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켰다(Software ate the world)’는 말이 있죠. Uber와 Airbnb는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파는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시장 자체를 완전히 뒤흔들고, 기존의 룰을 새롭게 정의했죠.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이 ‘파괴적 혁신(Disruption)’-과연 그 본질은 무엇일까요?

‘파괴적 혁신(Disruption)’이라는 말은 이제 모두가 알고 있고, 시장을 새롭게 정의한다거나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킨다’는 이야기도 흔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Airbnb와 Uber는 이런 흐름을 대표하는 전형적인 사례죠. 이전 세대의 테크 기업들이 호텔이나 택시 회사에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면, Airbnb와 Uber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아예 새로운 사업을 만들고 시장의 판 자체를 바꿔버렸습니다. Uber는 우리가 ‘택시’라고 부르던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고, Airbnb 역시 기존 호텔의 의미를 재정의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이런 변화가 실제로 택시 산업과 호텔 산업에 미친 영향은 크게 달랐습니다. 규제 환경부터가 다르고, 차를 가지고 여유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남는 방을 임대할 수 있는 사람의 공급 구조도 완전히 다릅니다(사실, 이 차이에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 문제도 숨어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는 것과 스마트폰 버튼을 눌러 차량을 부르는 경험의 차이는, 호텔 객실을 예약하는 것과 낯선 사람의 집을 예약하는 경험의 차이와는 또 다릅니다. 전 세계 호텔 산업의 약 절반은 비즈니스 여행 수요가 차지하는데, 이 부분은 거의 Airbnb로 옮겨가지 않았죠. 아마 이 밖에도 더 많은 차이점을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그냥 제가 만든 슬라이드를 보셔도 되고요.
이 점은 여러 방향으로 확장해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파괴적 혁신(Disruption)이 기존 시장을 무너뜨리는 것보다 완전히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거나, 기존 시장의 핵심이 아닌 주변 영역에만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Skype의 경우가 그렇죠. 사실, 모든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파괴적일 수 있습니다. 온라인 여행 예약 서비스는 여행사에게는 큰 충격이었지만, 항공 산업의 근본을 바꿔놓지는 못했습니다. 생성형 AI 역시 시멘트 산업보다는 전문 서비스 기업에 훨씬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이런 사례마다 ‘파괴적 혁신이다!’ 혹은 ‘AI다!’라고 외치는 게 훨씬 쉽지만, 실제로는 ‘어떤 종류의 변화인지’ 구체적으로 묻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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