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전략, 그리고 긴박함(Strategy & Urgency)

전략, 그리고 긴박함 (Strategy & Urgency)

이 글은 전략과 우선순위 설정에 관한 이야기이며, ‘긴박함(urgency)’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하면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더 효과적으로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는 점을 다룹니다.

긴박함 (Urgency)

긴박함이란 어떤 결정이나 행동을 미루었을 때 그로 인해 장기적인 가치가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의 회사가 시장을 선점하려고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첫 번째로 시장점유율 30%를 달성하는 곳이 이후 50%까지 훨씬 쉽게 성장하는 모멘텀을 얻게 됩니다. 이런 경우, 시간을 끌면 끌수록 매달 경쟁자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되고, 나중에는 전환 비용이 너무 커져 따라잡기가 어려워집니다.

이제 이것을 확장 매출(expansion revenue)과 비교해봅시다. 만약 새로운 상품에 투자해 업셀(upsell) 기회를 노린다고 해보세요. 만약 올해 갱신 시즌을 놓친다 해도, 기회가 영원히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내년에도 충분히 다시 시도할 수 있죠. 이런 경우는 지연이 장기 가치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으니 긴박함이 크게 낮습니다. 많은 상황에서, 우선은 기본적인 제품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이후에 점차 확장하는 편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만약 회사가 시장에 약속한 ARR(연간 반복 매출)이나 NRR(순 매출 잔존율)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실적 가이던스 미달로 인해 투자자 신뢰에 금이 가고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럴 땐 확장 매출(expansion revenue)조차 갑자기 엄청나게 시급한 일이 됩니다. 그보다 더 큰 효과를 노릴 수 있는 다른 일들은 (안타깝게도)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략과 긴박함 (Strategy and Urgency)

전략이란 무엇을 할지뿐만 아니라 언제 할지도 포함합니다. 실제로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며, 그 타이밍이 레버리지(긴박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핵심입니다. 지금 바로 움직여 선점 효과(first mover’s advantage)를 얻는 게 나은지, 아니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은 뒤에 결단력 있게 움직이는 게 나은지 고민해야 합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지, 느리게 변화할지. 얼리어답터를 따라잡는 대다수 시장은 언제 등장할지. 넓게 시작할지, 깊게 파고들지 등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략에서 중요한 건 단순히 ‘타이밍’만은 아닙니다. 전략은 시장의 속도를 제어하거나, 압박과 반응의 시간을 설계하는 작업도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빠른 서비스/제품 출시와 공격적인 신호를 통해 경쟁사가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장을 앞서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규제를 앞세우거나, 경쟁자를 긴 기능 경쟁이나 가격 경쟁으로 끌어들여 시장 흐름을 늦추고, 상대의 리듬을 깨뜨려 우리 뜻대로 반응하도록 만들 수도 있죠.

앞서 든 예시처럼, 한 기업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원치 않은 타이밍에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는 후회스러운 긴박함(regrettable urgency)입니다. 반대로, 어떤 기업이 채널이나 고객 획득 비용이 오르기 전에 핵심 파트너십을 선점하려고 능동적으로 ‘자발적 긴박함(proactive urgency)’을 발휘한다면, 지금의 긴박한 선택이 향후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는 셈이 됩니다.

그래서 뭐가 중요한가? (So what?)

여기서 두 가지 중요한 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전략 부재! (No Strategy!)

많은 사람들이 자기 회사엔 전략이 없다고, 우선순위도 제대로 못 정한다고 불평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몇 년 전에 결정적 시기를 놓쳤던 겁니다.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은 일종의 후회스러운, 반응적 긴박함(reactive urgency) 속에서 돌아가고 있는 거죠. 이제는 모든 걸 다 하려고 하고, 고객 별 맞춤 솔루션을 무한 반복하며, 중요한 플랫폼 작업은 뒤처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그게 바로 현재 회사의 ‘전략’인 셈입니다. 현실은 경쟁자와 투자자가 만들어버렸죠. 전략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전략적 선택지가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긴박함? (Urgency?)

흥미로운 점은, 잘 알려진 우선순위 결정 프레임워크 대부분이 ‘시간이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RICE나 ICE는 그렇지 않고, MoSCoW도 “must”가 정말 ‘지금 당장’ 의미하지 않는 이상 그렇습니다.
  • Kano 모델은 오늘의 ‘기쁨 요인(delighter)’이 내일의 필수(‘must-have’)가 된다는 힌트는 있지만, 타이밍 문제를 명확하게 파고들지는 않습니다.
  • ‘위험(risk)’을 언급하는 프레임워크도 있는데, 이때 시간상의 위험은 그냥 가능성으로만 남아 있고 명확히 다루지는 않습니다.
  • Buy-a-Feature는 “지금 사고 싶을 때와 나중에 사고 싶을 때 얼마까지 낼 수 있는지”를 묻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긴박함을 드러낼 수 있지만, 많이 쓰이진 않습니다.
  • WSJF/Cost of Delay–Duration처럼 긴박함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척하는 프레임워크도, 실제론 타이밍을 단일 숫자로 단순화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치가 언제, 어떻게 줄거나 늘어날지, 혹은 행동 타이밍에 따라 가치가 변동하는 문제는 제대로 다루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실제로 우리는 이런 문제를 계속 고민해 왔으니까요. 그리고 만약 지금 이 일을 실행에 옮긴다면, 누군가는 이 일이 나중에 하는 것보다 지금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한 가지 제 나름의 해석이 있습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우리는 종종 ‘긴박함(urgency)’을 ‘후회스러운 긴박함(regrettable urgency)’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업팀이 ‘엄청난 대형 고객’을 따내기 위해 긴급히 기능 요청을 하는 모습이라든가(장기 전략이나 플랫폼 건강에 대한 고려 없이), 분기 실적을 맞추기 위한 마지못한 노력, 비현실적인 투자자 기대치를 맞추려는 급한 조치, 또는 실행 실패를 화려한 성공으로 가리려는 시도가 그런 경우입니다.

우리는 반응적이고 단기적인 일들보다는 더 전략적이고 천천히 성과를 내는 베팅을 지지하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미 결정적인 시기를 놓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일 때도 많죠.

즉, 우리는 긴박함을 전략에 반하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시간과 타이밍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전략의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오히려 여기서 큰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순위 결정은 보통 가치에 대한 논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무엇이 더 가치 있는가? 무엇이 더 영향력이 큰가? 우리의 확신 정도는 어느 정도인가? 이 일을 하려면 2주가 걸릴지 3주가 걸릴지? 그런데 시간과 시간이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논의해 나가면, 우선순위 대화가 훨씬 더 전략적인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 언제가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인가?
  • 어디에서 기다리는 것이 더 유리할까?
  • 어디까지는 안전하게 기다릴 수 있을까?
  • 우리에게 유리하게 시장의 속도를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
  • 후회스럽고 반응적인 긴박함에서 능동적인 긴박함으로 전환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 그 기회가 몇 달 혹은 몇 분기에 걸쳐 계속 열려 있을까?
  • 우리의 타이밍 판단은 경쟁자들과 어떻게 다를까?
  • 경쟁자들에게 긴박함을 심어주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미래에 시간을 우리 편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 어떤 베팅을 할 수 있을까?
  • 유리하게 변화가 수렴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많은 경우, 우리는 이 질문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팀은 이미 ‘가치 있는’(또는 잠재적으로 가치 있는) 과제들을 선별해 놓은 상태입니다. 과도하게 정확한 추정치를 내서 ‘이기는 안’ 하나를 찾으려 하기보다는, 긴박함에 대한 전략적 가정을 우선순위의 나침반으로 삼아 차근차근 방향을 잡아 나가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원문: TBM 374: Strategy & Urgency


blog by ash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전략, 그리고 긴박함 (Strategy & Urgency)

blog by ash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