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려움도 나를 망가뜨릴 수 없게 만드는 태도에 대한 생각
“회복력(resilient)”이라는 단어를 우리가 사용하는 방식에는 늘 뭔가 찜찜함이 있다. 이 단어는 이제 압박 속에서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모든 것에 쓰이는 만능 용어가 되어버렸다. 이별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친구? 회복력 있다. 불황에서 다시 살아난 경제? 회복력. 세 주 동안 방치됐는데도 죽지 않은 화분? 회복력.
하지만 회복력이란 사실 깊게 생각해보면, 결국 이전 상태로 돌아오는 것에 불과하다. 심리적으로 고무줄과 비슷하다—늘렸다가 놓으면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는 것. 물론 그 자체로 나쁘진 않지만, 솔직히 특별할 건 없다. 정말 흥미로운 건, 단순히 원래대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스트레스 덕분에 더 강해지는 경우다.
Nassim Taleb는 이러한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다: 안티프래질(antifragility). 다소 어색하고, 단어 구조도 모순처럼 보이지만, 이 단어가 가리키는 의미는 매우 심오하다. 부서지기 쉬운(fragile) 것은 스트레스에 무너지고, 견고한(robust) 것은 버티지만, 안티프래질 시스템은 혼란 속에서 오히려 성장한다. 단순히 변동성을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먹고 자라난다.

이 개념은 얼핏 보면 역설처럼 느껴지지만, 주변에서 사례들을 발견하기 시작하면 금세 이해된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단순히 병원체에 노출되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기억 세포(memory cells)를 만들어 더 정교한 방어 시스템을 구축한다. 뼈는 무게를 견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에 반응해 더 촘촘하고 강하게 변한다. 산불은 단순히 죽은 덤불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소나무 열매 속에 숨어 있던 씨앗을 깨어나게 하는 신호가 된다.
좀 더 추상적인 영역에서도 이 패턴은 나타난다. 민주주의는 반대 의견이라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더 견고해지고, 과학 이론은 반박 시도를 견디면서 더욱 강력해지며, 시장은 높은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경쟁과 위기라는 혼란 속에서 점점 더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내가 안티프래질에서 가장 흥미롭게 느끼는 점은 이것이다: 불확실성과 혼란에 대해 우리가 가진 사고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변동성을 최소화하거나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안티프래질 시스템은 오히려 그 변동성에서 이익을 얻도록 설계되어 있다. Taleb의 표현을 빌리자면 ‘선택권(optionality)’을 갖고 있어, 부정적인 충격보다 긍정적인 뜻밖의 상황에서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도록 위치한다.
이것은 생물학이나 경제학을 훨씬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완벽히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려 애쓰기보다, 불가피한 혼란에서 오히려 이득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의 삶을 설계한다면 어떨까? 불확실성을 위협으로 보지 않고, 새로운 기회로 바라보기 시작한다면 말이다.
물론 이 모든 게 쉬운 것은 아니다. 이것은 일종의 철학적 용기를 요구한다. 즉, 적절한 수준에서 스트레스와 불확실성, 때론 실패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모든 순간과 자원을 최대로 최적화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거스를 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만약 당신이 100% 효율로만 운영된다면, 상황이 바뀔 때 대응할 여지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eudaimonia’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 ‘행복’으로 번역되지만, 실제 의미는 ‘번영’ 또는 ‘잘 사는 삶(living well)’에 가깝다. 이 개념은 어려움이 없는 상태를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생의 도전에 적극적으로 맞서며 자신의 성품과 내면을 갈고닦는 과정에 가치를 둔다. 그들은 좋은 삶이란 쉬운 삶이 아니라, 고난과 시련을 통해 단련되고 다듬어진 삶임을 이해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명상록(Meditations)』에서 이와 유사한 생각을 표현했다. “행동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오히려 행동을 진전시킨다. 장애물이 길이 된다.” 그는 스토아 철학에서 장애물을 기회로 전환하고, 불리해 보이는 상황에서 이득을 찾아내는 연습을 말하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철학적 주짓수로, 반대의 힘을 자신의 이점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안티프래질(antifragility)을 키우는 두 가지 핵심 원동력:
1. 능동적 발견을 통한 개인적 통찰
진정하고 의미 있는 지식은 ‘전문가’에게서 그냥 받는 것이 아니다. 경험을 통해 스스로 얻는 것이다. 인생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숨겨진 진리들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 어떤 대화가 당신의 관계를 깊게 만든다는 걸 깨닫거나, 자신만의 리듬과 루틴이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를 준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통찰은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인생의 방향을 크게 바꿔 놓을 힘을 갖고 있다.
이런 발견들은 진정으로 ‘나만의 것’이기 때문에 소중하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때 자신의 직감을 신뢰하는 일은 외로울 수 있지만, 그 용기가 바로 당신에게 독보적인 강점을 부여한다.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실험하고, 성찰하고, 조정하는 과정—은 인생을 뒤바꿀 무언가를 발견할 가능성을 크게 높여준다. 이 작은 발견들은 종종 비대칭적으로 큰 이익을 가져오는데, 이것이 바로 ‘레버리지’라는 개념이다. 작가가 기억에 남는 한 줄을 쓰기 위해 수많은 페이지를 쓰듯, 인생의 돌파구 역시 꾸준한 시행착오 뒤에 찾아온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s)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찰 일기, 명상, 또는 신뢰할 수 있는 친구들과의 솔직한 대화가 단순한 무작위 경험들을 의미 있는 교훈으로 바꿀 수 있다. 반성 없이 그저 표류하는 것에 불과하며, 그러한 표류는 오직 ‘과정에서 배우는’ 경우에만 가치가 있다.
이는 실패, 불편함, 불확실성과의 새로운 관계를 제안한다. 이들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기보다, 처리해야 할 정보로, 배워야 할 스승으로, 성장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동적 수용이 아니라, 존재의 예측 불가능성에 능동적으로 맞서는 태도가 필요하다.
2. 성장의 여유 공간 (마지막 1%를 받아들이기)
현대 문화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최적화를 강요하며, 모든 순간과 자원을 최대한으로 채우라고 압박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우리를 오히려 매우 취약하게 만든다. 여분의 시간이나 자원이 없으면,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기회들—예측할 수 없지만 비대칭적으로 큰 보상을 주는 기회들—를 잡을 수가 없다.
모든 순간을 완전히 계획하고 헌신해버리면, 그런 기회를 포착할 공간이 전혀 남지 않는다.더 심각한 문제는, 만족하지 못하면서도 모든 시간을 꽉 채워버리면 사실상 아무런 여유도 없이 꼼짝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면 당신은 금방 부서질 수밖에 없고, 스트레스나 실망에 쉽게 무너진다.
성장은 호흡할 여유 공간을 필요로 한다. 일정이나 자원이 꽉 찬 상태라면, 마지막 남은 아주 작은 여유—1% 정도일지라도—는 반드시 당신의 열정, 진짜로 당신을 흥분시키고 영감을 주는 일을 위해 비워둬야 한다. 그 마지막 1%조차도 의무나 할 일, 열정을 자극하지 않는 요구로 채워버린다면, 성장은 불가능해진다.
성장의 마지막 1% 여유 공간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들:
- 의도적으로 일정에서 벗어난 자유 시간을 넣기
- 모든 요청에 무조건 ‘예’라고 답하는 습관을 의식적으로 거절하기
-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재충전해주는 취미와 관심사를 키우기
- 개인 공간과 시간에 대한 경계를 철저히 지키기
진정한 안티프래질(antifragility)은 이 공간을 신중하게 지키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을 가장 큰 자원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 공간을 열정적으로 지켜내라—그곳이 진정한 성장이 자라는 토양이기 때문이다.

안티프래질(antifragility)은 고통이나 혼란을 피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활용해 삶을 설계하는 것이다. 실패는 단순히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과정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불확실성과 혼란을 맞닥뜨릴지의 여부가 아니라, 그 속에서 더 강해질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점이다.
인생은 본질적으로 늘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다.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불확실성 안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자신의 삶을 설계하라. 결국 상처받은 곳에서야말로 가장 풍부한 성장이 일어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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