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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벤처스 이게 되네?

카카오벤처스 이게 되네?

‘이게 되네?’ 카카오벤처스가 진행하는 오피스아워의 이름이다. 사업 계획서 없이 실제 동작하는 프로토타입이나 서비스를 보면서 VC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세션이다. 사실 2월의 주제는 AI를 업무에 내재화한 서비스였나 아마 그랬을텐데, 기온별 옷차림 을 만든 김에 신선하고 날카로운 관점에서 한번 서비스를 돌아보고 싶어서 신청했다. 사실 별 기대 안했다. 제품 자체도 별거 없고, 주제와도 맞지 않으니까.

근데 정말 ‘이게 되네?’였다. 카카오벤처스 오피스아워에 선정이 되었고, 해당 서비스를 놓고 VC분과 얘기를 나누러 갔다. 아 참고로 진지한 투자 논의 뭐 이런 대화는 아니고 정말 서비스에 관한 얘기들을 나누는 자리다. 이건 사전에 알고 있었고. VC분에게 어떤 이유로 오피스아워 메일을 보내주셨는지 물어봤었는데, ‘요즘 실무자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들어보기도 하고 여러모로 관점을 넓히기도 하는 이유들로 오피스아워 제안을 주셨다고 했다. 나야 그저 감사할 따름.

기억에 남는 내용들을 생각나는대로 좀 적어내려 갈 예정이다. 원래도 기억력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닌데, 하루 지났다고 벌써 기억이 이렇게 조각나버리다니… 그래도 최대한 생각나는 것들을 한번 써봐야지.

우선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부터 얘기가 시작됐다. 시작은 내가 날씨 앱과 구글에 기온별 옷차림을 번갈아 가면서 검색을 하고 옷을 고르는 과정이 불편해서 만들게 됐다는 내용의 얘기부터 시작했다. 그 다음에 VC 분이 이 프로덕트의 타겟은 누구인지를 물어보셨다. 그래서 옷에 관심이 어느 정도 있는 (나같은) 사람들을 타겟한다고 답을 했었고. 거기서 VC 분이 질문을 또 해주셨는데, “날씨가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큰 팩터인지? 정말 옷에 관심 있으면 춥거나 더워도 자기 원하는 대로 입고 싶은 분들이 생각난다”라는 것이었다. 이 때 처음 사고의 확장이 한번 일어난 거 같다. 지극히 내 중심, 내 위주로 서비스를 만들어서 옷 예쁜 건 중요하지만 그래도 안춥고 안더운게 나한테 더 큰 가치였어서 막연하게 기온 별 옷차림을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거지.

근데 나 같은 사람을 생각을 해보면 옷에 관심이 있는데, 그렇다고 막 또 엄청 매주 옷을 사거나 엄청 딥하게 파는 건 또 아니고, 그냥 취향 확고하고 예쁜 옷 보이면 사고, 그렇다고 너무 비싼 건 또 못사고. 약간 이런 느낌이어서 옷을 좋아하는 것으로 치면 상위 10%에 드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20%-50% 정도에 드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이들이 고객이지 않을까 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지금 기억 나는 것은 “처음부터 대중성을 타겟하기보다 상위 10%의 유저를 타겟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라는 말을 예시와 함께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이 때 또 한번 속으로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라고 생각했다. 만약 나 혼자 계속 붙잡고 있었다면 절대 듣지 못할 얘기들과 얻지 못할 시각이어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주제는 패션으로 흘러갔고, 그럼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 구체적으로 상위 10% 이내의 사람들의 Pain Point를 확인해서 이들을 타겟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어떤지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개인적으로 상위 10% 이내의 유저가 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을 때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어떤 분야든 간에 상위 10%가 되려면 돈과 시간을 엄청 쏟아야 하는데, 나는 그정도는 아니라서. 이런 얘기를 하니까 VC분께서 ‘그 상위 10%를 간접 경험할 수 있어서 괜찮다. 중장비 이런 아이템이면 간접 경험조차 불가능하다.’ 이런 말을 해주셔서 이것도 되게 신선하다 느낀 포인트였다. 아 내가 그냥 스스로 한계를 좀 뒀구나 하는 느낌.

그리고 그렇게 계속 옷, 옷에 관심 있는 유저들 이야기를 하다가 VC분이 해주신 얘기 중에 기억에 남는 얘기 중 하나가 “이미 커뮤니티의 언어를 알고 계시네요.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자산이다”는 말을 해주셨다. 그 얘기를 들으니까, 얼마 전에 바이럴이 많이 됐던, 취향이 이제 스킬이라는 아티클이 딱 떠올랐다. 굉장히 대중적인 취향이든, 마이너한 취향이든 자기 취향이 확고한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달까.

그리고 또 기억나는 것은 “AI 판에서 경쟁하는 것보다 AI를 잘 알지 못하는 판에서, AI를 얹어서 경쟁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는 말. 정말 100% 공감하는 말. 내가 잘 할 수 있는 이런 판을 잘 찾아내는 게 점점 중요해지겠지. 제품 제작 비용과 유통 비용이 엄청나게 저렴해지면서 어떤 서비스가 해자를 구축하기는 정말 정말 어려워졌다. 내가 만든 기온별 옷차림도 하루 이틀이면 만들 수 있는 것처럼 해자를 구축하기가 정말 쉽지 않아졌다. 이 때 해자를 구축하는 건 정말 ‘취향’ 인 것 같다. ‘취향’이 명확하면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이끌어 올 수 있다. 반면 취향이 명확하지 않다면 사람들을 이끌어 올 수가 없다.

또 기억나는 대화는 “탑 다운으로 지표를 찍으면 본질과 상관 없는 기능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리텐션을 올려야 해! 라고 비즈니스 목표를 찍으면 서비스의 핵심 기능과 상관 없는 운세, 포인트 기능을 만들기도 한다는 내용이다. 사실 이것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일텐데, 실제로 내가 직접 서비스를 만들고 또 이 내용을 들으니까 더 구구절절 와닿는 느낌.

“1인 창작자는 근육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서비스가 바이럴이 되어서 트래픽이 되었든 수익이 되었든 이런 성공 경험으로 근육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또 해주셨는데 이것도 백번 공감하며 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서비스를 또 한번 찾아서 기획을 해볼 예정이다. 생각나는 아이템이 한 2개 정도 있는데, 어떻게 할지는 좀 고민해 볼 예정.

그 이후로도 VC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또 VC로 일하면서 힘든 것은 무엇인지, 투자할 때 어떤 요소를 가장 많이 보시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약 1시간 정도의 오피스 아워를 마쳤다. 진짜 최근 대화 중에서 가장 재밌었던 대화였다. 온전히 내가 직접 만든 서비스를 가지고 대화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각과 시선 아이디어를 얻는 것, 또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들었을 때 순간적으로 생각해서 답하기 다 정말 정말 재밌었다. 직접 서비스를 만들지 않았다면, 신청하지 않았다면 절대 얻지 못했을 기회였다. 역시 뭐든 간에 일단 진행을 하고 준비를 해야 이런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면서, 이후에는 또 무엇을 할까 고민하게 만들기도 한 진짜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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