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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기술공화국 선언

소프트웨어 시대

실리콘밸리의 초기 혁신은 사소한 소비자용 제품에 매달리는 기술자들이 아니라 당대 가장 강력한 기술을 산업적,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했던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주도했다.

인간의 경험과 능력을 최고로 여기는 일종의 우월주의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종종 창작 세계에서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독창성이나 진정성 같은 모호한 개념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시위와 대중의 분노가 위협적인 이유는 기술 산업 전반의 리더들과 투자자들의 본능에 영향을 미치고 판단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원래 논란이나 비판의 소지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철저히 피하도록 훈련되어 왔다. 이렇게 무엇을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어야 하느냐는 방향조차 시장의 변덕에 전적으로 맡기고 회피한 대가는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무력하다고 해서 고결하다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태도다. 오히려 도덕적 우월감을 드러내는 태도에 가깝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모두가 중대한 죄를 저지를 수 있는 존재이니 말이다.

미국 정신의 공동화

사람과 직접 부딪히고 세상과 마주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르는 날카로운 충돌과 결함까지 모조리 없애려고 할 때 중요한 무언가를 잃게 된다.

대가가 따르지 않는 신념을 과연 진정한 신념이라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익명성이라는 보호막 때문에 이 세대는 진짜 자기 생각에 책임을 지거나 공론장에서 승패를 직접 경험하며 배우는 기회를 잃고 있는지 모른다.

요즘 세대는 수많은 우회로와 플랜B를 만들고, 자신의 의견을 불편해하거나 논란이 될 부분을 미리 매끈하게 다듬으려는 본능이 있다. 이런 태도는 성공을 위해서든 실패를 통해 성장하기 위해서든 꼭 필요한 무모할 정도로 온몸을 던져 몰입하는 자세와 정면 충돌한다.

어떤 조직이든 어떤 국가든 리더들에게 권한을 주되 리더들이 조직의 목표보다 자기 지위나 특권을 지키는 데 몰두하지 않게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오늘날의 침묵은 타인을 불쾌하게 하거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실수하는 것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한 징후다.

사람들이 규범을 조금이라도 벗어났거나 잘못했다고 여겨지면 현대 문화는 순식간에 그들을 몰아세우고 비판한다. 그런 광기 어린 응징 문화가 거세질수록 우리가 진리에 다가갈 능력은 그만큼 위축된다.

주저함은 모든 관점과 가치를 포용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됐지만, 모든 것을 관용하다 보면 아무것도 지지하지 않게 되기 쉽다.

자신과 대립하는 이들의 의견이 못마땅하더라도 지적 존중심을 유지하는 건 엄청난 강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상대방을 진지하게 다루기보다 깎아내리기에 익숙해진 문화에서 더욱 그렇다.

가장 효과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적의 장점과 능력을 깊이 이해하고, 분노나 도덕적 격분에 사로잡힌 종교 전쟁 같은 싸움을 피하는 이들이다. 도덕적 우월감에 대한 지나친 자기 확신은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엔지니어링 사고방식

이상적인 형태의 스타트업은 벌떼와 같아야 한다. 과도한 중앙집중식 통제 없이 이뤄지는 협업과 움직임은 미국의 스타트업과 엔지니어링 문화가 공유하는 가장 핵심적인 특징 중 하나다.

즉흥 연극과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그곳에서 일하며 막막한 도전에 뛰어드는 것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무대 위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캐릭터에 몰입하는 일은 우연성을 받아들이고 심리적 유연성을 기르는 걸 필요로 한다. 이런 자질은 기존 시장의 요구만 충족하기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나아가 그 시장을 만들어가려는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필수적이다.

소프트웨어와 기술 개발은 이론이 아닌 관찰에 기반한 예술이자 과학이다. 이렇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끊임없이 버리고,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을 찾아나가야 한다. 관객, 대중, 고객에 대한 그런 민감성이야말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야심 있고 유능한 리더는 스스로 기회를 찾아 그 자리를 메우려 들기 마련이다. 만약 모든 책임과 권한이 고정돼 있었다면 남의 영역을 침범하는 게 두려워 누구도 도전하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오늘날 기업문화의 가장 본질적인 한계는 회사 내부의 위계나 조직 구조가 지나치게 경직되어서 새로운 과제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리콘밸리의 핵심 통찰은 단지 가장 우수하고 똑똑한 사람을 뽑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우수한 존재로 인정하며 창작할 수 있는 유연성과 자유, 공간을 보장해주는 데 있다. 가장 생산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예술가 공동체와도 같아서 기질적으로 까다롭고 재능 넘치는 영혼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이들이 지닌 권력에 순응하거나 굴복하지 않으려는 의지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본능이다.

조직 내의 특정한 대립은 실질적인 무언가를 구축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책임을 완전히 저버리는 건 단순히 조직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하지만 위로부터의 지시를 아무런 의심 없이 그대로 실행하는 것 역시 조직의 장기적인 생존에 똑같이 위험하다.

강력한 동조 욕구는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야 할 때는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무언가 의미 있고 독창적인 것을 이루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의 심리적 회복탄력성과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무관심할 수 있는 태도가 꼭 필요하다.

오늘날 인터넷에 우리의 생각과 글이 영원히 남고, 대중은 과거 발언과의 모순을 찾아내려 혈안이 되어 있기에 더욱 과거의 자신에게 갇혀버리기 쉽다.

의미 있는 건 직선 경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상황에 맞춰 생각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탐욕스러울 정도의 실용주의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증거를 왜곡하는 게 아니라 증거에 맞춰서 사고방식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

자신이 다뤄야 할 시스템과 프로세스들이 가진 불완전함과 모순처럼 보이는 혼란스러운 현실에 대해 정서적이고 때로는 물리적인 밀착을 갖는 것, 바로 이것이 진보의 원천이다.

회사 내 리더들의 심리적 성향이나 의사결정 본능이 문제의 핵심인 경우가 대체로 많다.

5Whys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려면 참여자들이 동료를 탓하고 싶은 유혹을 억누르고, 실수를 초래한 구조적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진짜 어려운 문제는 조직 내 가장 유능하고 도덕적 기준이 높은 사람들이 문제를 숨기지 않고 드러낼 수 있도록 충분히 너그러운 내부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판단을 유보한 채 면밀하게 바라보며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자신의 주관적 관점을 억지로 덧씌우지 않으려는 태도는 모든 엔지니어링 문화의 핵심이다.

기술공화국 재건

미래는 모든 관점을 수용하겠다는 공허한 주장 뒤에 숨는 대신 오히려 어떤 고유하고 새로운 것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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