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멈춰야 하고, 언제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할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사실, 지나고 나서도 명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래의 질문들이 그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수수께끼
시나리오 1 (S1)
(A) 시점에 AdWords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B) 시점에는 결과가 전혀 나오지 않아, 시간과 돈만 낭비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도 계속 시도하다 보니, (C) 시점에서는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결국 해낸 거죠!
시나리오 2 (S2)
(A) 시점에 AdWords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B) 시점에는 결과가 전혀 나오지 않아, 시간과 돈만 낭비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도 계속 시도했지만, (C) 시점에도 여전히 아무런 성과가 없고,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돈만 날렸습니다. 정말 허무하죠!
우리 모두 이런 두 가지 상황을 AdWords뿐만 아니라 인생의 여러 순간에서 겪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1번 시나리오를 우리는 ‘끈기로 이뤄낸 성공’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여러 격언에서 수도 없이 들어봤을 겁니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승리한다”, “포기하는 자는 결코 이길 수 없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한 걸음이다”, “실패는 성공을 향한 방향 전환이다”, “실수에서 배워라, 그러면 다음에는 성공할 것이다”, “성공할 때까지 성공한 척해라”, “실패한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창업자가 도전을 멈췄다는 것이다” 같은 말들이죠.
2번 시나리오를 우리는 ‘고집으로 인한 실패’라고 부릅니다. 이 역시 여러 격언에서 반복됩니다. “같은 행동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건 미친 짓이다”, “역사를 잊은 자는 그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은 실패한다”, “실패한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창업자가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바깥의 현실을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같은 말들이죠.
이런 결론이 정말 옳을까요? 아닙니다. 이건 그냥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한 편한 해석일 뿐입니다.
1번 시나리오와 2번 시나리오를 (B) 시점에서 생각해보세요. 이 시점까지는 두 상황이 완전히 똑같습니다. 그렇다면 (B) 시점에서 자신이 어떤 시나리오에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1번 시나리오라면 여기서 멈추는 게 바보 같은 짓이지만, 2번 시나리오라면 계속 고집하는 게 어리석은 행동이죠. 결국 당신이 명백한 실패의 신호를 외면한 채 반면교사로 남게 될지, 아니면 모든 의심을 뚫고 끝까지 밀어붙여 결국 모두를 놀라게 한 영웅이 될지, 그 순간에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차라리 그냥 알아보지 말고 (B)에서 멈추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도 답이 아닙니다. 만약 당신이 1번 시나리오의 길을 걷고 있었다면, 그 순간 멈추는 바람에 성공의 기회를 잃게 되니까요. 반대로 2번 시나리오였다면 멈춘 게 ‘현명한’ 선택일 수 있겠지만, 어쨌든 둘 다 결국 아무런 성과도 이루지 못한 셈이 됩니다. 멈추는 건 확실한 실패이고, 계속 밀고 나가는 것만이 그나마 성공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 선택입니다. 멈추는 순간, 당신은 결코 위대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AdWords뿐만 아니라, 제품 디자인이든, 회사의 비전이든, 그 비전을 중심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시장이든, 크고 작은 거의 모든 일에서 마찬가지입니다. (B) 시점에서는 모든 게 똑같아 보입니다.
벤처캐피털(VC)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게 그들의 직업이지만, 그들조차 알지 못합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경험이 많아도, 실제로는 대부분의 VC 포트폴리오가 손실을 봅니다. 전문가들조차 당신이 어느 길을 걷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 두 가지 시나리오를 과거의 결과에 비춰 해석하는 방식은, 우리가 지금 눈앞에 놓인 선택을 이해하거나 나중에 자신의 결정을 평가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결과가 좋았던 나빴던, 우리가 정말로 ‘무언가를 배웠다’고 확신할 수도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냥 선택을 내리고, 그 결과를 지켜봤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다소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고, 그동안 쌓아온 지혜조차 사실은 허상일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분명히 이것만이 진실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세요. 오히려 이게 당신을 더 자유롭게 해줍니다. 결정을 내릴 때 지나치게 고민하거나,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물론 일이 잘 풀렸을 때도 너무 자기 덕분이라고 자만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떤 시나리오에 있는지 애초에 알 수 없다는 걸 인정하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최대한 빨리 그 답을 찾아내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고, 눈을 크게 뜨고 결과를 객관적으로 관찰하세요. 1번 시나리오이길 바라되, 2번 시나리오일 수도 있다는 점도 받아들이세요. 만약 잘못 판단했다면 죄책감을 느낄 필요 없고, 맞게 판단했다면 자만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도, 지금 내가 어느 길에 서 있는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중요한 질문들이 있습니다.
이 수수께끼를 푸는 방법
불확실한 상황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저만의 구체적인 전략들이 있습니다. 인생의 많은 일들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런 전략들은 여러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입니다.
이런 전략들 외에도, 내가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질문들이 있습니다. 독자분들이 공유해주신 인사이트도 일부 정리해서 함께 소개합니다.
- 타임박스(Timebox): 일정 기간 내에 개선이 없으면 미련 없이 그만두겠다고 스스로 데드라인을 정하세요.
- 여전히 이 프로젝트가 재미있고, 뭔가 배우고 있다고 느끼나요?
- 진행 속도: 최근 진행이 빨라지고 있나요, 아니면 점점 느려지고 있나요?
- 제 3자의 시각(External sounding board)을 활용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점검하세요. 숫자가 명확한 방향을 알려주지 않을 때도 많고, 때로는 숫자가 분명한 신호를 주더라도 “이번엔 다를 거야”, “저건 특이값일 뿐이야”라며 무시하기 쉽습니다.
- 매몰비용(sunk cost)에 휘둘려 결정하지 마세요.
- 팀이 더 이상 새로운 아이디어나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면, 방향 전환(pivot)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만약 방향 전환에 대한 아이디어나 의지도 완전히 바닥났다면, 이제는 완전히 리셋하거나 그만둘 때입니다. 12개월 뒤에도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릴 수 있나요? 만약 아니라면, 지금 멈추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 우리 제품이 시장에 나와 있는 대안들보다 확실히 더 뛰어나거나, 곧 그렇게 될 것 같나요? 둘 다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멈추는 것도 고려해보세요.
- 입증된 사례(Existence proof): 다른 누군가가 비슷한 결과를 이미 만들어냈다면, 당신도 멈출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 그들의 솔루션이 별로인데도 돈을 벌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 이 일이 (a) 충분히 가치가 있는가, (b) 개선 가능성이 있는가, (c) 그리고 내가 여전히 에너지를 쏟을 의지가 있는가?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정말 즐거운가? 더 성장할 여지가 있는가? 그 성장을 위해 기꺼이 노력할 수 있는가? 내가 가진 역량이나 프로젝트를 최대한 잘 알리고 있는가? 혹시 이 시간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게 더 나을까?
-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이 일에 집착하느라 다른 중요한 기회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 결과와 보상(Consequences): 이 일을 끝내지 못하면 어떤 불이익이 있는가? 반대로 성공한다면 무엇을 얻게 되는가? 중간중간에 얻을 수 있는 작은 성과는 없는가?
- 두려움 때문에 결정하지 마세요. 결과가 조금 두렵더라도, 그럴 때일수록 계속 밀고 나가 보세요.
- ‘동전 던지기’처럼 마음을 정하고 싶을 땐, 혼자서 긴 산책을 하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사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미 답을 알고 있지만, 스스로 인정하기 싫을 때가 많습니다.
- 처음 이 여정을 시작하게 만든 ‘이유(Why)’로 돌아가세요. 지금은 그때의 ‘이유’를 다시 생각해볼 만한 새로운 정보가 생겼는지 한번 점검해보세요. 만약 여전히 같은 정보만 가지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유를 믿는다면, 그냥 계속 나아가도 좋습니다.
어쨌든, 그만 고민하고 그냥 실행하세요.
그리고 그 일이 끝나면, 뒤돌아보지 말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세요.
원문: Stubborn Visionaries & Pigheaded Foo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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