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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이름 말고, 회사의 성장 단계를 보세요

요약: 다음 커리어를 위해 회사를 선택할 때는, 그 회사가 어떤 성장 단계(Pre-product fit, Post-product fit, Growth, Scale)에 있는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구직자에게 진짜 잘 맞는 단계는 이 중 한두 개에 불과합니다.

직장을 옮기거나 새로운 커리어를 고민할 때, 제가 멘토링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항상 강조해온 몇 가지 핵심 기준이 있습니다. 일하는 문화, 동료, 보상, 그리고 내가 맡게 될 역할의 영향력 등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여기에 더 주목해야 할 요소가 하나 더 있습니다. 단순히 내 커리어가 어느 시점에 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내가 지원하려는 회사가 성장의 어느 단계에 있는지도 이 선택의 성공 여부를 크게 좌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 테크 업계는 폭발적으로 성장해왔고, 그 결과 일자리는 넘치는데 그만큼의 인재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이런 상황이 오히려 반가운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회사를 선택할지 고민할 때는, 직장 문화나 임팩트, LinkedIn에서 오는 제안, 혹은 요즘 핫한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참고로, 그런 곳들의 대부분은 지금 다니는 직장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결국 한 발 물러섰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셈이고, 문제의 종류만 바뀔 뿐입니다. 항상 기억해야 할 목표는 이겁니다: 커리어의 각 단계마다 새로운 역량을 쌓고, 나만의 브랜드를 확장하며, 자신감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선 회사를 네 가지 성장 단계로 나눠서 생각해봅시다. 회사가 현재 어떤 단계에 있는지에 따라, 내가 그 회사와 잘 맞는지 판단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회사의 성장 단계
회사의 성장 단계

1단계: 제품 이전 (Pre-product) 단계의 회사

이 단계의 회사들은 아직 시장에서 사람들이 진짜로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찾아내기 위해 방향을 잡아가는 중(drunken walk)입니다. 일종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빠른 실험, 신속한 실패, 그리고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실행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표적으로 시드(Seed)나 시리즈 A(Series A) 단계의 스타트업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2단계: 제품-시장 적합성(Post-product fit)을 찾은 회사

이 단계의 회사들은 오랜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을 찾아냈습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소중한 성과를 잃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실험 중심의 문화에서 벗어나, 체계와 프로세스를 갖추고 안정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수십 명의 직원과 몇몇 고객, 하나의 주력 제품을 가진 시리즈 B(Series B) 단계의 회사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3단계: 고성장(Growth) 단계의 회사

이 단계에 도달하는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제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회사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입니다. 직원들에게는 엄청나게 역동적이면서도 혼란스러운 시기죠. 제품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고객도 급격히 늘어나며, 조직 자체도 빠르게 커집니다. 이 단계의 좋은 회사들은 명확한 구조나 시스템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혁신을 멈추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폭발적인 성장(hypergrowth) 속에서는 여러 문제들이 가려지기도 하고, 조직 내에 다양한 균열과 불안이 생기기도 합니다. 오늘날의 Stripe가 이 단계에 해당하고, 과거의 Uber, Pinterest, Airbnb, Square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4단계: 대규모(Scale) 단계의 회사

이 단계에 있는 회사들은 시장을 주도하는 리더들입니다. 흔히 빅테크(Big Tech)라고 불리는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FAANG)이 대표적이고,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같은 기업들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런 회사들은 이미 여러 개의 히트 상품을 보유하고 있고, 경영진도 여러 단계로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규모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정교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5년, 10년 이상 장기 근속한 직원들도 많아 조직이 매우 안정적이고 견고하죠. 이런 기업들은 누가 새로 합류하든 상관없이 꾸준히 성공을 이어갈 만큼 견고하고 지속 가능한 조직입니다.

회사는 한 단계씩 성장할 때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와 그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게 됩니다.

제품 이전 단계의 회사는 아직 대규모로 무언가를 만들 생각이 없는, 진짜 창업가형 인재들에게 잘 맞는 환경입니다.

  • 만약 탄탄한 매니저의 리더십 아래에서 일하고 싶거나, 체계적인 구조와 프로세스가 잘 잡혀 있는 환경을 선호하거나, 대규모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이 단계의 회사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 이 시기는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하지만, 불확실성을 즐기고 빠르게 배우며 변화 자체를 좋아하는 창업가 기질의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무대입니다.
  • 이 단계에 합류한다면, 회사가 잘 풀리지 않거나 문을 닫게 될 경우 남는 것이 거의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회사가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찾는 데 성공한다면, 그 경험은 인생을 바꿀 만큼 값질 수 있습니다. 당신의 아이디어가 실제 고객을 만나게 된다면, 큰 경제적 보상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제품-시장 적합성을 찾은 회사(Post-product fit 단계)에서는 조직에 안정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실무 전문가들이 필요합니다.

  • 이 단계에서 잘 맞는 사람들은, 기존 창업자나 기업가들의 의욕을 꺾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구조와 프로세스를 도입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 회사는 아직 느리지만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고,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 중에는 아예 담당자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 만약 커리어 경력이 5~10년 정도라면, 대기업이나 후반 단계의 회사에서는 디렉터나 임원 자리를 맡기 어렵겠지만, 이 단계의 회사에서는 오히려 본인이 회사에서 가장 경험 많은 사람이 되어 팀을 이끌 수도 있습니다. 대형 유람선의 승무원이 될 것인지, 작은 배의 선장이 될 것인지의 차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성장(Growth) 단계의 회사는 흔치 않으며, 변화에 강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잘 맞는 환경입니다.

  • 창업가들은 사업을 더 키울 수 있는 기회에 집중하며, 세부적인 운영 방식에는 크게 얽매이지 않습니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시기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확장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 대규모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기회입니다. 이 시기에는 회사의 주력 사업이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회사는 동시에 여러 가지를 처리해본 경험이 부족하고, 초기에 합류한 직원들은 끊임없이 바뀌는 환경에 답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경영진도 새롭게 꾸려지거나, 리더십 자체가 재정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많이 생기지만, 변화가 너무 잦아 일부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대규모(Scale) 단계의 회사들은 업계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고용하는 곳입니다.

  • 이 단계의 회사에 합류할 때는, 조직이 워낙 크다 보니 내부에 다양한 하위 문화(subculture)가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구글은 어떤 회사다, 문화가 나와 잘 맞는다/안 맞는다”처럼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 회사의 핵심 사업과 가까운 부서일수록 일하는 방식이 더 일관되고 안정적입니다.
  • 만약 맡은 프로젝트가 잘 풀리지 않더라도, 회사 내에서 다른 역할로 옮기는 것이 시장에서 새로 구직하는 것보다 훨씬 쉽습니다.
  • 이 단계에서는 경영 시스템이 훨씬 체계적이고, 회사 이름 자체가 본인의 커리어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 다만, 일의 진행 속도가 느리고, 오래 근무한 직원들이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개인이 회사 전체에 큰 변화를 일으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느 단계가 가장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각 단계마다 완전히 다른 환경이 펼쳐지기 때문이죠. 바로 이 점이 핵심입니다—모든 단계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 속에서 내가 가진 전문성이 언제나 똑같이 적용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회사 성장 단계
회사 성장 단계

구조가 잘 잡혀 있고 평온한 환경을 선호한다면 2단계나 4단계 회사가 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변화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예측 불가능한 ‘전시(war time)’ 분위기를 즐긴다면 1단계나 3단계가 제격입니다. 뛰어난 경험을 갖춘 매니저와 함께 일하고 싶다면 1단계와 2단계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사내에서 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설득하는 게 싫다면 3단계와 4단계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내는 걸 좋아한다면, 사실 네 단계 모두에서 그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제가 조언하고 싶은 건,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이 네 가지 성장 단계를 모두 경험해보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다양한 상황에서 필요한 실력을 고루 갖출 수 있고, 자신에게 진짜 잘 맞는 환경이 어디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또, 각 단계마다 얻을 수 있는 임팩트와 보상도 극대화할 수 있죠. 물론, 실제로 구직을 시작할 때는 ‘내가 매일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지’, ‘내 강점이 가장 빛날 수 있는 환경이 어디인지’, ‘이 경험이 다음 커리어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이런 관점에서 회사의 성장 단계를 먼저 고민해보는 게 좋은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원문: Stage of company, not name of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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