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Chris Cox가 영화 제작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The Story of Film’을 꼭 보라고 추천해줬다. 돌이켜보면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영화라는 매체도 불과 100여 년 전에 처음 생겨난 새로운 형식이었다. 여러 세대를 거치며 수많은 영화인들이 모여, 어떻게 해야 이 매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배워나갔다. 그 배움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초창기에는 영화가 단지 연극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을 영상으로 옮긴 것에 불과했다. ‘스매시 컷(smash cut)’처럼 지금은 당연한 연출 기법조차, 실제로 만들어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최근 영화감독 James Cameron과 대화를 나누며, 그는 영화계의 실험적 시도들이 사실 스토리텔링 방식을 새롭게 ‘발명’한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어떤 방식의 이야기에 더 잘 몰입하거나 덜 몰입하는지를 ‘발견’하는 과정이었다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즉, 성공한 실험들은 영화인들이 자신의 직감을 따라 대중에게 깊이 와닿는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과정이었다. 이렇게 하나의 실험이 성공하면, 다른 영화인들이 그것을 따라 해보거나 새로운 방식을 더하면서, 영화 언어는 점점 더 풍부해지고 다양해졌다. 결국 스매시 컷(smash cut) 같은 기법도 단순한 스토리텔링 혁신이라기보다는, 관객이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대한 또 하나의 ‘발견’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로서 새로운 제품을 쓸 때, 이 제품이 정말 내 예상 그대로, 또는 내가 원하던 방식 그대로 동작할 때마다 크게 만족감을 느낀다. 이럴 때면 마치 디자이너와 완벽하게 생각이 통했다는 느낌을 받는데, 사실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충분히 많아서, 상업적으로 타깃 시장이 될 만큼 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대로, 어떤 제품이 내가 생각했던 작동 방식과 다를 때는 묘하게 불편하고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하지만 사람마다 성향이 모두 같지 않고, 오히려 나는 우리 모두가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특정 도구나 기능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인류 보편적으로 더 가까운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제품에 대해 이상적인 ‘플라토닉 이데아’가 따로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또한 기술과 환경, 맥락이 항상 변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취향이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그 요구의 기준점 자체가 계속 바뀌는 셈이다. 그리고 어떤 발견의 길은 초기에 만들어진 조건이나 방향성(경로 의존성) 때문에 아예 탐구조차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만약 영화가 처음부터 지금과는 전혀 다른 포맷이나 필름 특성, 촬영 속도 같은 것으로 시작했다면, 오늘날과는 완전히 다른 발전 방향이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제품 개발을 화학이나 수학 같은 과학적 작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고고학이나 지도 그리기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일이 “과학이라기보다는 예술에 가깝다”고 말할 때, 그 의미를 이렇게 해석하면 이해하기 쉽다.
물론 실제 작업 그 자체는 분명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다. 새로운 기술을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연구하고 이해해야 하고, 이를 통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역량과 가능성이 열리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그 기술적 역량들은 소비자의 선호와 욕구를 탐구하는 여정에 쓰이게 된다.
그래도 이 과정을 좀 더 과학적으로, 체계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내 동료 Justin Shaffer가 회사 내부 포스트에서 사람들이 왜 인터넷에 글이나 콘텐츠를 올리는지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남긴 적이 있다. 그는 사람들이 온라인에 무언가를 올리는 행동에는 ‘상호 연결’에 대한 욕구, 그리고 좋은 콘텐츠를 먼저 발견해 친구들에게 소개함으로써 얻는 일종의 사회적 평판, 그리고 콘텐츠가 새로운 대화의 장을 열어준다는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는 그 보고서를 여전히 자주 떠올린다. 단체 채팅(그룹챗)이 보편화된 지금에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아주 유용한 인사이트를 준다고 느낀다.
몇 년 뒤, Kevin Systrom이 우리에게 Clayton Christensen의 “Jobs to be Done” 프레임워크를 소개했다. 이 도구는 팀이 고객의 니즈가 정확히 무엇인지 좀 더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더 잘 충족시킬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요즘 우리 팀은 “User Journeys”라는 방식을 활용한다. 이 방법을 통해 누가 우리 제품을 쓰는지, 그 사람들이 겪는 실제 문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제품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줄 것인지를 명확하게 정의한다.
나는 사람들이 Meta에 대해 가장 많이 오해하는 점이, 우리가 플랫폼 위에서 관찰되는 소셜 트렌드를 직접 만들어낸다는 생각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러나 실제 경험상, 그 인과관계는 정반대다. 트렌드는 이미 사회 속에 존재하고, 우리는 다만 그것을 발견해서 사람들이 더 잘 연결되도록 도울 뿐이다.
원문: Product Innovation is Discovery not Cre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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