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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Yield)이 전부다

CAC 대비 수익률(IRR)이 비즈니스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지표인 이유

두 가지 투자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자. 첫 번째는 5년 만에 투자금을 세 배로 불려주는 전략이고, 두 번째는 2년 만에 투자금을 두 배로 만들어주는 전략이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번째 투자 전략이 더 낫다는 걸 안다. 같은 기간 동안 내 돈이 더 빨리 불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판단은 내 개인 자산을 다룰 때는 자연스럽게 한다. 하지만 만약 ‘투자 전략’을 ‘마케팅 전략’으로 바꿔서, 같은 질문을 성장하는 기업에 던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많은 회사들이 첫 번째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유는 ‘LTV(고객생애가치) 대비 CAC(고객획득비용) 비율이 더 높기 때문’이라는 논리 때문이다.

이런 구분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성장 단계에 접어든 모든 훌륭한 기업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Go-To-Market(GTM) 엔진’, 즉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하며 추가 매출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실행력이다. 이 엔진에는 투자와 그에 따른 성과가 뚜렷하다. 돈이 들어가고(CAC 또는 영업·마케팅 예산), 그 결과로 새로운 고객 집단이 유입된다. 시간이 지나면 이 고객 집단이 수익을 만들어낸다. 회사가 Product-Market Fit(제품-시장 적합성)을 달성하고 나면, 회사의 실질적인 가치는 거의 전적으로 이 GTM 엔진이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상적으로는 이 GTM 시스템이 확장 가능하고 반복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지금까지 기업과 투자자들은 GTM 엔진의 효율성을 평가할 때 LTV/CAC, CAC 회수 기간처럼 실제 상황을 왜곡하는 지표들과, ‘Rule of 40’이나 ‘매직 넘버’처럼 거의 점성술에 가까운 기준까지 뒤섞어서 사용해왔다. 하지만 사실 GTM 엔진의 성과를 제대로 보여주는 유일한 지표는, CAC(고객획득비용) 투자 대비 얼마만큼의 수익률(Yield)을 내는가 뿐이다.

수익률(Yield)이란, 어떤 비즈니스 활동이 실제로 현금을 얼마나 만들어내는지를 뜻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수익률은 항상 실제 현금 유입을 기준으로 측정된다는 점이다(매출이나 회계상 수치가 아니라, 실제 현금 흐름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수익률은 투자 대비 얼마만큼의 현금이, 얼마나 빠르게 회수되는지를 비교해 연환산 유효 이자율(annualized effective interest rate)로 나타낸다. 즉, 일정 수익률로 투자한 1달러는 그 수익을 계속 다시 투자할수록 같은 비율로 자산이 복리로 불어나게 된다.

LTV/CAC와 달리 수익률(Yield)은 금융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인 ‘돈의 시간 가치(time value of money)’를 반영한다. 오늘 당장 들어오는 LTV(고객생애가치) 1달러가, 먼 미래에 들어올 1달러보다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만들어낸다. CAC(고객획득비용) 대비 수익률은 기업의 GTM 엔진을 평가하고 비교할 때 일관성 있고, 쉽게 왜곡할 수 없는 객관적인 기준이 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는 단순히 기존의 LTV/CAC나 CAC 회수 기간 같은 단순한 계산법들보다 조금 더 정교한 계산법 정도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생각이 엄청난 착각이라고 본다. 지금 널리 쓰이는 CAC 회수 기준은 투자자와 기업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게 만들고, 그 결과 수억 달러에 달하는 잠재적 이익을 놓치게 한다.

아래 두 회사 중 한 곳에 투자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두 회사 모두 CAC(고객획득비용)은 동일하지만, A사는 LTV/CAC 비율이 더 높고 회수 기간도 더 짧다. 벤처캐피털(VC)의 일반적인 평가 기준으로 보면 A사의 GTM 엔진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수익률이 답이다

이 예시에서 Company A는 고객에게 매달 100달러씩 청구하고, Company B는 연간 1,000달러를 선불로 받는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Company A의 GTM 엔진에 1달러를 계속 투자하면 1년 뒤 1.45달러가 되고, Company B에 투자하면 같은 기간 2.71달러로 불어난다. 

다시 말해, 기존 벤처캐피털(VC)의 평가 기준은 투자자로 하여금 자신들의 지표상 ‘우수’한 GTM 엔진보다 거의 두 배나 효율적인 GTM 시스템을 놓치게 만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는 더욱 커지는데, 두 회사가 모두 복리로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3년만 지나도 A사를 선택한 투자자는 B사에 투자한 경우보다 6.5배나 불리해진다. 일반적인 VC 펀드의 수명 주기를 고려하면 이 격차는 100배 이상으로 벌어진다.

수익률이 답이다

수익률(Yield)이 GTM(Go-To-Market) 엔진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 가장 강력한 지표인 이유는, 바로 실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핵심 역량인 ‘이익을 재투자하고 복리로 불려나가는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성장하는 기업이 가진 GTM 엔진의 진짜 뛰어난 핵심은, 매달 투입하는 자금을 계속 늘리면서 그만큼 더 많은 신규 고객을 꾸준히 확보할 수 있는 확장성과 반복성을 갖추는 데 있다.

CAC(고객획득비용) 대비 수익률(Yield)이 높다는 것은 단순히 이론적인 숫자가 아니다. 이 지표는 실제로 한 번의 GTM(Go-To-Market) 활동에서 얻은 수익을 얼마나 빠르게 다음 라운드에 재투자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돈의 시간 가치’를 현실에서 체감하는 방식이다.

결국, 수익률에 집중하면 회사는 이익을 훨씬 더 빠르게 복리로 불릴 수 있고, 그 결과 훨씬 더 많은 현금을 쌓을 수 있다.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앞서 예로 든 Company A와 B가 각각 1억 달러의 현금을 가지고 시작해서 매달 1,000만 달러씩 영업 및 마케팅에 쓴다고 가정해보자. 두 회사 모두 규모가 커져도 단위 경제성(unit economics)은 일정하고, 매년 매출이 거의 두 배씩 성장한다고 하자. 이 경우 Company A는 1년 남짓 만에 현금이 바닥나게 된다. 반면 Company B는 현금이 5,000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일조차 없다. 2년 반이 지나면, Company B의 대차대조표에는 Company A보다 2억 달러 넘는 현금이 더 남아 있게 된다.

수익률이 답이다

이 점이 기업과 투자자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첫째, 기업과 GTM 프로그램을 수익률(Yield)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GTM 엔진의 성과를 분석할 때 기존 지표들은 버리고, CAC(고객획득비용) 지출 대비 수익률로 회사 전체와 개별 GTM 프로그램을 평가해야 한다.

운영자 입장에서 수익률(Yield)을 최우선 지표로 삼는다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생긴다.

  • 결제 조건이 다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월별 결제 대신 연간 선불 결제를 받기 위해 일부 할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결제 기한을 180일(Net 180)에서 30일(Net 30)로 단축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될 수 있다.
  • 절대적인 수익률은 낮지만 회수 속도가 빠른 마케팅 프로그램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게 된다. 이런 프로그램은 그동안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로 무시되곤 했지만, 실제로는 빠른 현금 회수가 훨씬 더 큰 가치를 만든다.
  • 응답 속도, 즉 얼마나 신속하게 잠재 고객에게 대응하는지가 훨씬 더 중요해진다. 관심을 보인 잠재 고객을 다음 달이 아니라 오늘 바로 응대할 수 있다면, 그만큼 수익률이 크게 높아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들의 GTM(Go-To-Market) 엔진을 수익률(Yield)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이 훨씬 더 객관적이다. 수익률이 높은 기업일수록 투자 매력이 크고, 특히 기존의 느슨한 LTV/CAC 분석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내는 데 유용하다. 예를 들어, ‘매직 넘버’는 낮지만 NDR(Net Dollar Retention)과 고객 유지율이 뛰어난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은 실제로 높은 수익률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기업들은 연간 선불 결제가 많기 때문에, 기존의 회수 기간(payback period) 지표만 보면 수익률이 실제보다 낮게 평가될 수 있다. 반대로, 많은 B2C 기업들은 LTV/CAC 비율이 낮더라도 초기 현금 회수가 빠른 구조라서 실제로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는 오직 GTM 수익률(Yield)에 달려 있다. 즉, GTM 엔진의 수익률이 높을수록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CAC(고객획득비용) 대비 수익률을 살펴보면, 투자자들이 2021년에는 “더 써라, 더 태워라(burn burn burn)”, 2023년에는 “줄여라, 아껴라(cut cut cut)”라고 외치는 식의 현실과 동떨어진 조언에 휘둘릴 필요 없이, 내 비즈니스가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 관계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한 회사가 추가 자금 조달 없이 자체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은 CAC(고객획득비용) 대비 수익률(Yield)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 논리는 직관적이다. 성장률은 결국 GTM 엔진이 매년 얼마나 더 많은 현금을 투입하고 있는지를 나타내고, CAC 대비 수익률은 GTM 엔진이 매년 얼마나 더 많은 현금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이 두 비율이 똑같아지면, 회사는 투입한 현금만큼 정확히 추가 수익을 창출하게 되며, 외부 자금 없이도 성장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만약 회사의 성장률이 CAC(고객획득비용) 대비 수익률(Yield)보다 높다면, 회사는 벌어들이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쓰게 되어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가 된다. 이런 전략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추가 자금 조달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대로, CAC 대비 수익률이 성장률을 앞선다면, 앞서 예로 든 Company B처럼 회사는 현금이 계속 쌓이는 구조가 된다.

이런 관계 덕분에 회사는 성장 계획을 현실에 맞게 세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GTM 엔진의 수익률이 50%니까, 현금을 태우지 않고도 연 50% 성장할 수 있다. 반대로 재무 구조를 더 탄탄하게 만들고 싶으면 성장률을 25%로 낮출 수도 있고, XYZ만큼 자금을 조달해서 75% 성장에 도전할 수도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지금 성장 투자자나 성장 기업들이 임의의 지표에 휘둘리며 보여주는 혼란과는 완전히 다르다. 또 이 구조는 GTM 팀에 명확한 피드백 루프를 제공한다. 즉, 영업·마케팅(S&M) 지출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만들어낼수록 더 많은 예산을 쓸 수 있게 된다.

셋째, CAC(고객획득비용) 지출 대비 수익률(Yield)은 VC 투자에서 단순한 기대치가 아니라 실질적인 수익을 보여준다. 현재 VC들은 투자 수익을 계산할 때, 지분 희석과 기업의 기본 성장, 다양한 밸류에이션에서의 M&A나 IPO 등 여러 시나리오를 엑셀 시트에 넣고 모델링한다. 이런 계산은 ‘근사치’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실제와는 거리가 멀다. LTV/CAC를 투자 수익률로 바꿔 해석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해서,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제 현금 흐름 구조와 자신들이 기대하는 투자 수익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을 거의 찾지 못한다.

하지만 회사가 CAC(고객획득비용) 대비 수익률(Yield)을 계산하기 시작하면, 이 연결고리가 명확해진다. VC가 후속 투자 라운드에서 투자한 자본의 수익률은, 결국 그 회사가 그 투자금으로 실제로 만들어내는 수익률과 같아야 한다. 즉, 회사가 조달한 자본 대부분을 투입하는 곳이 바로 GTM 엔진이고, 이 GTM 엔진의 수익률이 곧 회사 전체의 실질적인 투자 수익률이 된다.

CAC(고객획득비용) 대비 수익률(Yield)을 활용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자신의 비즈니스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정의할 수 있는 깔끔한 지표를 갖게 된다. 동시에, 이 수치는 VC들에게도 자신들이 투자한 돈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CAC(고객획득비용) 대비 수익률(Yield)은 LP(한정책임출자자)나 투자자 입장에서도 일종의 ‘과열 지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한 회사가 CAC 지출에서 30%의 수익률을 내고 있는데 VC가 자신의 투자 수익률(IRR)을 45%로 평가했다면, 그 중 15%는 기대감이나 추측에 불과하다. 실제로 회사가 투자금으로 GTM 엔진에 자금을 투입하면 30% 수익률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만약 45% 수익률을 달성하려면, 누군가가 미래에 이 회사를 더 높은 가치로 인수할 것이라는 기대가 필요하다. 이 기대는 단순한 투기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제품 개선이나 GTM 효율화 등으로 실제 수익률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합리적 전망에 근거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이런 변화가 실제로 이루어져야 CAC 수익률이 VC의 기대치까지 올라갈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때로는 VC가 책정한 투자 수익률(IRR)이 실제 회사의 CAC(고객획득비용) 대비 수익률보다 낮을 때도 있는데,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영업·마케팅 투자 수익이 점점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일 수 있다. 어쨌든 CAC 수익률을 공개하면, VC가 기대하는 투자 수익률이 실제로 회사가 벌어들이는 실질적인 수익과 단순히 기대에 기반한 수익으로 명확하게 구분된다.

이런 변화들은 CAC(고객획득비용) 수익률(Yield)을 성과의 기준으로 삼았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변화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더 깊이 들어가 보면, CAC 수익률을 활용하는 것은 GTM 엔진을 하나의 독립된 비즈니스로 이해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사실, 성장 단계의 모든 회사는 겉으로는 하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개의 회사가 공존하는 셈이다. 하나는 R&D와 G&A 부문으로, 기존 고객 기반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구조화되지 않은 고위험·고수익 도전을 감수한다. 다른 하나는 GTM 엔진으로, 현금을 투입해 새로운 고객을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높은 수익률로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관점이 제대로 이해된다면, 이제 각 사업 부문에 어떤 방식으로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지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원문: Yield is All You N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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