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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관통하는 미디어의 법칙들

시대를 관통하는 미디어의 법칙들

인간의 모든 혁신 산물, 즉 우리 몸의 인공적 연장에 공통된 기술의 일반 원리나 속성, 효과가 있을까? 이런 질문들은 1970년대 초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과 그의 아들 에릭 맥루한(Eric McLuhan)이 풀어보고 답을 찾으려 했던 문제 중 하나였다.​

테트라드(tetrad) 또는 ‘미디어의 법칙들(laws of media):’
enhances: 포괄적·구조적 과정에 대한 인식
obsolesces: 논리적 방법의 지배력
reverses into: 기술(하드웨어)이 소프트웨어로 변함
retrieves: 비유(metaphor), 로고스(logos)
‘Laws of Media: The New Science’ (Marshall and Eric McLuhan, 1988)

맥루한 시니어(McLuhan Sr.)는 출판사 맥그로-힐(McGraw-Hill)로부터 1964년 베스트셀러 *이해 미디어: 인간의 연장(Understan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의 10주년 기념판을 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아마 새로운 서문이나, 이해 미디어 이후 등장한 기술들을 다룰 한두 챕터 정도를 원했을 거다. 처음엔 마샬과 에릭도 그 정도로 생각한 듯하다 – 그들의 이해 미디어 책 여백에 적힌 메모가 그걸 말해준다. 이 프로젝트를 UMR, 즉 ‘이해 미디어 개정판(Understanding Media Revised)’이라고 불렀는데, 그때 이미 출판사 요청을 초과하는 규모였다. 결국 훨씬 더 거대한 작업으로 발전했다.​

맥루한은 책이 10% 이상 새로워질 수 없다는 암묵적 규칙을 무시하거나 무시무시하게 어겼다. 이는 그가 1964년 이해 미디어 서문에서 지적한 바다:​

“이 책에서는 주요 연장(extension)들 몇 가지와 그 정신적·사회적 결과를 다룬다. 과거에 이런 문제에 얼마나 관심이 적었는지는 이 책 편집자 중 한 명의 당황스러운 반응에서 알 수 있다. 그는 ‘당신 자료의 75%가 새 거네요. 성공한 책은 10% 이상 새로워질 수 없어요’라고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위험이 크고, 인간 연장의 효과를 이해할 필요가 매시간 더 커지는 시기에 이런 위험은 감수할 만하다.”

겉보기엔 과도한 신선함에도 불구하고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1964년에 미디어 연구가 “매시간 더 시급해진다”고 했는데, 오늘날 그 긴박함의 수준은 도저히 묘사하기 어렵다.​

UMR 프로젝트는 마샬이 이해 미디어에 대한 주요 비판 중 하나, 즉 ‘과학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직면하기로 결정하면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 ‘비과학적’ 비난은 책의 내용보다는 스타일에 대한 것이었다. 스타일은 의도적으로 기존 형식을 벗어나, 어제의 형식이 아닌 오늘날의 미디어를 더 잘 반영하도록 설계됐다. 고도로 문해력 있는 독자들에게는 혼란스럽고 구조가 없어 보였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산문보다는 시에 가까운 스타일은 독자를 끌어들이고, 수동적이지 않게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마샬과 에릭 부자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그들은 워낙 통이 잘 맞아서 가끔 서로의 문장을 완성해주곤 했다. “물리학 법칙, 열역학 법칙이 있듯이… 미디어 법칙은 없을까?” 그들은 이해 미디어를 연구 자료로 삼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로 했다.

마샬과 에릭의 노력이 엿보이는 건 함께 공부한 두 권의 이해 미디어 책 페이지들이다. 각자 책 여백에 메모를 남겼다. 이해 미디어 개정 프로젝트인 UMR은 안타깝게 중단됐다(중단됐지만 원고들은 엄청난 작업량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로 인해 맥루한 부부가 미디어 법칙 탐구를 포기한 건 아니었다. 결국 에릭 맥루한이 이렇게 쓰게 된다:

“우리는 인간이 만들고 하는 모든 것, 모든 과정, 스타일, 유물, 시, 노래, 그림, 기발한 장치, 도구, 이론, 기술 – 인간 노력의 모든 산물 – 이 동일한 네 가지 차원을 드러낸다는 걸 발견했다.”
‘Laws of Media: The New Science,’ University of Toronto Press, 1988

잠시 멈춰서 ‘미디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라. 위 내용이 그 질문에 큰 답을 준다. 우리는 미디어란 게 뭔지, 미디어들이 뭔지 이런 기본 질문을 얼마나 자주 던질까? 특정 기술 하나하나에만 집중하다 보니, 그것들을 함께 모아 공통점을 찾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들을 함께 고려하고 공통성을 탐구하면, 자연스레 일반 원리를 발견하게 된다.

70세 생일 전에 세상을 떠난 마샬 맥루한의 말년에 Avant Garde 잡지가 그의 가장 큰 업적을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내 가장 큰 업적은 모든 인간 유물, 인간의 모든 연장(extension)이 ‘말의 방식’으로 구조적으로 패턴화되어 있다는 발견이다. 라디오 같은 미디어든, 불도저(bull dozer)든, 안전핀(safety pin)이든, 말 자체든 과학 법칙이든, 인간의 모든 발화(utterings)와 외화(outerings)는 메타포 자체의 네 부분 구조를 가진다. 이 발견을 돈의 특성으로 설명하면:
(a) 교환 속도를 강화한다
(b) 물물교환(barter)을 퇴화시킨다
(c) 포틀라치(potlatch, 과시적 낭비)를 되살린다
(d) 한계까지 밀리면 신용(credit)으로 뒤집힌다.
이런 내용의 책이 곧 나온다. 제목은 ‘The Laws of the Media’.”

하지만 아무도 출판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1988년에야 에릭 맥루한이 토론토 대학교 출판부(University of Toronto Press)를 설득해 ‘Laws of Media: The New Science’로 내게 된다. 부제는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Novum Organon)과 지암바티스타 비코(Giambattista Vico, Scienza Nuova)의 전통에 대한 의도적 오마주였다. 맥루한 부부는 자신들의 작업이 그 연장선이라고 봤다.

요즘 미디어 법칙, 즉 ‘테트라드(tetrad, 네 개의 그룹)’를 사용하는 사람이 더 많아진 걸 눈여겨봤다.

미디어 법칙이 기술의 모든 걸 말해주진 않지만, 어떤 기술이 뭔지·무엇을 하는지 탐구할 네 가지 확실한 출발점을 준다 – ‘the medium is the message’를 다른 말로 표현한 거다. 특히 사물의 형식(form)을 내용(content)뿐 아니라 들여다보게 해준다. 미디어의 내용, 우리가 그걸로 하는 일이나 주목하는 건 항상 상황의 작은 부분이자, 영향력이 약한 영역이다. 이해 미디어에서 맥루한은 T.S. 엘리엇(T S Eliot)을 멋지게 패러프레이즈하며 내용을 ‘도둑이 정신의 경비견을 유혹하기 위해 물고 가는 육즙 많은 고기 조각’으로 비유한다. 내용은 우리를 바쁘게 하고 주의를 붙잡지만, 미디어는 그사이 우리와 삶, 세상을 재배열한다. 메리 포핀스(Mary Poppins)를 빌리자면, 내용은 약을 삼키게 해주는 설탕 한 숟가락이다.

맥루한 부자가 발견한 네 가지는 바로 이거다:

어떤 기술이든 우리 몸의 어떤 측면을 강화(enforces)하거나 증폭한다. 우리는 이미 하는 일을 더 빠르고 쉽게,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도구를 만든다. 장갑은 손을 보호하고, 컴퓨터는 계산을 돕고, 전화는 목소리를 전 세계로 퍼뜨린다.

“이 책의 지속적인 주제는 모든 기술이 힘과 속도를 높이기 위한 우리 신체·신경계의 연장(extension)이라는 것이다.” ‘Understan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 1964

그 기술은 퇴화(obsolesces)시키며, 이미 지배적 위치에 있던 무언가를 뒤집거나 밀어내고 교란한다. Linotype 기계는 식자공 90%를 일자리에서 쫓아냈고, Twitter는 TV·라디오 네트워크가 하던 속보 뉴스를 대체했다.

“요즘 우리는 책이 구식이 됐다고 말한다. 이는 Xerox 시대와 페이퍼백 시대에 책이 새로운 용도를 얻고 있다는 뜻이다.” Marshall and Eric McLuhan in conversation, 1971

그 기술은 되살림(retrieves)하며, 가까운 과거든 먼 과거든 무언가를 새로운 형태로 불러온다. 문자 메시지는 주머니에 전보(telegraph)를 넣어준 셈이고, 자동차 안 남자는 빛나는 갑옷의 기사(knight in shining armour)다.

“새로운 형태가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과거 행동이나 서비스의 재발생(recurrence)이나 되살림(retrieval)은 무엇인가? 이전에 퇴화됐던 옛 지반(medium)이 새 형태에 어떻게 되살아나 내재하는가?” ‘Laws of Media: The New Science’ 1988

어떤 지점을 넘어서 과도하게 밀어붙이면 그 효용이나 특성이 뒤집힌(reverses)다. 와인 한두 잔은 즐거움을 주고 스트레스를 풀며 사교를 부드럽게 하지만, 몇 병째 가면 정반대다. 정보는 현명하고 적시적 결정을 돕지만, 과잉 정보는 과부하와 마비를 부른다.

“잠재력 한계까지 밀리면 새로운 형태는 원래 특성을 뒤집는다. 새 형태의 뒤집힘(reversal) 잠재력은 무엇인가?” ‘Laws of Media: The New Science’ 1988

예를 들어 Laws of Media에 나온 테트라드 하나:

Xerox:
enhances: 인쇄기의 속도
obsolesces: 조립라인 책(assembly-line book)
reverses into: 모두가 출판자가 됨
retrieves: 구전 전통(oral tradition)
‘Laws of Media: The New Science’ (Marshall and Eric McLuhan, 1988)

미디어가 복잡하고 여러 일을 할 수 있지만, 마샬과 에릭은 모든 미디어가 예외 없이 이 네 가지를 한다는 걸 발견했다. 이 발견이 놀라운 만큼 – 마샬 맥루한이 자신의 가장 인상적인 업적으로 꼽을 정도 – 그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거의 똑같이 놀랍다.

그들은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네 가지를 찾았지만, 다섯 번째를 찾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아버지 에릭이 여전히 모든 미디어에 예외 없이 적용될 다섯 번째 공통 차원을 찾으려 귀 기울이고 있었음을 안다. 몇몇이 제안했지만 아버지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지난 5년 동안 여러 코호트와 함께 Understanding Media를 처음부터 끝까지, 단어 하나하나 짚어가며 읽어온 덕분에 나 역시 늘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기술 군(群)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일종의 ‘부차적인 법칙(minor laws)’이라 부를 만한 것들은 훨씬 더 많이 발견했지만, 다섯 번째 보편 법칙은 나도 아직 찾지 못했다. 어쩌면 그건 당신이 찾아낼지도 모른다.

테트라드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우선은 호기심이 필요하다. 조금이든 많이든 ‘장난쳐 보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상상해야 하고, 당장은 불완전한 상태에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한다. 스스로와 논쟁하고, 각 요소를 서로 맞부딪쳐 시험해보고, 만지작거리며, 다소 시(詩)에 가까운 쪽을 탐닉해봐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맞는’ 답으로 조율이 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답’이 없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분명 있다. 한 매체가 우리 안의 여러 부분을 동시에 증폭할 수도 있고, 하나의 새로운 매체가 여러 기존 매체를 한꺼번에 퇴화시킬 수도 있기에, 단일한 정답이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서로의 관계 속에서 볼 때 ‘맞는’ 답은 존재한다. 화음 속 각각의 음처럼, 제대로 맞는 음들은 서로 울림을 만들어내고, 그 울림이 무언가를 드러낸다. 다만 그러려면 기꺼이 ‘연주해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좋은 답이란 새로운 탐구와 학습의 영역을 열어 주는 답이기도 하다.

“나는 설명하지 않는다, 탐험할 뿐이다(I don’t explain, I explore)”
Life, 1966년 2월

탐험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고, 설명은 이미 관찰된 것을 규정하기 위한 것이다. 둘은 전혀 다른 접근이며, 각자 적합한 활동 영역이 따로 있다. 탐험에서 중요한 건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대개 자기가 찾으려는 것만 보게 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이런 식의 실험을 기꺼이 하려는 것은 아니다. 또한 많은 사람은 이런 접근을 자신들이 생각하는 의미의 ‘과학적’이라 보지 않을 것이다. 맥루한 부자는 더 오래된 과학 개념, 오래된 새로운 과학(old new science)에 자신들을 align했다. 부제는 그 힌트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Novum Organon과 지암바티스타 비코의 Scienza Nuova를 의도적으로 소환한다.

“테트라드 형식의 미디어 법칙은 철학이 아니라 수사학(rhetoric)과 문법(grammar)에 속한다. 우리가 관심 두는 것은 어원학(etymology)과 주해(exegesis)다. 이는 현대의 기술과 유물(artefacts) 연구를 처음으로 인문학적·언어학적 토대 위에 세우려는 시도다.”
‘Laws of Media: The New Science’ 1988

‘미디어의 법칙’은 어느 매체에 대해서든 모든 것을 알려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놀라운 것을 하나 준다. 바로 예측 가능성(predictability)이다. 우리가 새로 만들어낼 어떤 것도 이 네 가지를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 일부를 증폭할 것이다. 무언가를 구식으로 만들 것이다. 과거의 무엇인가를 새 형태로 되살릴 것이다. 그리고 밀리는 데까지 밀리면, 뒤집힐 것이다. 이는 새로운 미디어를 다룰 때 엄청난 이점이다. 새 형식이 우리와 세계에 미칠 효과를 미리 내다볼 수 있는 출발선을 크게 앞당겨 주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효과는 흔히 말하는 ‘부작용’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반기는 재무적 효과까지 포함한다.

“지금 벌어지는 일을 성찰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필연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Saturday Review’ 1967

테트라드를 만드는 방법:
먼저, 스스로에게 공간을 허용하라. 상자를 만들지 않으려 해보라. 상자는 닫히고, 당신은 열린 상태로 있고 싶을 것이다. 매체를 한가운데 두고 바깥으로 뻗어나가라. 이 작업을 할 때는 가능한 한 큰 표면을 쓰는 걸 좋아한다. 이상적으로는 화이트보드나 칠판이면 좋다. 여러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그룹으로 하는 것도 선호한다. 다양한 관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빈 테트라드 템플릿을 인쇄해서 메모지처럼 써 왔고, 당신도 마음껏 가져다 써도 좋다.)

처음에는 가능한 한 많은 답을 쏟아내는 게 좋다. 그다음에 시간을 두고 다시 보면서, 네 그룹 각각에서 서로 울리는 것들을 골라 테트라드를 정제해 나가라.

“답을 찾는 건 쉽다; 어려운 건 질문이다.”
Monday Night Seminar, 1977년 1월 22일

일부 사람들은 네 가지 법칙 중 어떤 게 쉽고 어떤 게 어렵다고 느낀다. 나한테는 하나가 세 개보다 훨씬 어렵다: retrieve(되살림). 조금 생각하면 새 형태가 우리 몸의 어떤 부분을 인공적으로 연장하는지, 그걸로 뭘 할지 파악할 수 있다. 어떤 게 구식으로 밀려날지 상상하는 것도 종종 어렵지 않다. 과잉이나 극단적 상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더 고민하면 그 뒤집힘(reversal)도 그려진다(그리고 그걸 미리 예상해 대응한다면, ‘의도치 않은 결과’나 ‘예견 못 한 부작용’으로 치부하지 않고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과거의 무언가가 새 형태로 되살아나는 걸 알아채려면… 그 뒤에 뭐가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 때론 예상치 못할 때 답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 순간이 사실 제일 좋아, 여유가 된다면. 예상 밖 통찰의 섬광만큼 짜릿한 건 없다.

iPhone 1:
enhances: 세상을 자신 안으로, 자신을 세상으로
obsolesces: 집을 집으로서의 공간
flips: 개인의 종말
retrieves: 유목 사냥꾼(nomadic hunter)
Tetradeck (prototype card deck, Andrew McLuhan)

테트라드를 설명할 때 고속도로(highway)를 자주 예로 든다. 고속도로는 이동,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가는 능력을 증폭한다. 구식으로 만든 것들 중엔 기차 같은 대중 통근 수단 – 사람들이 더 직접적이고 자기 스케줄대로 이동할 수 있게 됐으니까 – 과 동네를 살고 일하는 장소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 그 결과 교외(suburb)가 탄생했다. 너무 밀어붙이면, 도로에 차가 너무 많아져 교통 체증(traffic jam)이 된다. 고속도로의 정반대다. 내 고속도로 테트라드가 한참 걸린 부분이 바로 이거였다. 고속도로가 과거의 무언가를 새 형태로 되살리는 게 뭘까? ‘retrieve’ 요소가 얼마나 도망 다니는지 보여주는 예시로 썼다. 꼭 네 개 다 안 나와도 괜찮다 – 고속도로의 세 가지만 해도 엄청난 생산적 사고로 이어지니까.

우연히 골든 리트리버(Golden Retriever) 핀네간(Finnegan)이라는 개를 키웠다. 어느 겨울, 집 뒤 흙길을 핀과 걷다가 개울을 건넜다. 조건이 맞으면 겨울에 이 얼어붙은 개울에서 스케이트 타는 게 엄청 재밌다. 그때 번뜩였다. 도로가 생기기 전엔 강이 바로 우리의 고속도로였다. 현대 고속도로는 어떤 의미에서 강을 고속도로·이동 수단으로서 새 형태로 되살린 거다.

마샬의 1978년 컴퓨터 테트라드:
Computer:
Enhances: 정보의 즉시 재생, SW (software)
Obsolesces: HW (hardware)
Retrieves: Hunter
Flips: 패턴 인식(pattern recognition).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가 말했듯, 인공 환경은 보이지 않을 때 무적이다.”
‘At the Flip Point of Time—The Point of More Return?’ 1975

테트라드의 핵심, 미디어 연구의 본질은 미디어를 ‘보이게’ 하는 거다.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 때론 인식 바로 아래 살짝, 때론 깊이 묻혀 있는 걸 주목하게 만드는 것. 진짜 사용자 경험(UX)은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지만 우리를 형성하는 바로 그거다.

“사람은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한다. 하지만 이해가 아니라 경험이 행동을 좌우한다. 특히 미디어·기술의 집단적 문제에서 개인이 그 효과를 거의 필연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렇다.”
Understan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 1964

책에서 조금 뒤에 그는 “미디어는 우리에게 일이 일어나게 만드는 존재이지, 우리가 깨닫게 해주는 존재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우리를 ‘알아차리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쓸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고안했다. 테트라드, 곧 미디어의 법칙은 그 노력의 산물로, 일종의 ‘깨우침을 주는 장치(make-aware agent)’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바로 여기에 인공지능(AI)의 이상적인 용도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의식의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우리가 더 잘 다루고 통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깨우침을 주는 장치’로서 말이다

원문: Laws of (New)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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