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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성과 야망, 그 사이에서

주도성과 야망, 그 사이에서

나는 모든 제품 담당자들이 야망도 크고, 스스로 주도적으로 움직일 거라 믿고 싶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솔직히 이런 사실을 인정하는 게 마음이 아프다. 처음엔 이런 사람들은 내가 도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들을 완전히 포기할 마음은 없다.

야망(ambition)이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내가 속한 제품팀과 회사 모두에서 최고의 모습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을 의미한다.

주도성(agency)이란, 내 일과 팀, 그리고 회사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스스로 나서서 행동하는 태도를 말한다.

뛰어난 제품 담당자가 되기 위해서는 높은 주도성이 필수지만, 그 주도성의 바탕에는 야망이 깔려 있어야 한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야망이 없다면 그 능력을 발휘할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

사실, 주도성이 부족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는 있다. 특히 오랜 시간 명령과 통제 위주의 조직 문화에서 일해온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야망이 없는 경우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야망은 기업가정신의 핵심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제품 담당자들은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열망을 어느 정도는 갖고 있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최근에 있었던 일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 중심 기업에서도 모든 제품팀이 강력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팀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이미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도 더 잘할 수 있고, 더 잘해야 한다고 느낀다는 점을 여러 사람들이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사람들은 결국 희망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강력한 제품 중심 기업을 참고하거나, 그들의 성공 사례에서 배워봐야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고의 회사에서도 모든 팀이 강력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예전부터 늘 그래왔던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점을 처음부터 꾸준히 강조해왔다. 이 내용은 우리의 책들에도, 그리고 여러 아티클—특히 기능 중심 팀(Feature Team)과 자율적 제품팀(Empowered Product Team)의 차이를 다룬 인기 글—에도 나와 있다.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최고의 기업에서 최고의 제품팀들은 모두 자율성과 책임감을 가진 Empowered Product Team 모델을 따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내가 최고의 제품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곳들조차 모든 제품팀이 자율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일부 팀은 여전히 Feature Team에 머물러 있다. 이런 경우는 대개 리더십이 해당 팀을 아직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 신뢰를 먼저 쌓아야 할 때도 있고, 또 어떤 경우엔 리더가 솔루션을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싶어하는 것이 원인일 때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는 사람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세상에 완벽한 회사가 존재한다고 진심으로 믿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지만 애초에 논점은 회사가 완벽하냐의 여부가 아니다. 진짜 중요한 질문은, 그 회사에서 주로 적용되는 운영 모델이 무엇이고, 그 모델이 실제로 필요한 성과를 내고 있느냐는 점이다.

실제로 기능 중심 팀(Feature Team)이 주류인 회사에서도 일부 자율적 제품팀(Empowered Product Team)이 존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대로, 자율적 제품팀이 많은 회사에서도 일부는 여전히 기능 중심 팀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우리는 조직 진단을 할 때 이런 현상이 당연히 나타날 수 있음을 미리 알려주고, 각 회사의 ‘주된 모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일부 팀이 강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그 회사 전체가 다른 평범한 회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치부하는 건, 강한 제품 중심 기업과 그렇지 못한 경쟁사들 사이의 진짜 차이를 완전히 가려버리는 일이다.

이런 논리는 결국 더 근본적인 의문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왜 굳이 최고의 성과를 내는 기업들의 방식에 관심을 가져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어차피 그 회사들은 우리와 다른 나라에 있고, 시장도 다르고, 고객도 다르고, 조직 문화도 다르고, 규제나 제약 조건도 다르고, 리더도 다르니, 그들이 얻은 교훈이나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말고도, 그들이 배운 점이 우리에게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수히 많다.

그렇다면 그냥 우리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남들과 비교하는 걸 아예 그만둬야 하는 걸까?

솔직히 나는 이런 논리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나는 더 나아지려는 노력을 멈추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그만두고, 성장하려는 마음을 접는 상태를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런 삶은 내게는 사실상 죽음이나 다름없다.

내가 아는 모든 인간의 활동—스포츠, 의학, 예술, 음악, 공학, 문학, 물리학 등—에서 우리는 각 분야의 최고를 보며 영감을 얻는다. 올림픽, 월드컵, 노벨상 같은 전 세계적인 제도와 행사들도 바로 그런 뛰어난 사람들을 찾아내고 기리기 위해 존재한다.

물론 ‘최고’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쟁하는 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스포츠에서 최고, 의학에서 최고, 혹은 최고의 성과를 내는 제품 기업이 무엇이냐는 논의 말이다. 나 역시 이런 논쟁을 자주 하고, 제품 분야에서 ‘최고’란 무엇인지에 대한 내 생각도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나는 지금껏 ‘왜 최고를 연구하고, 거기서 배울 수 있는 건 최대한 배우는 게 좋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논쟁해야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현상의 본질은—솔직히 제품 커뮤니티 내 일부 사람들에게 해당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싫지만—자신을 더 발전시키고자 하는 욕구, 즉 야망이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최고’와의 비교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지금 모습 그대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끌리고, 더 나아지려는 노력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에 동의하게 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사람들 중 상당수는 “실리콘밸리가 아닌 곳에서는 그런 방식으로 일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불평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 세계 다양한 산업과 지역에서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또 다른 이유를 들어 시도 자체를 꺼리는 쪽으로 초점이 옮겨진 것 같다.

내가 다양한 사람들과 제품팀을 만나 일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바로, 최고의 기업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자신들의 일하는 방식에 만족하지 않고, 늘 더 나아지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몰아붙인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우리가 더 잘할 수 있고,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은 회사에서 일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내가 몸담았던 회사들은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좋은 제품 기업들이었다. 이게 모순이라는 뜻은 아니다. 계속해서 더 발전하고 싶다는 열망, 즉 야망이 있기에 이런 태도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제품을 만드는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고 주장한다. 대신,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길을 안내해줄 ‘핵심 원칙’들이 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이 모든 논의를 하다 보니 최근에 있었던, 역대 최고의 테니스 선수로 꼽히는 Roger Federer(로저 페더러)의 졸업식 연설이 떠오른다. 그는 선수 생활 동안 거의 80%에 가까운 경기에서 승리했다. 정말 대단한 기록이다. 그런데 그가 실제로 경기 중 획득한 포인트 비율을 보면, 겨우 54%에 불과하다.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결코 완벽하지 않다.

제품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만큼 더 잘할 수 있는 기회도 항상 존재한다. 이런 기회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주도적으로 성장하려는 야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원문: Agency vs Am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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