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랭크 슬루트만은 Snowflake, ServiceNow, Data Domain의 전 CEO입니다. 이 글은 2018년에 발표한 프랭크의 에세이 ‘Amp It Up!’에서 발췌된 일부 내용입니다.
우리 회사들은 오직 성과를 내기 위해 만들어지고 운영되었습니다. 우리는 목표 달성에만 모든 에너지를 집중했고, 구성원들이 최고의 자기 자신이 되도록 몰아붙였습니다. 정말 뛰어난 인재들에게는 이 과정이 오히려 큰 해방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위 ‘성과 중심 문화’라는 말을 믿고, 심지어 우리 회사에도 그런 문화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게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무엇을 희생해야 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 회사들은 전부 해병대와 같았지, 평화봉사단 같은 곳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평화롭게 들어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같은 신생 기업들은 매일같이 시장의 거대 기업들과 생존을 걸고 싸워야 했습니다. 우리는 극도로 예민했고, 항상 조직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느낌을 안고 살았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전투적인 사고방식을 피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치열한 싸움 한복판에 있었습니다.
성과 중심 문화를 실감하게 만드는 데 보상 체계만큼 확실한 것도 없습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 먼저 회사가 성과를 내서 보너스를 줄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각 분기마다 실적에 따라 보너스 풀을 조성했고, 그 후에 어떻게 나눌지 결정하는 과정이 시작됐죠.관리자들이 보너스를 모든 직원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것(이른바 ‘피넛버터 방식’)은 절대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항상 벨 커브(정규 분포) 형태로 차등 지급하도록 고집했습니다. 보너스를 항상 100% 다 지급하는 것도 아니었고, 이런 경우에는 왜 그랬는지 분기 전체 회의에서 제가 직접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성과가 부족한 직원에게 줄 보너스를 걱정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뛰어난 인재들에게 충분히 보상하지 못하는 점이 더 문제였습니다. A급 인재들에게 더 많은 보너스를 주려면, 매니저들은 반드시 성과가 낮은 쪽에서 그 몫을 덜어내야 했습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누가 정말 성과를 내는지, 누가 그렇지 않은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직원들은 매 분기마다 매니저와 직접 본인의 성과를 기준으로 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 대화가 기존의 서면 평가를 대신했습니다. 성과가 낮아 회사를 떠나야 할 때도, 보너스 이력이 좋지 않다면 훨씬 더 쉽게, 빠르게, 비용 부담 없이 정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매니저가 매 분기마다 직원 한 명 한 명과 성과 보상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하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직설적이고 때로는 갈등을 동반하죠. 많은 직원들이 보너스를 ‘성과에 따라 받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당연히 받는 기본급의 일부처럼 여기는 회사에서 일해 왔습니다. 이런 분위기야말로 권리의식만 가득한 조직 문화의 전형적인 신호입니다.
ServiceNow에서는 직원들에게 항상 운전자가 되라고 강조했습니다, 승객이 아니라요.
승객은 결국 운전자와 같은 목적지에 도착하긴 하지만, 사실상 조직에는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는 짐에 불과합니다. 이 차이를 명확히 느끼지 못한다면, 아직 변화가 필요한 겁니다. 한 주가 끝날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봐야 합니다. ‘내가 이 자리에 있었던 것이 진짜, 정말로 의미가 있었는가?’ 한 달이 지났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꺼리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과 남들에게 이 질문에 대해 확신에 찬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태도는 결국 우리의 안정감, 자신감, 자존감까지 모두 바꿔놓게 됩니다.
성과 중심 문화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측면과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논의를 위해, 성과 실행을 뒷받침하는 세 가지 핵심 축만 짚어보려 합니다.
우리 회사들은 대부분의 조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였고, 더 높은 기준을 세웠으며, 더 좁고 명확한 초점에 집중했습니다. 속도는 더 높이고, 기준은 더 엄격하게, 집중은 더 뾰족하게 가져간 것이죠. 간단해 보이나요? 핵심은, 과연 어떻게 조직의 에너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얼마나 더 빠를 수 있을지, 기준을 얼마나 더 높일 수 있을지, 집중을 얼마나 더 강하게 할 수 있을지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이 세 가지는 서로를 더욱 강화시키기 때문에, 전체 조직에 미치는 시너지가 엄청나게 커집니다.
세상에는 믿기 힘들 만큼 느리고, 기준이 낮고, 집중하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는 회사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도 그 사실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죠. 조직 전체에 에너지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곳들에는 언제나 성과를 끌어올릴 여지가 숨어 있습니다. 리더라면 이 모든 부분에서 기준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그건 매번 대화할 때마다, 모든 회의에서, 모든 만남의 순간마다 이루어져야 합니다. 매 순간 속도를 높이고, 더 수준 높은 결과를 기대하며, 목표를 더욱 명확하게 좁힐 수 있는 기회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정한 기준을 끝없이 점검하고, 철저하게 실천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방식은 갈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CEO의 일상은 언제나 사람, 문제, 상황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의 반복입니다.
이런 변화가 단기간에 끝날 일은 아닙니다. 사실, 완전히 끝나는 순간도 없습니다. 시스템 전체에 강한 충격이 느껴져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아직 충분히 밀어붙이지 않은 겁니다. 변화가 시작되면 사람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반응이 변화를 제대로 추진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리더는 문화를 촉진할 수 있지만, 중간 관리자가 이 문화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조직 전체에 에너지가 퍼지지 않습니다. 물론 속도를 늦춰 ‘뜨거운 물에 개구리 삶듯’ 천천히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느린 변화를 좋아할 이유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변화에 동참하는 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진짜 적임자라면 이 기회를 계기로 성장합니다. 결국 문화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걸러냅니다. 그래서 누가 진짜 함께할 사람이고, 누가 아닌지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됩니다.
속도를 높이기
조직 안에서 리더가 일의 속도를 주도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전체가 느슨하고 굼뜬 분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정부 기관에서 일해보았거나 경험해본 적 있다면, 이런 느린 템포의 극단적인 예시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퇴근 시간만 빼고는 무엇 하나 급한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이죠. 그런 조직에 있으면, 마치 모두가 풀 속을 헤엄치는 기분이 듭니다.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환경입니다.
사람들이 눈에 띄게 더 활기차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에너지가 넘칩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이 문제는 다음 주쯤 다시 말씀드려도 될까요?”라고 물으면, 저는 항상 “내일 아침은 어떨까요?”라고 답했습니다.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여도 상관없었습니다. 중요한 건 사람들의 긴박감을 바꾸는 것이었으니까요. 우리는 모든 일의 처리 시간을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압축했습니다. 가끔은 도가 지나친 적도 물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 가능한지는 시도해 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습니다. 이건 다른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 특히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모든 고객은 일정 수준의 응답 시간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가 이런 처리 속도를 좀처럼 개선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통해 쉽게 차별화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속도를 끌어올리면 사람들이 단순히 더 빨리 움직이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하죠.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되고, 요구 수준도 높아집니다. 바로 이런 분위기가 우리가 조직에서 바라는 모습입니다. ServiceNow는 무슨 일이든 반드시 끝을 보는, 집요한 ‘Get Shit Done’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아 있었고, 그 사실을 전 직원이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실제로 일을 해내는 사람들은 문화가 적극적으로 환영했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스스로 조직에서 멀어졌습니다.
이렇게 끌어올린 속도는 표면적으로만 빠른 척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체감될 만큼, 숨이 찰 정도로,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느껴질 만큼 압도적이어야 합니다. 속도를 겨우 20%쯤 높여서는 변화가 거의 드러나지 않고, 금세 예전의 느린 패턴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제품에 어떤 기능이 필요하고, 언제쯤 볼 수 있을지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일이 흔합니다. 그런데 개발팀은 종종 말도 안 되게 긴 일정을 제시하곤 합니다. 대부분 일을 선형적으로 처리하고, 절박함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적당히 압박을 가하면 누군가는 갑자기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고, 훨씬 더 빠르게 결과를 내놓기도 합니다. 결국 압박이 변화를 만든다는 뜻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직은 고유한 템포와 속도에 자연스럽게 적응해서, 모두가 그 리듬에 맞춰 일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별다른 노력 없이도 조직이 기대하는 수준의 속도가 기본이 되죠. 물론, 급성장하는 회사처럼 새로운 인재가 계속 들어오는 환경에서는 그들 역시 이 리듬을 제대로 ‘각인’받을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이건 결코 사소한 변화가 아닙니다. 조직은 본능적으로, 원래 굼뜬 자기 속도보다 더 빨라지길 거부합니다. 실제로 ServiceNow에서는 새로 합류한 직원이 몇 주 만에 스스로 이 속도와 강도를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며 그만두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기존에 익숙했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큰 충격이었기 때문입니다.
조직에는 에너지가 넘치고, 마음껏 힘을 발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사람들이 우리가 끌어들이고, 꼭 붙잡아 두고 싶었던 인재였습니다. 이런 속도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속도감 있는 문화를 원하는 핵심 인재들이 하나둘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인재들이야말로 조직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속도를 높이면 자연스럽게 집중의 폭도 좁아집니다.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힘을 쓰게 되면, 애초에 그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기준을 높이기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면 품질에 대한 변명이 반드시 따라옵니다. “이렇게 빨리 일하면서 품질까지 지키는 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라는 식이죠. 우리는 오히려 이런 반론에 동의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품질도 올릴 거라고 말이죠. 이 두 가지를 함께 올리면 생산성에 시너지가 만들어집니다. 그건 불가능에 도전하는 게 아니라, 조직에 남아 있던 느슨함과 비효율을 걷어내는 것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압박이 시작되기 전까진 우리가 얼마나 더 빨라질 수 있고, 더 좋아질 수 있는지 스스로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다른 회사와 뚜렷하게 차별화된 부분 중 하나는 고객에 대한 집착적인 헌신이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서비스와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당연한 기준이었죠. 고객을 성공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었습니다. 고객이 우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고, 진심으로 우리가 자기 편이라는 걸 느껴야만 했습니다. ‘좋았다’ 수준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고객이 우리를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사랑해야만 했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넷 프로모터 점수(Net Promoter Score)가 꾸준히 높았던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기준을 꾸준히 지키는 것은 힘들었지만, 우리 조직 문화에는 이미 깊이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고(故) 스티브 잡스가 강조하던 구절을 종종 인용하곤 했습니다. 그는 제품이나 결과를 딱 두 가지로만 구분했죠. ‘기막히게 훌륭하든가(insanely great), 아니면 완전 형편없다(total shit)’고요. 중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태도였습니다. 우리 직원들도 이런 말에 큰 공감을 했습니다. 누구라도 정말 ‘기막히게 훌륭해지고’ 싶지 않나요? 요즘에는 누군가의 일에 대해 ‘insanely great이 아니다’라고 평가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조직 내에 자리 잡았습니다. 사실상 ‘total shit’라는 표현을 좀 더 정중하게 말하는 방식이었던 셈입니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직원들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지(like)’ 아니면 ‘사랑하는지(love)’ 물어보곤 했습니다. 좋아는 하지만 사랑하지는 않는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죠. 그래서 우리는 ‘좋아하는’ 수준에 그치지 말고, 우리가 만드는 결과물을 ‘사랑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더 강렬하게, 열정적으로 임하자는 거죠. 이런 태도가 실제로 많은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결국 이건 마음속 한계를 새롭게 바꾸는 일입니다.
평범함은 조직을 잠식하는 침묵의 살인자입니다. 기업을 망치는 건 사실상 C급 인재가 아닙니다. 그런 직원들은 모두가 금방 알아보고, 성과가 일정 수준 밑으로 내려가면 결국 문제를 해결하게 됩니다. 진짜 조직을 갉아먹는 건 B급 인재들입니다. 이들이야말로 조직 전체의 고민거리인데, 숫자도 많고 대체로 그냥저냥 인정받으며 남아있기 쉽기 때문입니다. 해고할 만큼 못하지도 않지만, 진짜 남길 만큼 뛰어나지도 않은 애매한 존재들이죠. 그들은 결국 전형적인 ‘승객’에 불과합니다.
이런 B급 인재들은 결국 정리가 필요합니다. 스스로 성장해서 A급이 되거나, 아니면 점차 C급으로 떨어져 조직을 떠나든가 둘 중 하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조직의 기준을 계속 높이고, 평범한 결과물에 만족하지 않는 것입니다. 마음속에 스티브 잡스를 소환하세요.
핵심에 집중하기
무언가를 가장 빠르게 변화시키는 길은 핵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결정하지 못해서, 자연스럽게 집중을 피하려 합니다. 이게 바로 문제의 시작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숙고 끝에야 겨우 ‘상위 세 가지 우선순위’를 꼽지만, 딱 한 가지로 압축하라고 하면 굉장히 어려워하죠. 게다가 그 우선순위조차 잘못 잡을 때가 많아서, 자원이 엉뚱한 데 쓰일 위험도 큽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과한 집중이고, 어디까지가 부족한 집중일까요? 이런 문제를 팀에서 진지하게 논의해본 적 있으신가요? 대부분의 팀은 초점을 충분히 좁혀본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저 역시 너무 한 가지에만 몰두하는 팀은 실제로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선택은 사람의 본능에 거스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뭐든 한꺼번에 다 해내려 하죠. 그 점만 잘 의식해도 전략을 짤 때 분명한 이점이 됩니다.
초점을 좁히면 남은 가장 중요한 일에 더 많은 자원을 쏟을 수 있습니다. 이제 그 일은 여러 가지 과제들과 시간을 나눠가질 필요도, 경쟁할 필요도 없이 온전히 집중받게 되죠. 그렇게 해야 비로소 일이 제대로 진행되고, 뭔가가 실제로 완료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다음 우선순위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과 조직이 ‘넓게 얕게’ 분산된 집중을 가지고 있는데, 그러니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해야 할 일들 중에서 꼭 필요한 목표만 남기고 명확히 하면, 막히던 일들이 뚫리고 진짜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한 번에 적은 일만 하세요.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비하고 나면, 그 순간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작동해서 일이 빠르게 풀리기 시작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건 단순히 효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중요하지 않은 건 무엇인지, 또 언제 집중해야 하는지를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우리는 많은 우선순위를 설정하면서 이런 판단을 뒤로 미루기 일쑤입니다. 이것이 마치 우리가 깊이 있고 신중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아무런 추진력이나 임팩트가 없습니다. 그리고 정말 날카롭고 본질적인 사고는 극히 드물죠. 저 역시 이사회 회의에서 CEO들이 한꺼번에 열 가지나 되는 우선순위를 내거는 모습을 여러 번 봤습니다. 이럴 때마다 마크 트웨인이 ‘짧은 편지 쓸 시간이 없어 긴 편지를 보낸다’고 했던 말이 떠오르곤 합니다.
회사 전체를 이끌거나 CEO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목표를 극도로 명확하게 하고 한 방향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CEO로서 내 일은 결국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었죠. 왜냐하면 나는 회사에 투자한 사람들(직원 포함)을 위해 일하도록 임명됐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오로지 이 목표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일과 자원 배분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특히 테크 업계에서는 회사의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이 성장이라는 사실이 명확했기에, 우리는 모든 운영을 성장을 최우선으로 두고 움직였습니다. 회사의 미션과 아무런 상관없는 지출 제안이 들어오면, 그건 고민할 필요도 없이 거절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철학에 투자자들도 절대적으로 동의했습니다.
ServiceNow의 임원진 보상은 단 하나의 지표만 가지고 평가했습니다.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에 가장 적합한, 진짜 성과 중심의 지표였죠. 이 부분에 대해 이사회와 몇 번이나 부딪혔습니다. 이사회는 ‘이제 성숙한 회사라면 균형 잡힌 다양한 목표(밸런스드 스코어카드)를 써야 한다’고 고집했지만, 내 생각에 그건 학계에서 나온 최악의 아이디어 중 하나였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집중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 행동을 보면 오히려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짜로 집중한다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면, 왜 그렇게 어려운지 금방 깨닫게 됩니다. 도대체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 명확하게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성별, 인종, 출신과 상관없이 뛰어난 인재를 끌어들이고 남기는 데 집중했습니다. 회사 목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로 사람을 평가했지, 단지 피부색이나 성별, 출신 배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대하지 않았습니다. 하나의 목적에 완전히 집중한다면, 쓸데없는 잡음에 자원을 뺏기지 않게 됩니다. 물론 저는 ‘다양성과 포용’ 자체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이 목표 지향적인 실행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면 충분하다는 입장입니다. 우리는 대학도 아니고, 비영리단체도 아닌 기업입니다. 경영진이 초점을 놓치면, 조직 전체가 훨씬 더 흐트러지는 건 당연합니다.
Data Domain과 ServiceNow에서는 오로지 실력으로만 사람을 뽑았습니다. 단순히 어떤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채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좋은 인재라면 누구나 오직 자기 역량으로 평가받고 싶어 하죠. 우리는 이런 기준을 고집한 덕분에 직원들을 부유하게 만들었고, 오히려 흔히 말하는 ‘사회 정의’를 그 어떤 방식보다 더 많이 실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사업과 직접 관련 없는 이슈에 대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습니다. 집중력은 일종의 훈련이고, 저는 제 역할에 사회적 명분을 끌어다 붙이지 않으려 했습니다. 저는 세계가 주목하는 리더도 아니고, 그냥 내게 맡겨진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CEO일 뿐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이런 실행 방식을 주도하는 ‘리더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리더는 단순히 관리직 직함을 가진 사람을 뜻하지 않습니다. 리더란, 다른 사람들이 따를 수 있도록 성과 기준을 세우는 사람입니다.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에서는 리더십이 꼭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조직 어디에서나, 누구나 언제든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그저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입니다.
최근 몇 년간 저는 CEO와 경영진들에게 이런 주제와 그 밖의 다양한 사안들을 조언해 왔습니다. 그들이 질문하면 저희는 솔직히 답변했습니다. 때로는 사람들이 이 실행 방식들을 받아들이면서 말없는 침묵이 흐르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 분위기는 왠지 불편함이 섞인 호기심과, 이어질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뒤섞인 미묘한 감정이었죠. 하지만 두려움은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일상적인 경험을 돌아봐도, 이런 방식을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것은 리더들에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너무 냉혹해 보인다든지, 반발이 커져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좋은 결과는 바라지만, 그걸 위해 필요한 희생과 노력을 실제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많은 리더들이 이런 방식에 끌려 조직 문화를 과감하게 끌어올리고, 놀라운 성과를 내며 과거로 돌아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고 있습니다.
이런 성과 중심 사고방식은 요즘 조직 사회의 분위기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이제는 고객의 만족도보다 직원 만족도(NPS)에 더 집착하는 분위기입니다. 직원들을 지나치게 배려하고, 핵심 미션과 상관없는 일에 에너지를 쏟는 경우도 많아졌죠. 이런 스타일을 꾸준히 실행하려면 강한 신념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영화 ‘브레이브하트(Braveheart)’에서 윌리엄 월리스가 말한 것처럼, ‘사람들은 직함이 아니라 용기를 따라간다’는 진리가 여전히 유효합니다. 결국 좋은 결과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당신은 조직에서 엄청난 신뢰와 인기를 얻게 됩니다. 결국 사람들이 리더에게 원하는 것도 바로 그 한 가지입니다.
원문: Performance Culture by Frank Sloo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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