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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주의가 현실을 만든다

초고속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

낙관주의가 현실을 만든다
낙관주의가 현실을 만든다

이 메모는 2019년에 Scale AI 팀에 보냈던 글입니다. 그때 저는 우리가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는 짜릿한 감정을 생생하게 느꼈고, 그 에너지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이 메모는 그런 초고속 실행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저만의 선언문이기도 했습니다. 세상에 큰 변화를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후보자들이 저에게 “요즘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고민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마다, 저는 스타트업 특유의 빠른 실행력을 잃고 대기업처럼 느려지는 게 가장 두렵다고 답합니다. 저의 목표는 N번째로 합류한 팀원도 10번째 팀원만큼이나 효과적이고 임팩트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이게 잘 안 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중 하나를 아래에서 설명하고자 합니다.

스코프(scope, 작업 소요 시간의 추정치)와 낙관주의는, 인간의 일하는 방식과 흔히 쓰이는 인센티브 구조의 허점이 맞물리면서, 실제로 일이 얼마나 빨리 처리되는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엔지니어링에서 스코프란, 어떤 일이 끝나는 데 얼마나 걸릴지에 대한 시간 추정치입니다. 이건 미리 계획을 세우기 위해 만들어지죠.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또 그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예측하기 위함입니다.

정의상으로는, 일이 본질적으로 얼마나 오래 걸리느냐가 예상 소요 시간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그 반대 방향으로 인과관계가 작동합니다.

예상 소요 시간이 실제 소요 시간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일은 오래 걸릴 거야”라고 말하면, 정말 오래 걸립니다. “이 일은 금방 끝날 거야”라고 말하면, 실제로 더 빨리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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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주장하는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약 900만 건의 마라톤 완주 기록을 히스토그램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대략 정규분포(가우시안 곡선)처럼 보이는데, 이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3시간, 3시간 30분, 4시간, 4시간 30분 등 이른바 ‘반올림 숫자’ 구간에서 유독 큰 피크가 눈에 띄게 나타납니다. 이런 현상은 우연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이런 0-1식의 목표(달성/미달성)에는 특히 잘 적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출처

[또 다른 예로는 ‘4분 마일’ 기록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모두가 1마일을 4분 이내에 달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믿다가, 한 사람이 4분 벽을 깨자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연달아 4분 이내 기록을 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모두가 익숙하게 경험한 비슷한 사례로는, 학생들이 과제를 마감 직전에 끝내는 현상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과제가 정말 재미있다고 느껴도 대부분 마감 직전에야 과제를 끝냅니다. 마감일이라는 기준이 존재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마감 직전(혹은 아주 가끔은 마감 직후)에 맞춰 과제를 끝내게 되는 겁니다.

이 현상을 다르게 말하자면, 사람들은 비유적으로 ‘림보 게임’을 정말 잘한다는 겁니다. 기준선이 어디에 있든, 우리는 그 바로 아래를 아주 잘 맞춰서 통과하는 데 능숙합니다. 저는 이걸 ‘림보 효과(Limbo Effect)’라고 부르겠습니다.

이런 현상이 스타트업에는 어떻게 작용할까요? 먼저, ‘긴급함’이 극도로 높은 환경에서 어떤 일이 얼마나 걸리는지 생각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서비스가 다운된 상황이 그렇습니다. 사이트가 멈춰 있는 매 순간이 치명적이기 때문에, 모두가 최대한 빨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죠. 또 다른 예로는 초기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회사가 실패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새로운 일이 조금이라도 지체되는 순간마다 상황이 크게 악화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사실상 ‘마감일’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마감일은 곧 ‘지금’이죠.

이제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일을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정규분포(가우시안)로 모델링해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일들이 대체로 정규분포를 따르고, 우리는 오직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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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현실적인’ 예상 소요 시간을 설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 분포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그 분포의 중앙값에 해당하는 예상 소요 시간을 잡는다고 해봅시다. 예상 소요 시간이 존재한다는 건, 이제 그만큼의 시간이 걸릴 거라고 미리 계획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되면 인센티브 구조가 실제로 바뀌게 됩니다. ‘긴급함’이 극도로 높은 환경과 달리, 이제는 예상 소요 시간보다 더 빨리 끝낸다고 해서 특별히 체감되는 이득이 없습니다. 예상 소요 시간이 곧 목표가 되고, 우리는 그만큼의 시간을 쓸 수 있도록 미리 계획해버린 셈이죠.

예상 소요 시간보다 훨씬 빨리 끝내는 데에는 별다른 이득이 없지만, 반대로 예상 소요 시간보다 늦게 끝내면 손해(계획을 못 지킨다는 인식)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예상 소요 시간에 맞춰 ‘림보 게임’을 하듯 일을 맞추게 됩니다. 결국 분포가 왜곡되어, 예상 소요 시간에 딱 맞추려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낙관주의가 현실을 만든다

여기서 이미 문제가 드러납니다. 두 번째 그림에서 중앙값은 첫 번째 그림보다 약간 더 낮을 수 있지만, 평균값은 오히려 훨씬 높아집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항상 새로운 일을 추진해야 하므로 평균값이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예상 소요 시간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전체적인 속도가 느려진 셈이죠.

그렇다면, 만약 우리가 아주 낙관적인 예상 소요 시간을 잡으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결과 분포에서 10번째 퍼센타일에 해당하는, 정말 빠른 시간으로 예상 소요 시간을 설정한다고 해봅시다.

낙관주의가 현실을 만든다

이 경우에도 평균적으로는 여전히 첫 번째 그림(‘긴급함’이 극도로 높은 환경)보다는 조금 더 오래 걸릴 수 있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10%의 경우에는 약간 느릴 수도 있지만, 그 이후에는 여전히 압박을 받으며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하게 됩니다. 즉, 낙관적인 예상 소요 시간을 설정하면 실제로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낙관주의가 현실을 바꾼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전제는, 엔지니어들이 어떤 일이 얼마나 걸릴지에 대한 분포를 잘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건 꽤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인센티브 구조상(대부분의 제품팀에서는 예상 소요 시간을 짧게 잡았다가 못 맞추는 것보다 넉넉하게 잡는 게 덜 위험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은 실제로는 예상 소요 시간을 다소 비관적으로 잡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비관적인 분포로 예상 소요 시간을 잡으면, 결과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낙관주의가 현실을 만든다

마무리하자면, 이 내용은 Scale AI의 두 가지 신조와도 직결됩니다. 바로 “속도를 높여라(Up the tempo)”와 “야망이 현실을 만든다(Ambition shapes reality)”입니다. 예상 소요 시간을 신경 쓰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실행하는 것만이 림보 효과(Limbo Effect)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입니다. 낙관주의 역시 효과적인 해법 중 하나고, 만약 여러분이 진심으로 낙관적인 태도를 가진다면, 목표보다 더 빠르게 해내는 림보 게임을 계속할 수 있고, 결국에는 현실 자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 효과가 단일 사례만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사소한 문제들이 계속 쌓여 결국 큰 타격을 입히는 것과 같습니다. 낙관주의가 부족하면 어떤 제품, 팀, 미션도 서서히 죽어갑니다. 실행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아주 사소한 일조차 몇 주씩 걸리게 됩니다. 우리의 낙관과 결의는 우리가 해낼 수 있는 모든 일에, 개별적인 작은 일부터 인생 전체에 걸친 성취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이 원리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 이해하고 있고, 그 덕분에 그들은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취를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말을 인용해보면 이렇습니다.

“정말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는 그들을 지나치게 챙길 필요가 없다는 걸 오랜 시간에 걸쳐 배웠습니다. 그들에게 위대한 일을 기대하면, 실제로 위대한 일을 해내더군요.”

세상의 모든 실행가와 창조자들에게 가장 바라는 점이 있다면, 여러분의 낙관주의가 여러분의 현실을 바꾸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입니다. 그 낙관이 결국 여러분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원문: Optimism Shapes Re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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