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버블(Lovable)에서 일한 지 6개월이 됐다. 그런데 실제로는 6년쯤 지난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좋은 의미다. 이렇게 가파른 학습 곡선은, 커리어 초반에 한창 성장하던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여기서 일의 속도가 미친 듯이 빠른 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LLM(대형 언어 모델, Large Language Model) 기술이 제품 로드맵 주기를 끝내기도 전에 더 발전해버린다는 점, 다른 하나는 고객 기대치도 그만큼 빠르게 바뀐다는 거다. 마치 PMF(제품-시장 적합성) 러닝머신 위에서 끊임없이 뛰는 느낌이랄까. 예전에는 “2~3년 뒤쯤 나올 혁신”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이제는 분기마다 등장한다.
이런 환경에는 아무런 정답이 없다. 복사할 수 있는 패턴도 없다. 그리고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기술 지형도나 배포 방식, 이 모든 게 한 번에 변하고 있는 바로 그 한가운데에서 벌어지고 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은 실시간으로 다시 검증받고 있다.
내려놓아야 한다
지금까지 내 커리어는, 익숙한 성장(그로스) 역할들이 대부분이었다. 알고 있는 것의 70~80%는 새로운 직무에 그대로 써먹을 수 있었고, 내가 가진 프레임워크를 적용하고, 퍼널을 최적화하고, 루프를 세우고, 그걸 키우는 일. 다 꽤나 익숙한 일이었다.
러버블은 완전히 달랐다. 솔직히, 내가 써먹을 수 있는 경험치는 30~40%쯤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아예 다시 배워야 했다. 과거의 패턴을 놓아버려야 했다. 솔직히 말해, 이건 정말 불편한 일이었다. 내가 잘한다고 믿어온 건 항상 패턴을 잡아내고, 그걸로 확장 가능한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기존의 구조들이 깨지고 있다. 시장이 정말 말도 안 되게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환경’에 맞춘 프레임워크 따위론 아무 쓸모가 없다. 그래서, 이젠 내가 힘들게 쌓은 지식도 그냥 일회용으로 치부해야 할 지경이다. 좀 씁쓸하지 않은가?

완전히 새로운 성장의 시대가 열리고 있고, 이건 최근 내가 목격한 변화들이다.
- 새로운 ‘기능’이 성장의 무대가 된다!?
예전 역할에선 일의 90%가 실험과 최적화였다. 하지만 여기서는, 요즘 내 업무 대부분은 완전히 새로운 성장 루프를 개발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새로운 제품 경험을 만드는 일이다(심지어, 전혀 새로운 기능을 출시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는 사람들이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개념 자체를 만들고 있는 단계다—이미 존재하는 행동을 그냥 확장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이 작업은 퍼널 조정보다, 실제로 제품을 혁신하는 일에 더 가깝다. - 전통적인 마케팅으론 안 된다
페이드 마케팅, SEO, 캠페인, 고객 관리 프로그램… 이런 것들도 물론 무의미하진 않다. 하지만 지금의 AI 기업을 성장시키는 힘은 아니다. 진짜 확산의 힘은 입소문, 크리에이터 경제, 그리고 커뮤니티가 만들어낸다. 오히려 요즘 성장 패턴은 기존 B2B 방식이라기보단 소비자 서비스 쪽에 더 가깝게 보인다. 네 제품이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최적화해도 그 격차는 전혀 메꿔지지 않는다. - 성장의 표면마저 붕괴하고 있다
대부분의 제품이 이제는 ‘텍스트 박스와 그 뒤의 에이전트’라는 구조로 수렴한다. 사용자가 직접 건드릴 수 있는 표면적인 요소가 점점 줄어드는 셈이다. 이제 성장 작업의 중심은 에이전트의 품질, 어떤 모델을 쓰는지, 추론 행동, 개성과 같은 깊은 제품 속성에 있다. 에이전트가 별로면 아무리 온보딩 플로우를 잘 만들어도 소용이 없다. 성장이라는 게 더 이상 겉에 덧씌우는 게 아니라, 아예 제품의 심장부에 내장되어야 한다. - 새로운 성장 채널은 늘 눈여겨봐야 한다
지금은 배포 방식이 너무 크게 바뀌고 있어서, 언제 새로운 창구가 열릴지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ChatGPT의 앱 마켓플레이스가 될 수도 있고, Sora에서 뭔가 새롭게 나올 수도 있다. 이처럼 기존 유통 방식이 무너지고 있고, 변화는 우리가 예측한 순간보다 더 빠르게 온다. - AI 스킬셋이 핵심이 된다
가끔 돌이켜 보면, 2년 전과 비교해서 지금 내 하루는 완전히 다르다. Lovable에서 뭔가를 항상 만들고 있고, 아이디어를 ChatGPT로 정리하거나, 성장 루프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새로운 AI 기능을 써보면서 별로인 건 욕하고 괜찮은 건 칭찬하곤 한다. - PMF 러닝머신 위에서는 성장도 헷갈린다
과거 회사들에서는 제품-시장 적합성(PMF)만 찾으면 이제부터는 스케일링에 집중하면 됐다. 그런데 여기서는, PMF라는 게 계속 임시적이고, 성장·스케일링도 계속 변한다. 사실 모든 AI 회사들이 이 러닝머신 위에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있든 아니든 다 똑같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미 수백만의 유료 고객과 수백만 매출을 더 키워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제품이 바뀌면 도대체 뭘 키운다는 거지? 그래서 난 최적화보다 혁신에 더 무게를 두고 접근한다. 이게 맞는 방법인지 솔직히 확신은 없지만, PMF가 안정되면 그때부터 기존 성장 최적화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 역할이 뒤섞인다
직책은 남아 있지만, 역할 간 경계는 상당히 흐릿하다. 디자이너가 마케팅도 하고, 마케터가 제품 방향을 잡고, 엔지니어가 제품 개발을 한다. 다들 자기 일 안에서 작은 피드백 루프를 계속 돌린다. 모든 걸 혼자 페인트칠하듯 알뜰하게 해낼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 마인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기 영역만 지키려는 사람은 이 환경에서 너무 느리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 조직 구조로는 따라잡지 못한다
개발 속도가 워낙 빨라서 깔끔한 프로세스 따윈 불가능하다. 혼란이 일상이고 그 한복판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계획은 짧고, 책임 영역은 자주 바뀐다. 내 역할을 매일 스스로 직접 정의해야 한다. 예측 가능한 환경을 원하는 사람에겐 완전히 안 맞는다. 지금 이 환경에선 혼란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명확성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보상받는다.
이게 내가 얻은 교훈이고, 실제로 일상에서 내가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꿨는지 몇 가지를 정리해보자:
- 분기별 계획이 아니라, 2~3주 단위로 방향을 잡아서 움직인다.
- 편안함보다 학습 속도를 최우선으로 최적화한다.
- 완성도를 높이기보다 우선 빨리 출시한다.
- 프로세스 관리에 시간을 쓰기보다, 아이디어를 편집하고 다듬는 데 더 시간을 쓴다.
- 지금 머릿속에 있는 사고방식은 금방 쓸모없어질 거라고 가정한다.
일이 정말 강도 높고, 빠르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몇 년 만에 가장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
AI 분야에 있든 아니든, 지금 성장의 판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역량은: 빨리 내려놓고, 더 빨리 다시 배우고, 경계 없이 일하며, 사람들이 정말 이야기하고 싶어질 제품을 계속 만드는 것.
이미 이 분야에 있었던 사람에게 이 변화들이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닐 수 있다. 사실 우리가 계속 해오던 방식의 연장선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게 훨씬 더 중요해졌고, 모든 것이 훨씬 빨라졌다. 지금 성장의 장점이자 공포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그 점이다.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렸다.
원문: 6 months at Lovable and why I had to throw out most of my play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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