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연화(Annealing)란, 금속의 성질을 변화시켜 가공하기 쉽게 만드는 공정입니다. 금속을 서로 접합하기 전에 어닐링을 해주면,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응력에도 불구하고 각 부품이 잘 맞춰진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시장 유연화(Market Annealing)는, 회사와 시장 모두를 초기 Go-to-Market(GTM) 전략에 맞게 유연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는 회사가 시장보다 더 나은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믿을 때, 즉 시장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의 고유한 특성과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회사가 많은 노력을 쏟아붓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과정은 상당한 시간과 시행착오를 필요로 하며, 때로는 몇 년에 걸쳐 아주 조금씩만 진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카테고리 창출(Category Creation)은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전략이긴 하지만, 스타트업이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서 제품을 출시해 연간 반복 매출(ARR) 수십억 원(수백만 달러) 수준까지 성장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별다른 실질적 가이드를 제공하지 못합니다.
또한, ‘카테고리 창출’만 잘하면 시장이 마치 저절로 제품을 찾게 되는 수요 중심의 환경으로 바뀔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가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많은 시장에서는 여전히 공급자가 적극적으로 고객을 찾아 나서야 하고, 수많은 기업들이 힘겹게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가지만, 결국 시장의 대중적 수용 단계(Chasm)를 완전히 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완전히 새롭거나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시장에서 어떻게 회사를 성장시킬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스타트업이 집중해야 할 주제입니다.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 PMF)을 찾는 것은 여정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시장의 핵심 문제를 기가 막히게 정확히 해결하는 ‘마법 같은 제품’을 우연히 만들어내서, 손쉽게 Go-to-Market(GTM) 전략을 짤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회사와 시장을 동시에 두드려가며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몇 년에 걸친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과정은 제품 비전에서 시작해 영업과 마케팅을 거치고, 다시 제품 개선으로 이어지는 피드백 사이클의 반복입니다. 회사는 시장의 요구에 맞춰 계속 변화하고, 시장도 점차 제품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유연해지면서, 이 순환이 계속 이어집니다.
이렇게 회사와 시장이 함께 맞춰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우리는 ‘회사-시장 유연화(Company-Market Annealing)’, 줄여서 ‘시장 유연화(Market Annealing)’라고 부릅니다. 이 용어는 회사가 연간 반복 매출(ARR) 3,000만 달러(혹은 때로는 1억 달러)에 도달할 때까지, 회사와 시장을 하나로 엮어내기 위해 쏟아부어야 하는 엄청난 노력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시장 유연화는 단순히 제품-시장 적합성(PMF)을 찾는 것과는 다릅니다. PMF는 이미 존재하는 시장과 제품의 조합을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시장 유연화는 회사와 미성숙한 시장 양쪽 모두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에 방점이 있습니다. 즉,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와 시장을 동시에 변화시키는 실질적인 실행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또한, 시장 유연화는 카테고리 창출(category creation)과도 다릅니다. 카테고리 창출이 새로운 시장, 바이어, 예산을 정의하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흐름이라면, 시장 유연화는 시장과 회사 모두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타트업이 자신의 비전을 시장에 밀어넣기 위해 실제로 취해야 하는 전술적 단계들에 집중합니다. 새로운 카테고리가 반드시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장 유연화는 그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실행의 연속입니다.
아쉽게도, 시장 유연화 과정에는 뚜렷한 정답이나 손쉬운 해법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전략과 방법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반면, 이 분야에는 잘못된 조언이 넘쳐나기 때문에, 자주 반복되는 실수나 함정들도 많습니다. 이런 실수들을 피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이 글의 핵심 목적은 ‘시장 유연화’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이를 제품-시장 적합성(PMF)이나 카테고리 창출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스타트업이 시장 유연화 과정에서 꼭 고민해야 할 주요 Go-to-Market(GTM) 전략—특히 아웃바운드 세일즈(직접 영업) 실험이 필요한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들—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시장 유연화와 세일즈
시장으로부터 올바른 GTM 전략을 배워라
초기 시장을 헤쳐 나갈 때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는 어떤 Go-to-Market(GTM) 전략이 맞는지 파악하는 일입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올바른 GTM 전략을 찾는 과정은 제품-시장 적합성(PMF)을 찾는 것만큼이나 많은 시행착오와 탐색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제품을 구매할지는 결국 회사가 아니라 시장이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GTM 전략을 찾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고, 여러 번의 실패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목격하는 가장 큰 실수는, GTM 전략을 너무 이른 시점에 확정하고 무리하게 확장해 버리는 것입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특정 Go-to-Market(GTM) 전략을 시장에 억지로 적용해보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창업자들이 비용이 덜 들고, 초기 팀의 제품 역량에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무작정 ‘바텀업(bottom-up)’ 전략을 선택하곤 합니다. 실제로 바텀업 전략이 잘 맞는 제품과 시장에서는, 이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텀업 전략은 특정 시장과 제품에만 효과적입니다. 특히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아주 초기 단계에서는, 고객과 직접 대화를 나누지 않고는 제품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기가 훨씬 더 어렵습니다(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힘듭니다). 실제로 우리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바텀업 전략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결국에는 다시 직접 영업(sales)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많이 봐왔습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마세요. 이 과정은 쉽지 않고, 몇 년을 고생해도 눈에 띄는 성과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점은,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세일즈 모델은 ‘작동하지 않는 모델’이라는 사실입니다.
초기 영업은 창업자가 직접 맡아라
초기 시장에서는 올바른 Go-to-Market(GTM) 전략이 확실하지 않거나, 탑다운(top-down) 방식이 정답이라고 판단될 때, 창업자가 직접 영업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창업자가 직접 팔 수 없는 제품이라면, 그 누구도 팔 수 없습니다. 실제로 창업자가 직접 영업에 나서면 많은 이사회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고, 연간 반복 매출(ARR) 400만 달러 정도까지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니어 영업 담당자(sales reps)를 몇 명 채용해 조달 절차를 지원하고 시장을 탐색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이들이 창업자가 직접 발로 뛰며 시장을 설득하는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영업 담당자들은(우리는 이들을 ‘르네상스형 영업 담당자(renaissance reps)’라고 부릅니다) 초기 시장에서의 경험이 풍부하고, 다양한 영업 방식을 실험해본 배경이 있는 인재여야 합니다. 처음에는 두세 명 정도로 소규모 팀을 꾸리는 것이 가장 좋고, 서로 다른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시장을 더 폭넓게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여러 명이 함께 초기 영업에 참여하면, 특정 인물의 성과가 지나치게 좋거나 나빠서 생길 수 있는 편향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르네상스형 영업 담당자들은 구매자, 사용 사례, 가격 정책, GTM 전략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해 시장의 피드백을 수집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더 나아가, 유능한 르네상스형 영업 담당자는 바텀업 전략이 실제로 이 시장에 맞는지 판단하는 데도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진짜 르네상스형 인재를 찾기 전에 두세 명의 영업 담당자를 먼저 채용해보는 일이 흔하게 일어납니다.
아무리 경험 많은 영업팀을 뽑았다고 해도, 그들이 별도의 지시 없이 스스로 모든 걸 해결할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창업자, 영업 담당자, 마케팅팀이 모두 참여하는 주간 세일즈 미팅을 꾸준히 열어, 각자가 외부 고객이나 이해관계자들과 만나서 듣고 느낀 점을 자유롭게 공유해야 합니다. 시장 유연화는 회사 전체가 함께 힘을 모아야만 이뤄낼 수 있는 일입니다. 구성원들이 같은 맥락과 정보를 많이 공유할수록 성공 확률도 높아집니다.
초기 시장에서 영업 매니저(Account Executive, AE)의 역할
기술 기반 제품을 다루는 회사라면, 아무리 뛰어난 영업 담당자(르네상스형 인재라 하더라도)라도 고객에게 ‘이 제품이 정말 필요하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실제로 구매 결정을 이끌어내는 단계—즉, 고객이 기술적으로 이 제품이 꼭 필요하다고 완전히 납득하게 만드는 일—까지 맡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런 일은 아주 초기 단계에서는 창업자가 직접 나서야만 가능한 영역입니다.
영업 매니저(Account Executive, AE)가 진가를 발휘하는 부분은, 실제로 매출로 이어질 만한 기회인지 판별하고, 구매 의사결정자를 찾아내며, 예산을 확보하고, 가격과 계약 조건을 어떻게 제안할지 전략을 세우고, 그리고 기업 내부의 구매 절차(예산 승인, 결재, 계약 등)를 원활하게 조율하는 일입니다. 이런 업무들은 오랜 실무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제대로 해낼 수 있으며,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배우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반면, 세일즈 엔지니어(SE, Sales Engineer)는 고객이 제품의 기술적 필요성을 완전히 납득하도록 설득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SE는 창업자가 직접 영업하던 방식을 확장하면서도, 고객이 제품의 기술적 가치와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해줍니다.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초기에 엔지니어 한 명을 SE 역할로 투입해 고객 대응을 돕고, 이후에 전담 SE를 채용하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이렇게 하면 엔지니어링 팀이 고객과 더 가까워지고, 고객의 현실적인 요구와 문제를 직접 느끼게 되어, 제품 개발과 엔지니어링 의사결정에 매우 유용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시장 유연화 단계의 목표 성과(Quota)
첫 영업 담당자가 합류하면 가장 먼저 묻게 되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저의 목표 성과(Quota)는 얼마인가요?”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이전에 목표 성과(Quota)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이 질문이 꽤 흥미로운 과제가 됩니다. 시장 유연화 과정에서는 목표 성과(Quota)조차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즉, 업계 표준 생산성(일반적으로 영업 담당자 1인당 총 비용(기본급+인센티브)의 4~5배 수준의 매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시간 압박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목표 성과(Quota)를 조정해나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과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첫해 목표 성과(Quota)는 영업 담당자 1명의 총 비용(급여+인센티브)과 비슷한 수준(1배)으로 설정하거나, 그 근거를 명확히 하세요. 만약 창업자가 직접 영업을 해왔던 경험이 있다면, 어느 정도 어떤 제품을, 얼마에, 어느 기간에 팔 수 있는지에 대한 감이 있을 것입니다. 이때 창업자가 초기에는 신규 영업 담당자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감안해야 합니다.
- 영업 담당자가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까지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므로, 최소 두 분기(6개월) 동안은 기본급과 인센티브를 함께 지급하세요. 이 기간 동안 영업 담당자가 환경에 익숙해지고, 해당 시장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성과에 대해 보상하되, 활동은 관리하세요. 초기 시장에서는 리드 생성, 예측 정확도, 첫 미팅, POC, 신규 고객 확보, 고객에게 보낸 이메일 수 등 다양한 활동에 인센티브를 주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방식이 거의 효과를 내지 못합니다. 인센티브는 실제 계약 체결과 실질적인 매출에 집중하고, 나머지 활동들은 주간 영업 미팅에서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 계속해서 ‘유연화(Anneal)’하세요. 아무리 신중하게 목표 성과(Quota)를 설정해도, 처음에는 대부분 맞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1년을 다 기다리지 말고, 6개월 정도 지나면 실제 성과에 맞춰 목표 성과(Quota)를 조정하세요.
세일즈 확장하기
창업자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영업에 깊이 관여해야 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기술이나 제품 출신의 창업자가 연간 반복 매출(ARR) 1,000만 달러를 달성할 때까지도 직접 영업에 참여했던 사례를 많이 봤습니다. 우리의 생각은, 주된 Go-to-Market(GTM) 전략이 명확하게 자리 잡기 전까지는 세일즈 리더를 채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대략적인 기준으로, 회사에 3~4명의 시니어 영업 담당자가 있다고 가정할 때, 세일즈 확장을 고려할 적절한 시점은 각 영업 담당자가 자신의 목표 성과(Quota)의 70%를 달성하거나, 총 비용의 2배에 해당하는 매출을 낼 수 있을 때입니다. 여기서 70%는 평균이 아니라, 그룹에서 중간 정도 성과를 내는 사람(median)을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래야 일부 영업 담당자의 성과가 지나치게 높거나 낮아서 전체 수치가 왜곡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 도달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특히 핵심 인프라를 다루는 기업이라면 4~5년이 걸리는 것도 전혀 드문 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경험상, 연간 계약 금액(ACV)이 4만5천 달러에서 12만 달러 수준인 일반적인 엔터프라이즈 기업의 경우, 연간 반복 매출(ARR)이 200만~400만 달러에 도달했을 때 세일즈 리더를 채용하는 것이 적절한 시점입니다.
초기 시장에서의 영업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자면, 창업자가 직접 팔지 못하는 제품은 그 누구도 팔 수 없습니다. 창업자와 함께 일하는 시니어 영업 담당자가 팔지 못한다면, 세일즈 리더가 영업팀을 꾸려도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CEO에게 보고하는 세일즈 리더조차 팀을 만들어도 못 판다면, 조직 외부의 제3자 영업팀 역시 성공할 수 없습니다. 결국 영업 조직은 이 순서대로,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시장 유연화와 마케팅
초기에는 제품 마케팅 전반을 폭넓게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인물을 채용하라
마케팅 조직을 처음 꾸릴 때는, 제품, 가격, 유통, 프로모션 등 핵심적인 제품 마케팅 업무뿐만 아니라, 각종 이벤트, 소셜 미디어, 콘텐츠 캠페인, 영업 지원 등 다양한 실무에도 능숙한 제품 마케팅 제너럴리스트를 채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역량 있는 초기 마케팅 인재는 영업 현장에도 직접 나가서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포지셔닝을 파악하고, 가격 정책이나 Go-to-Market(GTM) 전략 수립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초기에는 마케팅에서 파이프라인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초기 시장에서는 파이프라인이 창업자, 오픈소스 커뮤니티, 창업자 네트워크, 초기 투자자 네트워크, 각종 이벤트, 그리고 영업 활동에서 주로 만들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마케팅 인재는 앞서 언급한 핵심 영역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많은 회사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마케팅이 파이프라인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마케팅으로 발굴한 잠재 고객(MQL)를 중심으로 핵심 성과 지표(KPI)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이런 접근은 마케팅 활동이 점점 스팸성으로 변질되게 만들고, 설령 충분한 마케팅으로 발굴한 잠재 고객(MQL)을 만들어낸다 해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으며,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만 깎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핵심 메시지는 마케팅에서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시장 유연화 단계에서는, 어떤 마케팅 인재를 뽑더라도 핵심 콘텐츠를 만들어내거나 정확한 포지셔닝을 잡아내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부분은 반드시 창업자가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핵심 메시지와 포지셔닝은 단순히 Go-to-Market(GTM) 전략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내부 커뮤니케이션, 인재 채용, PR, 투자자 및 애널리스트와의 관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됩니다. CEO가 핵심 메시지의 출처이자 중심축이 되지 않으면, 회사를 효과적으로 이끌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조언 한 가지—메시지나 포지셔닝, 혹은 ‘카테고리 창출’ 같은 일은 외부 업체에 절대 맡기지 마세요.
마케팅 인력이 핵심 메시지에는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못하더라도, 콘텐츠를 확산시키거나 추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소셜 미디어를 관리하거나 검색 엔진 마케팅(SEM) 전략을 실행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맡길 수 있습니다. 또한, 초기 마케팅은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웹사이트, 제품, 피치덱, 각종 자료 등에서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와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합니다. 이 부분은 외부 업체의 도움을 받아도 효과를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역 중 하나이기 때문에, 초기 마케팅 인재는 이런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을 잘 관리할 줄 알아야 합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거의 효과가 없다
Google Adwords 같은 퍼포먼스 마케팅은 파이프라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초기 스타트업들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아직 충분히 교육되지 않은 단계에서는 이런 방식이 거의 효과를 내지 못합니다. 물론 일부 예외도 있긴 합니다. 대체로 퍼포먼스 마케팅이 효과를 내는 경우는, 시장이 이미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 있을 때, 그리고 제품이 처음 써봤을 때 바로 가치를 느낄 만큼 단순할 때입니다. 이런 점을 파악한 회사들은 초기에는 퍼포먼스 마케팅에 소규모 예산만 배정하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어떤 방식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테스트해 봅니다.
어떤 GTM 전략이 시장에서 통할지 확신이 없다면, 퍼포먼스 마케팅을 시도해보는 것도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다만, 이럴 때는 실험에 필요한 예산만 최소한으로 집행하고,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외주 마케팅을 통한 잠재 고객 발굴은 효과가 없다
많은 회사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첫 마케팅 인재로 커뮤니케이션(Comms) 중심의 인력을 뽑는 것입니다. 물론 내부 커뮤니케이션이나 위기 대응을 위한 PR은 중요하지만, 대중 매체에 기사가 한두 번 나간다고 해서 실제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초기 고객이나 채용 후보자에게 약간의 신뢰감을 주는 정도에 그칩니다. 커뮤니케이션 활동만으로는 초기에 실질적인 파이프라인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역할은 필요할 때 외부 전문가나 자문단과 협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며, 정말 중요한 시점이 오면 창업자가 직접 전략적으로 언론, 팟캐스터, 외부 인플루언서 등 주요 채널에 회사를 알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아주 초기 시장에서 관심도 높고 실제로 구매 의사가 있는 잠재 고객을 만들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깊이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뛰어난 제품을 선보이며, 회사가 직접 고객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이런 단계에서 리드 발굴(수요 창출)을 외부 마케팅 대행사나 파트너에게 맡기는 방식은 거의 항상 실패로 끝나게 됩니다.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까
여기까지 다룬 내용은 아주 초기 시장을 겨냥해 회사를 만들어갈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시장 유연화는 가격 정책부터 제품 개발, 그리고 판매 이후의 고객 관리까지, 회사 운영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칩니다(이것만 해도 P로 시작하는 것만 다뤄도 이렇게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는 꼭 기억해두세요. ARR 1,000만 달러를 처음 달성하는 것은 단순히 시장에 맞는 제품을 찾거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드는 일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이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도전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회사와 시장 모두를 끈질기게 두드리면서 한 건 한 건 거래를 쌓아가는 치열한 전투의 연속입니다.
아주 운이 좋은 소수의 회사들에게는 언젠가 시장이 열리고, 제품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힘든 여정이 계속됩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점은, 아무리 만만치 않은 시장이라도 충분히 큰 회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버텨내는 힘입니다. 시장 전체를 한꺼번에 유연화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한 번에 수십만 달러, 즉 몇 억 원 정도의 ARR만 집중해서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면 됩니다.
원문: Market Annealing: Getting to $10M ARR in Very Early Mark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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