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 교훈들을 최신 AI 앱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저는 지난 15년 넘는 시간 동안 리텐션 곡선 데이터를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살아왔습니다.
창업자, 프로덕트 매니저를 거쳐 지금은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Andreessen Horowitz(앤드리슨 호로위츠)에서 매년 수백 개의 스타트업을 만납니다. 그중 상당수는 저희 a16z 스피드런(a16z speedrun program)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접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신생 스타트업에 최대 100만 달러까지 투자하고 있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리텐션 이야기입니다. 저는 수많은 리텐션 곡선을 봐왔고, 새로운 스타트업을 평가할 때 제일 먼저 요청하는 데이터 역시 이 곡선입니다. 수천 개의 데이터룸을 뒤지고, 다양한 세그먼트·지표로 리텐션 곡선을 분석한 경험이 있습니다. 또 직접 제품을 만들면서 반대 입장에서 이 현상을 체감하기도 했죠. 수백 번의 A/B 테스트와 온보딩·알림 이메일 수정을 통해 곡선을 바꿔보려 애쓰기도 했고요.
여기엔 패턴이 있습니다.
물리 법칙처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몇 가지 리텐션의 법칙이 정말 신기하게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공유해 드립니다.
- 나쁜 리텐션은 고칠 수 없습니다. 알림을 아무리 늘려도 리텐션 곡선을 바로잡을 수 없고, A/B 테스트만으로도 좋은 리텐션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 리텐션은 결국 내려갑니다. 절대 다시 오르지 않습니다. 심지어 반감기처럼 예측 가능한 속도로 줄어듭니다. 초반 리텐션이 후반을 결정합니다.
- 수익 리텐션은 늘어나고, 사용 리텐션은 줄어듭니다. 좋은 소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유저 수는 줄어도, 남는 유저가 더 많은 돈을 쓰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 리텐션은 제품 카테고리마다 다릅니다. 본질과 환경(자연과 양육)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호텔 예약 앱을 매일 사용하는 앱으로 만드는 건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 사용자가 늘어나면 리텐션은 더 나빠집니다. 최고의 유저는 초기에 자발적으로 유입된 사람들입니다. 그 이후 들어오는 유저는 대체로 리텐션이 더 떨어집니다.
- 이탈(Churn)은 비대칭적입니다. 한 번 유저를 잃으면 다시 데려오는 것이 훨씬 어렵습니다.
- 리텐션은 측정조차 어렵습니다. 시즌별 변화, 새로운 실험, 예상치 못한 버그 등 변수들이 산재합니다. D365 같은 장기 지표가 중요해도,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 바이럴만 터지고 리텐션이 낮으면 결국 망합니다. 저희는 이미 여러 플랫폼과 카테고리에서 이 실험을 수도 없이 해 봤습니다.
- 엄청난 리텐션이 나오는 순간은 마치 마법 같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목격하면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이제 위에 언급한 각각의 내용을 하나씩 더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나쁜 리텐션은 고칠 수 없습니다
아마 이런 상황을 경험해보셨을 겁니다. 수개월 동안 공들여서 새 제품을 개발해 출시했는데, 냉혹한 현실이 닥쳐옵니다. 첫 리텐션(유지율) 지표가 공개되는데, 결과가 참담합니다. 이미 개발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쏟았으니 이제는 뒤로 물러서기도 어렵고, 리텐션을 어떻게든 높여보려고 고민하게 됩니다. “알림을 더 추가해서 유저들이 다시 돌아오도록 해야지”, “새로운 기능도 좀 넣고, 온보딩·랜딩페이지 A/B 테스트를 해서 전환율을 높이자” 등등 여러 가지 방책을 시도할 생각이 들 때가 많죠.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이미 잘 알고 계시지 않나요? 현실은, 일단 리텐션이 나쁘면 손보기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말 극소폭의 개선이 가능한 정도가 고작입니다. 예를 들어, 첫날(D1) 리텐션이 40%인데 50%까지 올리고 싶다? 그 정도는 해볼 만합니다. 하지만 D1이 10%에 불과하다면, 솔직히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을 만든 셈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럴 때는 아무리 작은 최적화(A/B 테스트, 알림 추가 등)를 반복해도 곡선을 구조적으로 바꾸기 어렵습니다. 이미 몇 달간의 개발비, 매몰비용이 쌓였기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하고 싶어질 수밖에 없지만, 제 경험상 이런 경우에는 아예 제품을 대대적으로 피벗(pivot)하는 게 오히려 더 좋은 선택인 경우가 많습니다.
리텐션을 살릴 수 있는 진짜 피벗이란, 단순한 일부 기능 개선이 아니라 앱의 홈화면부터 완전히 새로운 개념으로 다시 설계하는 경우입니다. 만약 홈화면이 피드(feed) 형태라면, 단계별로 구조화된 흐름(step-by-step flow)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공유’ 중심 제품이라면, 오히려 ‘생성’과 ‘저장’에 초점을 맞춰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제품 자체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거나, 어떤 시장에서 경쟁할지 자체를 전면 재정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피벗이란 게 이 정도로 크고 공격적이어야만 리텐션 곡선을 바꿀 실질적인 가능성이 마련됩니다. 크고 대담한 변화일수록 성공 확률이 늘어납니다.
리텐션 곡선은 내려가기만 하고, 다시 올라가진 않습니다
리텐션 곡선을 보면 거의 수학 공식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예를 들면, D1(첫날) 리텐션이 어떻든 간에 D7(7일 차)에는 절반으로 떨어지고, D7이 얼마였든 D30(30일 차)에는 또다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몇 달이 지나다 보면 유저가 거의 남지 않거나, 운이 좋아야 전체의 10% 정도라도 남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리텐션 곡선에는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감소’가 존재합니다.
반면, 리텐션 곡선이 맨 처음 높게 시작했다가 급격히 꺾인 뒤 다시 올라가는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즉, 초반에 리텐션이 부실하다면 후반 리텐션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시작이 좋아야 끝도 좋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불문율이죠.
물론 이런 원칙에도 아주 예외적인 사례가 간혹 존재하긴 합니다.
- 어떤 제품은 극단적으로 하드코어합니다(예: 온라인 포커). 리텐션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남아 있는 유저들은 무척 충성도가 높고 비용도 많이 씁니다. 이런 식으로도 비즈니스 모델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
-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가 강한 제품(소셜 네트워크, 협업툴 등)의 경우, 신규 유저 유입이 많았다가 한동안 침체를 겪어도, 또 다른 유저 집단이 들어오면서 기존 유저가 재활성화돼 리텐션 곡선이 아주 약간 다시 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사례는 정말 드물지만, 실제로 가능할 땐 큰 임팩트가 있습니다.
수익 리텐션은 커지고, 사용 리텐션은 줄어듭니다
리텐션 곡선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이 개념이 단순히 사용자 수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수익에도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사용자의 리텐션 곡선만 이야기했는데, 이건 어쩔 수 없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방향성을 가집니다. 그런데 수익 리텐션은 재미있게도, 남아 있는 사용자들이 점점 더 많은 돈을 쓰면서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게 B2B SaaS(기업 대상 소프트웨어 서비스) 제품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Slack 같은 제품을 보면, 유저 집단별로 리텐션 곡선은 보통 다른 서비스와 같이 감소합니다. 즉, 어떤 사용자는 정착하고 어떤 사용자는 떠나죠. 그런데 어떤 회사가 Slack을 본격적으로 도입해 쓰기 시작하면, 시간이 갈수록 그 회사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자연스럽게 커지고 수익 리텐션 곡선은 점점 더 상승하게 됩니다. 이런 구조는 정말 놀라운 일이고,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소비자용 제품에선 보기 힘든 현상입니다. 바로 이런 점이 B2B 제품이 B2C에 비해 훨씬 비즈니스 모델이 건강하다고 평가받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소비자 제품 쪽에서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예는 Amazon입니다. 처음엔 책이나 음악처럼 간단한 것만 샀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품목을 구매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한 명의 고객이 해당 플랫폼에서 소비하는 평생 가치(LTV)는 사실상 끝이 없습니다. Uber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저 집단의 리텐션은 시간이 갈수록 줄지만, 처음엔 공항 이동만 하던 유저가 나중엔 레스토랑이나 출퇴근 이동까지 범위가 넓어지면서 사용하는 금액이 점점 커집니다. 즉, 사용 리텐션 곡선은 하락하지만, 수익 리텐션 곡선은 오히려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리텐션은 제품 카테고리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예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리텐션에는 ‘타고난 특성(nature)’과 ‘환경(nurture)’이 모두 영향을 줍니다. 많은 제품은 처음부터 사용 빈도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협업툴이나 코딩 앱은 업무상 거의 매일 쓰지만, 일주일에 보통 5번 정도가 한계입니다. 반면, 버그 알림 시스템 같은 제품은 자주 안 쓸수록 좋은 제품이죠. 소비자 앱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뉴스나 메신저, 소셜앱은 매일 확인하지만, 의학 참고 앱은 거의 보지 않습니다. 어떤 앱은 날씨나 뱅킹 앱처럼 사용 빈도는 높지 않지만 필요할 때는 꼭 들어가게 됩니다. 또 게임처럼 짧고 강한 중독성을 가진 앱들도, 몇 주 지나면 많은 사람들이 금방 접게 됩니다.
‘타고난 특성’이 중요한 이유는, 애초에 많은 신제품이 높은 리텐션을 만들기 힘든 운명을 타고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소셜 중심의 여행 앱을 만든다고 해도, 현실은 사람들이 그렇게 자주 여행을 가지 않습니다. 친구들과의 상호작용만으로 리텐션을 끌어올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차라리 이용 빈도가 적은 특성을 인정하고, 예약·결제 등 거래 구조로 수익을 내거나, Yelp처럼 식당이나 나이트라이프 등 훨씬 자주 쓸 수 있는 카테고리로 외연을 넓히는 게 실질적인 해법입니다. 자연의 힘을 거스르는 일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정말로 리텐션도 높고 사용 빈도까지 높은 앱을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이 이미 매일 일상에서 반드시 사용하는 주요 카테고리 내에서 승부를 봐야 합니다. 결국 이런 앱은 다른 데일리 앱을 대체하는 결과가 되고, 실제로 저도 ChatGPT를 계속 쓰다 보니 Google 검색을 현저히 줄였고, Substack에서 블로그를 읽고 쓰기 시작한 뒤로는 다양한 소셜 뉴스 소프트웨어를 잘 안 쓰게 됐습니다.
사용자가 늘어나면 리텐션은 오히려 더 나빠집니다
리텐션이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고 해서, 이를 더 큰 시장에 그대로 확장하면 지표도 커질 거라고 기대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유저층을 확장하면, 안드로이드 버전 출시나 해외 진출, 유료 광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신규 유저를 유입시킬 때 오히려 각종 지표가 눈에 띄게 나빠지는 일이 생깁니다.
그 이유는 가장 가치 있는 유저들이 늘 초기에 몰려온다는 점에 있습니다. 결제 의지와 디지털 적응력이 높은 유저들은 입소문을 통해 먼저 찾아옵니다. 그 이후 유입되는 새로운 유저들은 제품이 꼭 잘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예를 들어 서구 대학생을 위한 아이폰 앱이 신흥국 안드로이드 유저에게는 잘 안 맞는 경우도 생깁니다. 시간이 지나며 이런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할 수는 있겠지만, 처음의 뛰어난 성과를 되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저가 늘어날수록 “이제도 내 서비스가 여전히 이들에게 충분한 가치를 주고 있는가? 그 와중에도 초기에 들어왔던 핵심 유저(골든 코호트)는 잘 붙잡고 있나?” 이 질문이 가장 중요해집니다.
초기 유저를 ‘골든 코호트(Golden Cohort)’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탈(Churn)은 비대칭적입니다
유저가 이탈하는 건 굉장히 쉽고 빠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제품은 출시 후 30일 동안 유저의 90% 이상이 떠나버립니다. 그런데 한 번 나간 유저를 다시 데려오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이게 바로 이탈의 핵심적인 비대칭성입니다. 심지어는 기존 유저를 되찾으려 애쓰는 것보다, 그냥 새로운 유저를 확보하는 게 훨씬 더 쉽고 효율적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이탈 유저에게 할인이나 특별 혜택을 보내서 다시 유입시키려는 라이프사이클 마케팅은 비용만 많이 들고 효과는 별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통하는 방법은, 현재에도 적극적으로 활동 중인 유저가 자연스럽게 동료나 친구를 다시 불러오도록 만드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직장에서 새 프로젝트 관리 툴을 써보다 관뒀다면, 이메일로 계속 알림을 보내서 다시 돌아오게 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보다는, 다른 동료가 새 프로젝트에 초대해서 자연스럽게 다시 쓰게 만드는 경우에만 효과가 있습니다. 이 방법도 사실 쉽지 않고, 이런 네트워크 효과(공유와 협업 구조)가 있는 제품에서만 시도할 수 있습니다.
리텐션은 측정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보통 리텐션을 얘기할 때는 첫날, 첫 주, 첫 달 동안의 수치에 집중하지 장기적으로 2년 뒤의 리텐션처럼 먼 미래는 거의 다루지 않습니다. 제품을 운영하다 보면 팀이 바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짧고 간단하게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만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연간 이탈률이나 장기 수익화 같은 중요한 지표는 잘 측정하지 않고, 눈앞의 쉬운 수치에만 집착하게 됩니다. 이런 방식에는 분명 단점이 많습니다.
또, 대부분의 제품들이 계절성(시즌성)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커머스, 여행, 웰니스, 온라인 데이팅처럼 명확한 시즌이 있는 서비스는 물론이고, 기업용 소프트웨어 사용 패턴도 주기적으로 달라집니다. 이 때문에 월마다, 분기마다 리텐션이 오르고 내리는데, 이 변화가 신기능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유저 행동이 달라진 탓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식으로 지표가 느리게 변할 때는 정확한 원인을 찾기 정말 어렵습니다.
버그, 신규 A/B 테스트, 새로운 시장 진출 등 다양한 변수가 데이터 해석을 더 힘들게 만듭니다. 그러다 보면 리텐션 곡선이 오르기도 내리기도 하지만, 각 지표마다 항상 “이게 이 변화 때문이었다”는 단서나 해석이 따라붙어야 하는 상황이 많아집니다.
바이럴만 터지고 리텐션이 낮으면 필연적으로 망합니다
많은 신제품 담당자들이 신규 유저 유치에만 몰두하고, 리텐션은 뒷전으로 미루기 쉽습니다. 성장 그래프만 급격히 우상향하면 투자받고 나중에 리텐션을 고민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요즘엔 틱톡 같은 플랫폼에서 인플루언서가 앱을 밀어주거나, 론칭 영상 viral로 매출이 급증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량과 이탈률은 좋은 상황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이 실험은 이미 기술 업계에서 수도 없이 반복됐고 결론도 명확합니다. ‘바이럴은 빠르지만 리텐션이 나쁜’ 제품은 절대 오래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리텐션을 뒷북으로 고치기가 정말 어렵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유입이 줄고 신기함도 금방 사라지면, 결국 신규 유저도 사라지고 리텐션도 나빠진 상태만 남게 됩니다. 올라간 건 결국 언젠가 반드시 내려가게 되어 있습니다.
이 패턴은 여러 분야에서 반복되어 왔습니다. 초기 소셜 네트워크도 이메일 주소록을 스팸성으로 돌려 유저는 모았지만, 실제로 제대로 된 제품 경험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일부는 벨소리 구독 같은 방법으로 억지로 돈을 벌기도 했지만, 본질적인 성장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Facebook이 ‘피드’와 ‘실명제’ 등 혁신적인 UX로 바이럴과 리텐션을 동시에 잡았을 때에야 비로소 진짜 대세가 되었죠. 모바일 앱 역시 강제 초대로 급성장한 사례가 여럿 있었으나, 결국 리텐션이 뒷받침되지 않은 제품은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엄청난 리텐션은 정말 ‘마법’ 같습니다
이 에세이를 다 읽고 나면 약간 우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정말로 리텐션이 잘 나오는 제품 하나가 등장하면 그 순간은 경이롭습니다. 실제로 D30(30일 차)에 50% 리텐션을 보여주는 제품을 현장에서 마주하는 건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합니다. 이런 제품들은 개발자가 A/B 테스트를 완벽하게 해서, 혹은 엄청난 속도로 반복 실험을 해서 탄생하는 게 아닙니다. 결국엔 어딘가 ‘마법’ 같은 한 방이 있어야 합니다. 이 마법은 시장이나 고객에 대한 완전히 새롭고 날카로운 통찰에서 비롯되며, 겉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해법이기에 결국에는 폭발적인 리텐션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마법은, 예를 들어 영상 회의 소프트웨어, 사라지는 메시지, 주제에 상관없이 응답해주는 AI 같은 분야에서 실제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건 반복 실험이나 지표 중심의 개선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특별한 순간입니다.
진짜 중요한 질문
여기까지 읽고 나면, “그래서 대체 어떻게 하면 리텐션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나요?”라는 의문이 생길 겁니다. (만약 답이 확실하다면 저 같은 투자자 인생이 훨씬 쉬웠겠죠.)
그래도 분명한 몇 가지 힌트는 있습니다.
- 아이디어가 정말 중요합니다.
- 리텐션이 높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면, 원래 리텐션이 높은 카테고리를 골라야 합니다.
- 사람들이 이미 매일 쓰는 제품군에서 도전하는 게 맞습니다.
- 실제로 기존 제품과 정면 대결하는 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 승리한다면 유저가 기존 제품을 완전히 버리고, 내 제품만 쓰게 될 겁니다.
물론 정말 쉽지 않은 기준이긴 하지만, 시작점으로서는 매우 좋은 조건입니다.
기존 제품과 정면 경쟁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습관을 쉽게 바꾸겠느냐”는 반론이 당연히 나올 수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시장 위험도 잘 조절해서, 기존 핵심 경험을 80% 이상 완전히 뒤집는 게 아니라 20% 정도만 색다름을 더하는 식이 현실적입니다. 그리고 유저가 첫 60초 만에 ‘이게 뭐가 다른지’ 직관적으로 확 느낄 수 있게 설명하거나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투자자들이 묻는 “왜 지금?”이라는 질문이 중요해집니다. 여기서 말하는 ‘지금’이란, LLM 같은 신기술이 나오거나, 소셜미디어가 넘쳐나는 사회적 변화 등으로 인해 기존 문법을 뒤집을 ‘딱 그 타이밍’이 찾아오는 순간을 의미합니다.
이런 조건이 맞으면, 기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해서 초반부터 좋은 리텐션 지표를 만들 확률이 높아집니다. 만약 타이밍이 안 맞거나, 차별화가 충분하지 않으면, 리텐션 문제가 아니라 ‘유저 유입조차 어려운’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혁신적인 브라우저를 만들어도, 기존 브라우저에 너무 익숙한 유저들의 행동을 바꾸기는 엄청나게 힘든 일이죠.
그래서 “Cursor for X”, “Figma for X”, 예전 세대의 “Uber for X” 같은 아이디어들이 나쁜 게 아닙니다. 이미 자리 잡은 시장과 사용자 습관을 적당히 활용하면서, 불필요하게 큰 시장 위험은 피하려는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차별성·타이밍·수요·적합한 카테고리가 모두 갖춰지면 제대로 승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은 어떨까요?
누군가는 “기존 시장에 비해 전혀 새로운 시장,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는 게 훨씬 더 흥미롭고, 테크의 본질이지 않나요? 구제품에 20%만 변형하는 게 뭐가 의미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이런 완전한 혁신은 사실 전체 제품 중 극히 일부에만 해당합니다.
제 생각엔, 대부분의 성공 제품은 사실 자기가 처음인 것 같아도 그 전에 비슷한 계보(시도)가 반드시 있습니다. 다만 그 전 predecessors가 너무 빨리 잊혔거나 크게 실패했을 뿐이죠.
예를 들어, Instagram이 나오기 전에도 App Store에서 유료 사진 앱 1위였던 Hipstamatic 같은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이 앱이 ‘사진 필터’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해줬던 거죠. 구글 또한 최초의 검색 엔진이 아니고, Lycos, Excite, Infoseek 등 무수한 선배들이 망하거나 수익화에 실패한 뒤에 등장했습니다. 테슬라도 첫 전기차가 아니고, 아이폰 역시 처음 나온 스마트폰과 거리가 있습니다. 종종 진짜 중요한 건 열 번째 제품, 마침내 다듬어진 후발주자(last mover advantage)의 성공이라는 사실이죠.
물론 가끔은 정말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Uber 역시 그 전에 대단한 ‘라이드헤일링 앱’이 이미 있었던 게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콜택시 부르던 행위를 모바일 앱으로 옮긴 게 성공의 본질이었습니다. (Lyft도 초창기엔 그냥 이상한 버스 예약 서비스였죠.) ChatGPT 역시 최소 5년 이상 블루프린트나 선례 없이 “이게 무엇을 대체할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런 사례는 리스크가 크지만,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기 때문에 산업 전체에 큰 의미를 남깁니다.
원문: Why retention is so hard for new tech produ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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