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살아가는 방식은 매우 다양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하루 12시간씩 코드를 쏟아낼 수도 있고, 주변 동료들의 성공을 돕는 프로세스 중심의 업무인 ‘글루 워크(glue work)’에 집중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구현 방식에 그치지 않고 제품 관리자(PM)나 디자이너와 소통하며 무엇을 만들 것인지에 목소리를 낼 수도 있죠. 스태프 엔지니어(Staff Engineer) 이상의 직급으로 승진 가도를 달릴 수도, 혹은 적당히 일하며 취미 생활에 전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길을 선택하든, 기술 기업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합니다.
최근 알렉스 웨너버그(Alex Wennerberg)와 나눈 대화에서 이 점이 명확해졌기에 그에게 공을 돌리고 싶습니다. 웨너버그는 제가 평소 기술 기업의 현실 정치(realpolitik)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가치’에 대해서는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람들이 원하고 좋아하는 소프트웨어를 전달하는 것이 가치입니다. 결국 기술 분야에서 일하는 목적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니까요.
제 관점에서 이는 자동차의 목적이 식료품점에 장을 보러 가거나 연인을 데리러 가는 등 본인이 중시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자동차로 이룰 수 있는 목표 중에는 더 가치 있는 것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토먼트 넥서스(Torment Nexus)’ 같은 악덕 기업으로 출근하는 것보다 무료 급식소로 봉사 활동을 하러 가는 것이 훨씬 훌륭한 일이죠. 하지만 무엇을 하고 싶든 간에, 일단 자동차를 운전하는 법은 알아야 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승진을 갈망하는 야망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고 가정해 보죠. 그렇다면 단순히 지라(JIRA) 티켓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는 승진 가도(적어도 중간급 이상에서는)에 오르기 어렵다는 점, 글루 워크가 오히려 함정이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결국 프로젝트의 성과로 평가받는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커리어의 성공을 위해서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shipping)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본인이 리드하지 않는 자잘한 업무는 과감히 쳐내고, 맡은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악착같이 매달려야 하며, 그 진행 상황을 경영진에게 어떻게 보고할지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죠.
반대로 야망 없이 그저 편하게 일하며 아이들(혹은 반려견이나 모델 기차 취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엔지니어라고 가정해 봅시다. 승진에는 관심이 없겠지만, 이 경우에도 글루 워크의 위험성과 프로젝트의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적은 노력으로도 최고의 평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직 내 ‘스포트라이트’가 어디를 향하는지 예의 주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실제로 무리해서 일하지 않고도 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사가 당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너머의 진정한 사용자 가치를 전달하고 싶은 엔지니어가 있다고 합시다. 예를 들어 웹 접근성(accessibility)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회사는 그저 생색내기식으로만 접근하는 상황입니다. 이럴 때는 회사 내에서 자신의 평판(reputation)을 미리 쌓아두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승인되지 않았거나 겨우 허가받은 접근성 개선 작업을 할 때 그동안 쌓아온 신뢰 자산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조직이 드물게 접근성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이 왔을 때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대규모 접근성 개선 계획을 미리 준비해두고 ‘파도를 타야’ 합니다.
자동차 운전법을 모르면 곤경에 처할 수 있습니다.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쏟아붓고 승진이 누락되어 좌절하는 야망 있는 엔지니어들을 봐왔습니다. 조직에서 소외되어 밀려나는 엔지니어들도 보았죠(물론 이들은 대개 ‘그럴 줄 알았다’는 담담한 태도를 보이긴 합니다). 자신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생리를 몰라 아예 실행조차 못 하거나 그 과정에서 모든 동료와의 관계를 망쳐버리는 엔지니어도 수없이 보았습니다.
대기업의 사내 정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대기업에서 일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도 훌륭한 선택입니다! 하지만 이는 수백만,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기업 특유의 영향력(leverage)을 포기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영향력을 활용해 무엇을 이루고 싶든 간에, 여러분은 거대 기업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반드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원문: You have to know how to drive the car
blog by ash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