트 일을 하면서 여러 리더십 원칙들을 배웠는데, 그 중에서도 이 ‘실행 중심’ 원칙이 가장 강하게 와닿았어요. 제품 관리란 결국 반복적으로 좋은 결정을 내리는 일이기 때문에, 머릿속으로만 계속 고민할 게 아니라 일단 시도해봐야 진짜 배우게 됩니다. 오해하진 마세요—저는 얼마만큼 제품을 많이 출시했는지, 기능을 몇 개나 만들었는지를 따지진 않아요. 그보다는 팀이 제가 이끄는 방향 아래에서 얼마나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배움은 출시, 연구, 문서 작성, 프로토타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2. 시스템(system) vs. 개별 섹션(sections)
저는 제품의 한 부분만 깊게 파고드는 것보다, 제품 전반의 흐름과 전체 경험을 이해하는 데 더 흥미를 느낍니다. 이런 사고방식 때문에 개발자에서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책임지는 아키텍트로 커리어를 바꿨고, 그 경험이 플랫폼 프로덕트 매니지먼트로 이어졌죠. 만약 UX 디자인이나 리서치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다면 이 원칙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어요—제품이란 결국 일련의 워크플로우(workflows)이고, 진짜 혁신은 기존의 흐름을 새로운 방식으로 분해하고 재조합하는 데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3. 기반(foundation) vs. 기능(features)
저는 한 번 투자하면 여러 번, 여러 방식으로 효과가 누적되는 ‘기반(building block)’에 신경쓰는 편입니다. 반짝반짝한 단기 기능에만 집중하는 건 별로 흥미가 없어요. 앞서 말한 시스템적 사고는 치밀한 제품 기획과 가치가 계속 쌓이는 전략에도 연결됩니다. 그래서 저는 PM이 진짜로 1+1=3이 되게 만드는 사람을 높게 평가합니다. 제품 선택이 시간이 흐르면서 쌓여서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것처럼, 작은 부채들이 쌓여 결국 큰 문제가 되는 것 또한 동일합니다. 그래서 토대를 잘 다져놓는 게 장기적 가치와 잠재적 리스크 해소에 모두 핵심적이라는 뜻입니다.
4. 통찰(synthesis) vs. 현황(status)
저는 단순히 차트, 표, 슬라이드에 나온 내용만 줄줄이 보고받는 것보다, 그 사이에 숨어 있는 의미와 통찰을 들을 때 더 큰 가치를 느낍니다. 제품 리더들이 종종 좌절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정보가 사이트, 채널, 보고서 등 온갖 곳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와, 정말 중요한 신호와 잡음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에요. 대부분 리더는 정보 흐름을 아주 능숙하게 다루거나, 아니면 인간 필터 역할을 해줄 사람을 따로 둬야 할 정도죠. AI가 제품 개발에 제대로 쓰인다면, 최고제품책임자(CPO)에게 두 번째 두뇌가 되어주는 역할이 가장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품 리더와 처음 미팅하는 PM에게 가장 많이 하는 조언이 있습니다—“하나의 핵심 메시지를 정해서, 30분 동안 그것만 깊게 파고들어라. 잡다한 업데이트를 늘어놓지 말고.”
5. 성과(outcomes) vs. 산출(output)
이 원칙은 꽤 흔한 이야기고 업계에서도 많이 받아들여진 개념입니다. 핵심은 ‘한 개의 큰 변화를 만들라’는 것이지, ‘그저 작은 변화들 중 하나를 만들라’가 아닙니다(측정 지표 관점에서). 이 부분은 설득해야 하는 원칙이라기보단 실천하기 어려운 철학에 가깝습니다. 대부분 조직은 단기적으로 고객 가치와 직접적인 연관을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가치를 대체하는 지표들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PM은 특히 어려운 위치에 있죠. 다른 부서들은 각자 산출 지표를 쉽게 내세울 수 있습니다—마케팅은 투자 대비 더 많은 파이프라인을, 영업은 더 많은 계약 성사를, 개발은 더 많은 기능 출시를 보여주면 되니까요. 하지만 새로 합류한 PM의 역할은 단순히 산출물을 늘리는 게 아니라, ‘더 나은 품질의 성과(outcomes)’를 내는 데 있어야 합니다.
6. 지속 가능성(sustainable) vs. 단발성(sporadic)
이건 인기 없을 수 있지만 저는 “확장 불가능한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제대로 확장할 수 있도록 지금은 최소한의 노력만 해야 합니다. 0에서 1로 가는 혁신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대부분 회사가 성장 정체나 쇠퇴를 겪는 이유는 혁신 실패가 아니라 확장 실패입니다. 더군다나 많은 회사에서 PM 역할은 단기적 기능 출시 중심으로 몰려 있어, 주인의식을 키우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제품이 점차 불필요한 요소와 기술적 부채로 뒤덮이고, 무엇을 언제 어떻게 만들지 제약이 심해집니다. 왜들 다들 확장을 미루려 하는지 모르겠지만, 장기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확장해야 합니다.
7. 유연성(fluidity) vs. 고집(firmness)
저는 ‘강한 의견을 가지되 집착하지 않는’ 태도를 선호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건 ‘겉으로만 그런 척하는’ 태도가 아니라, 아이디어나 전략을 감정적으로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면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방향을 과감히 바꿀 줄 아는 태도입니다. 이는 제가 생각하는 PM의 본질, 즉 반복해서 좋은 결정을 내리는 역할과 맞닿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PM이 초기 솔루션에 얽매여 무조건 출시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 이 부분이 쉽지 않죠.
8. 계획 수립(planning) vs. 계획서(plans)
장기적으로 중요한 건 구체적인 계획서 그 자체보다 ‘계획하는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제품 조직에서 오래 일해봤다면 분기별 계획이 왜 필요한지, 연간 계획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해 항상 논쟁이 있다는 걸 알 겁니다. 제 생각에 이 모든 것은 순간마다 현황을 점검하는 작업일 뿐이고, ‘지금(Now)’, ‘다음(Next)’, ‘나중(Later)’의 세 가지 큰 카테고리로 단순화할 수 있습니다. 저는 로드맵을 볼 때 날짜보다는 어떤 일이 목록에 올라왔고 빠졌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더 관심이 많아요. 그리고 백로그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과 최종 우선순위 리스트 사이에 어떤 논리적 이유가 있는지 묻는 것을 좋아합니다.
9. 품질(quality) vs. 속도(quickness)
규모 확장을 위한 계획과 마찬가지로, 품질(사용성, 성능, 비용)은 제품 출시 후에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설계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건 데이터에 근거한 의견이 아니라, 사용자로서 제가 가진 편견인데요, 제품에 거친 부분이 있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거슬리고 감정적인 불만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장에 더 빨리 출시하거나 기능 속도를 높여 성공한 저품질 제품도 많았다는걸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결국 ‘아이코닉한’, 즉 오래 기억에 남는 제품에서 일하고 싶고, 그런 제품들은 항상 빛나는 품질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10. 대체 지표(proxies) vs. 프로세스(process)
PM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시장에 대한 관점을 만드는 것입니다. 구조화된 피드백 루틴만 고집하다가 실질적 가치를 주지 못한다면 바보 같은 일이겠죠. 물론 고객과 직접 자주 대화하라는 이야기는 맞습니다. 다만 영업, 파트너, 애널리스트 등으로부터 가끔가끔 즉흥적으로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합리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고객 경험 학습 루프는 여러 형태가 있고, 제 제품 리더십 관점에서 볼 때는 깊이(depth)보다 폭(breadth)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깊이는 특정 고객 문제에 집중해 올바른 솔루션을 만드는 과정에서 유용해집니다.
11. 방향(direction) vs. 데이터(data)
저는 데이터를 좋아하지만, 데이터의 목적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높은 단계의 관점, 즉 큰 방향에 집중해야 해요. 많은 사람들이 명확성보다 정확성에 집착하는데, 사실은 길을 결정하는 데 충분한 신호(signal)만 있으면 됩니다. 세부 정밀도는 최적화할 때 천천히 맞춰가면 되는 부분이죠. 다시 말해, 저는 제품 리더로서 ‘매번 가장 짧은 다음 단계만 찾기보다, 전체적으로 올바른 방향을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PM 면접 시 이 역량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선 제가 이전에 ‘데이터 vs 직관’ 글에서 자세히 다룬 적이 있습니다.
12. 반복(loops) vs. 도약(leaps)
단발성(one-off)은 결국 그 자체일 뿐이고, 큰 성공(moonshot)은 우연히 오지 않습니다. 행운은 매일 1%씩 꾸준히 나아짐으로써 만들어집니다. 저의 개인적인 편견이 강하게 반영된 부분이지만, 저는 우연히 잘 맞아떨어진 대담한 시도보다는 연속적인 좋은 결정들의 흐름을 더 높이 평가합니다. 전자는 ‘운’, 후자는 ‘기술(skill)’이라고 봅니다.
13. 글쓰기(writing) vs. 즉흥적인 대응(winging)
몇 페이지짜리 문서로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면, 그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대충 넘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파워포인트, 슬랙, 미로, 트위터 등 어떤 수단이든 숨을 수 있지만, 장문 문서만은 숨길 수 없습니다. 이 교훈은 제가 경력 초기에 여러 차례 엔지니어링 팀과 함께 일하면서 PM으로서 성공적으로 적응하려면 명확한 사고를 바탕으로 독보적인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걸 확실히 깨달으면서 더욱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 명확성은 결국 글쓰기를 통해서만 검증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문: Product Leadership Princip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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